반도체 제재에 벼랑끝 몰린 中, 美기업 핵심 엔지니어 잇달아 영입

황민규 기자
입력 2020.11.26 15:00
삼성 출신에 이어 미 케이던스·시놉시스 출신 직원 스카우트 나서
美 제재로 반도체 설계 SW 사용 불가능해지자 직접 개발 주도
"자구책으론 불가능한 설계 기술, 인재 영입으로 극복하려는 시도"

미국 정부의 강력한 반도체 기술 제재에 의해 모바일, 서버 등 주요 분야의 핵심 칩 설계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중국 정부가 조인트벤처 등 우회로조차도 불가능해지자 최근에는 시놉시스, 케이던스 등 세계적인 반도체설계자동화(EDA) 기업들의 퇴직 임원이나 핵심 엔지니어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화웨이의 스마트폰용 프로세서를 생산하는 하이실리콘 칩 이미지. /하이실리콘 제공
중국 화웨이의 스마트폰용 프로세서를 생산하는 하이실리콘 칩 이미지. /하이실리콘 제공
25일(현지시각)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최근 다수의 케이던스, 시놉시스 출신 고위 임원과 엔지니어들이 중국 기업에 합류했다. 과거 중국 기업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투자할때 한국 출신 퇴직 임원이나 엔지니어를 거액의 연봉을 주며 영입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반도체 설계 분야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진 미국 기업 엔지니어들을 끌어모으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케이던스, 시놉시스 출신의 전문가들을 스카우트하는 건 미국 정부의 반도체 기술 관련 제재와 깊은 연관이 있다. 우선 두 기업의 경우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업체로, 반도체 생산의 가장 필수적인 공정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조차도 칩 설계 과정에서 두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가 설립한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업체 하이실리콘 역시 케이던스, 시놉시스의 EDA 소프트웨어에 의존해 자체 칩을 설계해왔다. 하이실리콘이 아무리 뛰어난 화웨이 스마트폰 또는 장비용 칩셋을 설계했다 해도 칩 설계에 있어 핵심이 되는 EDA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못하면 사실상 칩 설계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제조 분야의 경우 그간 화웨이는 주요 부품을 미국산 장비를 사용하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인 TSMC로부터 공급받아 왔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로 TSMC로부터의 조달이 불가능해지자 화웨이는 자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로 공급처를 변경했다. 하지만, SMIC는 TSMC에 비해 기술력이 크게 뒤지는데다 SMIC 역시 반도체 제재로 인해 미국의 고급 장비, 기술 도입이 어려워지면서 성장이 정체돼 있다.

한편 이같은 반도체 핵심 인력의 중국 기업행은 국내에서도 큰 논란이 되어왔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이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40여년간 삼성전자에 몸담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문가 장원기 전 삼성전자 사장이 중국 에스윈에 입사하기로 했다가 여론의 비판에 결국 입사를 취소한 사례도 있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일명 '타산 프로젝트(塔山計劃)'로 불리는 자체적 프로젝트 실현에 더욱 속도를 내왔다. '타산 프로젝트'는 미국의 제재 속에 화웨이가 주창한 반도체 기술 독립 프로젝트로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소재의 생산제조, 가공, 반도체 제조, 패키징 테스트 등 반도체 핵심 공정 기술의 전면적인 자급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같은 자구적 노력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해왔다.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칩 설계의 경우 한국이나 일본 등도 미국산 소프트웨어에 사실상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을 정도로 미국 기업의 노하우가 오랫동안 장악해온 분야"라며 "수년내 이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파격적인 연봉 등으로 인재를 영입해 격차를 줄여보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