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아들은 왜 비주력 계열사인 SK E&S에 입사했을까?

이재은 기자
입력 2020.09.22 16:02 수정 2020.09.23 08:46
장녀 최윤정씨 바이오, 차녀 민정씨 반도체서 경영 수업
아들 인근씨는 에너지 회사 택해… "친환경 에너지 관심 많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아들 최인근(25)씨가 에너지 계열사인 SK E&S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최 회장은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는데, 그간 베일에 가려져 있던 아들이 주력 계열사가 아닌 SK E&S에서 근무를 시작하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 E&S도 매출이 조단위이기는 하나 수십조원대인 SK텔레콤이나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에 비하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아들 최인근씨와 유정준 SK E&S 사장 /SK그룹 제공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아들 최인근씨와 유정준 SK E&S 사장 /SK그룹 제공
SK(034730)에 따르면 최씨는 최근 수시채용으로 SK E&S 전략기획팀에 입사해 지난 21일 첫 출근을 했다. 2014년 미국 브라운대에 입학해 물리학을 전공한 최씨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인턴십을 거쳐 이번에 SK E&S에 입사했다.

SK E&S는 SK그룹 지주회사 SK㈜가 90%의 지분을 갖고 있는 자회사다. 지난 1999년 도시가스 지주회사로 출범해 액화천연가스(LNG)로 사업을 확대했다. 파주, 광양 등 천연가스발전소 4곳을 운영해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도시가스 민간업체 중 유일하게 LNG 생산·운송·발전·판매까지 아우르는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6조5167억원이었으며, 도시가스 사업이 전체 매출의 55%, LNG발전 사업이 41%를 차지했다. 2013년 이후 매년 3000억~6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안정적인 사업 특성 덕에 SK그룹 ‘알짜’ 비상장 자회사로 꼽힌다. SK E&S는 이달 9일 지주회사인 SK㈜에 5048억원을 중간 배당했으며, 올해 초에는 지난해 결산으로 7300억원을 배당하기도 했다. SK그룹은 장기적으로 SK E&S의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K E&S가 상장할 경우 기업가치가 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SK E&S가 전남 신안군에서 운영 중인 신안그린에너지 풍력발전소. /SK E&S 제공
SK E&S가 전남 신안군에서 운영 중인 신안그린에너지 풍력발전소. /SK E&S 제공
SK E&S는 최근 민간 최대 규모의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에너지저장장치(ESS), 가상발전소(VPP) 등 에너지 솔루션 사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현재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은 SK E&S 전체 매출의 7%도 채 차지하지 않지만,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과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 흐름에 발맞춰 앞으로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최씨가 사업이 안정적인 비상장사 SK E&S에서 경영수업을 받으면서 SK의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이끌어나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이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주도하는 등 재계 3·4세 경영인들이 그룹의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도맡고 있다. SK 측은 최씨가 "평소 신재생 에너지 등에 관심이 많아 SK E&S 입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유정준 SK E&S 사장이 최태원 회장의 신임을 얻고 있다는 점도 아들이 SK E&S에 입사하게 된 배경 중 하나로 풀이된다. 유 사장은 컨설팅 회사 매킨지 출신으로, 지난 2003년 SK그룹이 글로벌 헤지펀드 소버린의 공격을 받아 지배구조 위기를 겪었을 때 구원투수로 등장해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하면서 최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유 사장은 지난 2013년 SK E&S 대표를 맡은 후 8년째 최고경영자(CEO)직을 유지하고 있다. SK그룹에서 국제통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2015년 1월부터 2017년까지 SK수펙스추구협의회 글로벌성장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했다.

최 회장 자녀 세 명이 모두 SK그룹 계열사에 입사하면서 SK그룹이 본격적인 3세 승계작업에 돌입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세 남매가 각각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 계열사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능력을 평가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 회장의 차녀 민정(29)씨는 지난해 SK하이닉스(반도체)에 대리급으로 입사했고, 장녀 윤정(31)씨는 SK바이오팜(바이오) 책임매니저로 근무하다 지난해 휴직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다만 최태원 회장이 아직 경영 일선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 후계 구도가 구체화되려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기준 SK 지분 18.44%를 보유하고 있으며, 세 자녀는 아직 SK 지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