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사태...정부의 값 후려치기, '조달 초짜' 신성약품의 관리 미숙이 낳은 '인재'?

김양혁 기자
입력 2020.09.22 17:06 수정 2020.09.22 19:34
신성약품 이달초 국가조달분 백신 조달업체로 처음 선정
하청 맡긴 물류업체가 백신 배분 과정에서 상온 노출 추정
신성약품 "국민께 송구하지만 경쟁사 악의적 음해" 주장

서울 한 병원에 붙은 독감 예방 접종 안내문. /연합뉴스
서울 한 병원에 붙은 독감 예방 접종 안내문. /연합뉴스
올해 국내 인플루엔자(독감)백신 국가접종분 유통을 맡았다가 운송과정에서 상온에 노출시켜 무료예방 접종 일시중단이라는 사태를 낳은 신성약품이 22일 "국민들께 죄송하다"면서도 "경쟁사의 악의적인 음해"라고 주장했다.

신성약품은 올해 처음 정부의 백신 조달 계약을 낙찰받아 백신 유통을 책임진 만큼 미숙한 게 아니었냐는 의구심과 함께 실제 운송을 하청한 백신 전문 물류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독감 백신 가격을 두고 정부와 백신 제조업체가 장기간 줄다리기를 벌여 운송 시간이 촉박했던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신성약품은 이달초 10여개사와의 경쟁을 통해 올해 처음으로 정부의 독감 백신 조달 계약을 따냈다. 조달청에 따르면 신성약품이 올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따낸 물량은 1259만1190도즈(1회 접종분)다. 올해 정부가 국가 무료 예방 접종 대상자를 1900만명으로 잡은 만큼 신성약품 측이 담당하는 독감 백신은 상당 부문을 차지한다.

신성약품 관계자는 "(독감 백신을)일부 지역으로 운송하는 과정에서 지속해서 차량이 따라 붙는다는 보고를 받아왔다"며 "경쟁업체가 작정하고 음해하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쟁업체 이름을 밝히길 꺼렸지만, 지난해 백신을 납품했던 업체라고 했다.

앞서 이날 오전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긴급 브리핑에서 독감 백신 유통과정 문제 인지 시점과 계기에 대해 "어제(21일) 유통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신고가 오후에 접수돼 사실을 인지하고 조사를 시작했다"며 "해당 업체(신풍제약)가 보고한 것은 아니고 다른 경로를 통해 신고가 접수돼 확인됐다"고 설명하며 구체적인 신고 주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조달청 사이트에서 확인된 지난해 국가조달분 독감백신 유통업체 A사 관계자는 "정부 사업 자체가 마진이 크게 남는 사업이 아니다"며 "국가 주도 추진 사업을 고의, 악의적으로 음해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신성약품이 올해 처음으로 독감 백신 조달 계약을 따낼 수 있었던 것은 정부와 독감 백신 제조업체가 예방 접종 직전까지 가격을 두고 진통을 겪은 데 따른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정부는 독감 백신 1도즈 공급가격을 지난해 평균 공급가격의 60% 수준인 8790원에 제시했다. 6월 시작돼 조달 입찰이 4차례 유찰된 배경이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올해 (독감백신) 가격이 워낙 낮다보니 계속 유찰됐다"며 "사실상 손해를 보며 팔 수밖에 없는 올해는 코로나19로 수요도 많은데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애초 독감 백신 조달 1순위로 선정됐던 서준약품이 백신 생산 제약사로들로부터 공급확약서를 제출하지 못해 적격심사에서 부적격됐고, 2순위 업체 중 하나였던 신성약품이 공급확약서를 내 선정됐다.

신성약품이 올해 처음 독감 백신 조달을 수행하는 만큼 사업에 미숙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백신 조달 업체는 콜드체인이라 불리는 냉장 배송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핵심이다.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면 효능을 보이는 제품 내 단백질 함량이 감소하고, 안전성까지 문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8도, 평균 5도로 백신을 보관해야 한다.

신성약품은 낙찰받은 뒤 백신 운송을 냉장유통할 수 있는 백신 전문 물류업체에 맡겼다. 이 물류업체가 전국으로 백신물량을 운송하기 위해 냉장차에서 냉장차로 백신을 옮겨 싣는 배분 작업을 야외에서 진행하며 차 문을 열어두거나, 백신 제품 판자 위에 일정 시간 방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모습이 사진으로 찍혀 질병관리청에 신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지역에서 사진이 찍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백신 조달업체가 직접 자체 배송시스템을 갖기도 하지만 국가조달분을 전국 2만1000여개 보건소와 병원 등에 공급하기 위해 여러 전문 물류업체를 협력업체로 활용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관리감독이 허술할 경우 언제든지 상온 노출이라는 위험에 처할 수 있게되는 데 이번에 현실이 된 것이다. 정은경 청장은 "독감백신이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돼 예방접종이 일시 중단된 것은 기억에 없다"고 했다.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일각에선 해당 물류업체가 독감 백신을 아이스박스가 아닌 종이상자로 옮겼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의사 전용 회원제 온라인 사이트 메디게이트에는 신성약품이 병원에 공급한 13~18세 용 독감 백신이 종이상자에 담겨 전달됐다는 내용의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독감 백신 운송의 구체적 과정에 대해 신성약품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안은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 역시 "상온 노출 시간 등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백신 배송 규정에 냉장차에 물건을 꺼내 내용물과 물량을 확인한 후 다시 냉동차에 넣도록 하고 있어 일정 시간 상온 노출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일정 시간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엄중식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상황에 따라 다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어떤 기준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독감 백신의 상온노출 시간에 대해)그러한 기준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