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년 미국 제치고 세계 정유업 1위국 된다"

이현승 기자
입력 2020.11.22 14:37
IEA "중국, 내년에 미국 제치고 원유 정제능력 1위국 될것"
中, 원유 처리 능력 올해 1750만배럴→2025년 2000만배럴로
美, 작년 1900만배럴로 세계 1위…설비 투자 축소로 감소 할듯
코로나로 인한 수요 회복 늦고 환경 규제 강화가 업계 리스크

중국이 이르면 내년 미국을 제치고 원유 정제 능력 기준 세계 1위 국가가 될 것이라고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망했다.

2016년 5월 10일(현지시각) 중국 산둥성 보싱현에 석유 정제 공장. / 로이터 연합뉴스
2016년 5월 10일(현지시각) 중국 산둥성 보싱현에 석유 정제 공장. / 로이터 연합뉴스
21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IEA를 인용해 미국이 19세기 중반 석유 생산이 본격화 된 이후 유지해온 '세계 1위 정유국' 지위를 이르면 내년 중국에게 빼앗길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2000년 이후 경제 성장에 힘입어 경유, 휘발유 소비가 급증하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정제 능력을 3배로 확대했다. 중국 에너지 회사인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에 따르면 원유 정제 능력은 올해 말 하루 1750만배럴에서 2025년 2000만배럴로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은 정제 능력이 작년 기준 하루 1900만배럴로 세계 1위를 기록했으나 올해를 기점으로 감소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올해 초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코로나로 수요 급감과 공급망 충격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에너지 기업들이 설비 투자를 급격히 축소했기 때문이다.

에너지 컨설팅 회사 팩트 글로벌 에너지(Facts Global Energy·FGE)의 스티브 소이어 컨설턴트는 "중국은 향후 몇년 간 (정제 능력을) 하루 100만배럴 이상 증가시킬 것"이라며 "아마도 내년이나 그 다음해에 (정제 능력 기준으로) 미국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업 시장의 주도권이 북미와 유럽에서 아시아, 중동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 중심에는 인도와 중동이 있다. 인도는 원유 정제 능력을 2025년까지 하루 800만배럴로 크게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동 국가들은 내년 가동을 목표로 하루 100만배럴 이상을 더 처리할 수 있는 설비를 최소 2개 짓고 있다.

이들이 대규모 설비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는 건 그만큼 아시아 국가에서의 수요가 뒷받침 되고 있기 때문이다. 컨설팅 그룹 우드 맥킨지는 2019~2027년 원유 정제 능력 절반 이상이 아시아로 향할 것이며, 이중 70~80%는 플라스틱 관련 제품에 쓰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 발전 수준이 낮은 국가일수록 플라스틱을 많이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아시아의 상당수 국가들은 플라스틱의 원료인 나프타, 에틸렌, 프로필렌, 액화천연가스(LPG)를 순수입하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에 나프타와 LPG를 수출하는 주요국 중 하나다.

반면 미국과 유럽의 에너지 기업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고 설비 투자도 축소하고 있다. 세계 3위 석유메이저인 로열더치셸은 이달 초 하루 21만배럴을 생산하는 미국 루이지애나 정유 시설 문을 닫는다고 밝혔다.

다만 코로나로 감소한 수요가 예상보다 늦게 회복될 수 있다는 점은 전세계 에너지 기업에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IEA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석유 소비량은 9130만배럴로 작년보다 880만배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도 올해 감소한 규모의 3분의2 정도만 회복될 것이라고 IEA는 분석했다.

전세계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석유 생산·소비 감축에 나서고 있는 점도 업계에는 리스크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환경 규제를 강화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 최악의 환경오염국이란 오명을 쓴 중국도 최근 2035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를 퇴출시키겠다고 밝혔다.

중국에선 과잉 설비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수요를 넘어선 공급 물량은 2025년에 하루 14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수요는 2025년 정점을 찍고 감소할 전망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오는 2060년까지 탄소 중립 국가가 되겠다고 선언한 만큼 감소 폭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

FGE의 소이어는 "전세계의 정제 능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일부 지역에서 시설을 새로 짓는다면 다른 지역에선 폐쇄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게 바로 우리가 지금 처한 환경이며 최소 4~5년 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