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모빌리티] 볼보 주인 지리, 하늘을 날다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입력 2020.09.22 13:44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회사 지리, 하늘도 접수
6kg 물체 싣고 6시간 비행하는 전기 드론 출시
땅에선 자동차, 하늘에선 비행기 ‘플라잉 카’ 개발
리수푸 회장 "지리는 모빌리티 기술 회사로 변신 중"
스웨덴 볼보, 영국 로터스, 독일 다임러 지분 인수
‘중국 차’에서 ‘글로벌 카 메이커’로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회사 지리(吉利·영문명 Geely)의 하늘길 공략이 빨라지고 있다. 지리는 최근 전기 배터리로 최장 6시간 동안 비행할 수 있는 드론(무인기)을 새로 내놨다. 2017년 인수한 미국 스타트업을 통해 하늘을 나는 자동차 ‘플라잉 카(flying car)’도 개발 중이다.

저장지리홀딩그룹 창업자인 리수푸(李書福·57) 회장이 공언한대로 지리가 자동차 제조사에서 모빌리티 기술 회사로 변신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2014년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리수푸(빨간 넥타이 맨 사람) 저장지리 회장과 함께 스웨덴 볼보 제조 공장을 방문했다. 저장지리는 2010년 볼보를 인수했다. /볼보
2014년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리수푸(빨간 넥타이 맨 사람) 저장지리 회장과 함께 스웨덴 볼보 제조 공장을 방문했다. 저장지리는 2010년 볼보를 인수했다. /볼보
저장지리홀딩그룹의 자회사 지리테크놀로지그룹 산하 ‘에어로푸지아 테크놀로지(Aerofugia Technology)’는 15일 순수 전기 드론 ‘엑스-키메라(X-Chimera) 25’를 출시했다. 이 드론은 다른 민간용 드론보다 더 오래 날고 더 무거운 짐을 실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한 시간 반 동안 배터리를 충전한 후 최장 6시간 비행할 수 있다. 비행거리로 치면 300km~400km를 날 수 있는 것이다.

드론 자체 무게는 25kg으로, 최대 무게 6kg짜리 물체를 싣고 날 수 있다. 일반 민간용 드론은 아무런 물체를 싣지 않은 상태에서도 30분 이상 비행할 수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드론의 날개 길이는 5m에 달하지만, 부품을 해체하면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뒷편에 넣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휴대도 간편하다. 에어로푸지아는 "새로 선보인 드론은 넓은 면적 측량과 긴급 구조용으로 쓰일 수 있다"며 "이미 중부 허난성 융청시 경찰이 고속도로 순찰에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에어로푸지아 테크놀로지가 9월 15일 전기 드론 ‘엑스-키메라 25’를 출시했다. /에어로푸지아
에어로푸지아 테크놀로지가 9월 15일 전기 드론 ‘엑스-키메라 25’를 출시했다. /에어로푸지아
에어로푸지아는 지리가 2017년 인수한 미 매사추세츠주의 플라잉 카 개발사 테라푸지아(Terrafugia)와 중국 드론 스타트업 AOSSCI(쓰촨아오시커지)가 최근 합병해 탄생한 회사다. 지난해 현대자동차도 뛰어든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와 플라잉 카 사업을 한다.

징차오 에어로푸지아 최고경영자는 "순수 전기, 수직 이·착륙, 자율비행이 항공 산업의 미래"라며 "우리의 목표는 도로를 달리고 하늘을 나는 ‘하이브리드 카’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드론에서 기술적으로 더 나아간 플라잉 카는 아직 하늘을 날지 못하고 있다. 지리 산하 테라푸지아는 땅에선 자동차, 하늘에선 비행기가 되는 ‘트랜지션’이란 플라잉 카를 개발하고 있다. 회사가 공개한 영상과 자료에 따르면, 2인승 트랜지션은 바닥에서 네 바퀴로 달리다가 공중에 뜨면 접혀 있던 날개를 펼치고 비행한다. 이 회사는 10여 년 전부터 1년 안에 ‘세계 최초의 실용 플라잉 카’를 출시하겠다고 했다. 2018년 10월 첫 주문을 받을 때에도 2019년부터 구매자에게 전달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한 대도 인도되지 않았다.

리수푸 회장은 생존을 위한 핵심으로 기술을 꼽는다. 지리의 거침없는 전 세계 확장 뒤에도 기술 확보 전략이 깔렸다. 주로 오랜 역사와 기술을 가지고 있으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선진국 회사들을 사들였다.

리수푸 중국 저장지리홀딩그룹 회장. /AP
리수푸 중국 저장지리홀딩그룹 회장. /AP
저장성 농부의 아들인 리수푸 회장은 1986년 냉장고 부품을 생산하며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1990년대 들어 오토바이를 만들다가 1997년 자동차 제조 사업에 진출했다. 나랏돈으로 시작하지 않은 중국 최대 민영 차 회사로 크기까지 2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가장 많은 차를 판 중국 자동차 업체도 지리다. 21일 기준 리수푸 회장의 자산 가치는 147억 달러(약 17조 원)에 달한다. 지난해 포브스가 집계한 ‘중국 부호 리스트’에서 12위에 올랐다.

중국 대륙에 머물던 지리는 2010년 미국 포드로부터 스웨덴 볼보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2013년엔 영국 런던의 택시인 블랙캡을 만드는 런던택시컴퍼니를 인수했다. 2017년엔 말레이시아 국영 자동차 회사 프로톤 지분 49.9% 매입하면서 프로톤이 보유한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의 지분 51%도 사들였다.

리수푸(왼쪽 두 번째) 중국 저장지리홀딩그룹 회장과 디터 체체 독일 다임러 회장이 2019년 3월 스마트 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력 서명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다임러
리수푸(왼쪽 두 번째) 중국 저장지리홀딩그룹 회장과 디터 체체 독일 다임러 회장이 2019년 3월 스마트 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력 서명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다임러
지리는 2018년 2월 독일 고급차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 다임러 지분 9.69%를 73억 유로(약 10조 원)에 매입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당시 리수푸 회장은 중국 차 시장을 장악한 외국 차 업체들을 ‘침략자’라 부르며 중국 기업이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리는 가장 최근인 지난해 9월엔 독일 플라잉 카 개발사 볼로콥터에 투자했다. 볼로콥터는 3년 안에 비행 택시를 상용화하겠다고 밝힌 곳이다. 지리는 온라인 차량 호출 플랫폼 차오차오모빌리티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