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제재 시작됐는데 삼성·SK하이닉스,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

장우정 기자
입력 2020.09.22 06:00
서버 D램 가격 하락세, 노트북·스마트폰 수요 회복 덕에 만회
미국의 제재 발효 약 한 달 전부터 화웨이發 반도체 사재기도 영향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익 5조원, SK하이닉스 1조4000억대 전망

올해 3분기(7~9월)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들의 예상 실적을 보면, 이 기간 삼성전자(005930)는 전사 영업이익을 10조원가량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8년 4분기 이후 7개 분기 만에 영업이익이 두자릿수대로 회복하는 것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최대 11조원까지 전망치를 내놓아 ‘깜짝 실적’ 기대감마저 나온다. 이 중 반도체 사업부는 5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게 9월 이후 실적 전망치를 내놓은 증권사들의 예상이다.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었던 지난해 3분기(3조1490억원)와 비교하면 60% 가까이 늘어난 것이고,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반도체 재고를 쌓아놓던 2분기(5조4340억원)에 비해서는 약간 줄어든 것이다. 코로나 특수를 누리던 전 분기보다는 뒷걸음질 친 것이지만, 지난 9월 15일부로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 발효로 주 거래처 중 한 곳을 잃게 된 성적표 치고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3분기 실적 발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3분기 실적 발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 사업만 하는 SK하이닉스(000660)역시 비슷한 패턴일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평균 1조3838억원으로 내놓고 있다. 지난 2분기(1조9467억원)보다 줄었지만, 지난해 2분기보다는 193% 급증할 전망이다.

당초 반도체 업황은 주춤할 수 있다는 전망도 많았다. 코로나 이후 반도체 기업들의 핵심 매출원인 D램의 35~40% 정도를 책임져 오던 서버 D램 가격은 지난 6월 정점을 찍은 후 8월 말까지 내리막길을 걸었다. 경쟁적으로 D램을 사들이던 고객사들이 재고가 6~8주로 정상 수준(4~5주)을 넘어서자, 일단은 재고 털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는 4분기 약간 완화되기 시작하면서 내년 1분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렇다면 이런 핵심 D램 가격 하락, 수요 둔화에도 3분기 깜짝 실적까지 점쳐지는 이유는 뭘까. 역설적으로 미국 제재를 한 달여 앞둔 8월부터 화웨이 긴급주문, 이른바 반도체 사재기가 이어진 것이 다른 기업들의 수요 약화를 어느 정도 방어한 것이라고 업계는 말한다. 화웨이 주문 절벽으로 인한 실적 영향이 3분기에는 보름 정도에 불과한 것도 작용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208억달러(약 24조7000억원)의 반도체를 구매한 ‘큰손’이다. 이는 애플(361억달러), 삼성전자(334억달러)에 이은 세계 3위 규모다.

여기에 상반기 억눌렸던 스마트폰 판매가 하반기 회복되면서 모바일 칩 수요도 기지개를 켜고, 언택트 경제 수혜를 받은 노트북 수요가 계속 좋았던 것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영건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스마트폰이 잘 팔려야 관련 반도체도 많이 나가는데 삼성 스마트폰이 주력 시장에서 소비가 회복되고 있고, 당초 2분기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측됐던 노트북 수요가 3분기에 더 좋아지면서 PC용 칩 수량이 늘어난 것도 실적을 내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업체에 대한 미국 제재로 기업들의 단기적 주문감소가 있을 수 있으나 시장점유율 확대, 신규고객 확보의 기회를 활용한다면 반도체 기업으로선 장기적으로는 실보다 득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가령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로 봤을 때 자사 칩(기린)을 쓰던 화웨이보다 삼성 ‘엑시노스’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많이 쓰는 오포·비보가 화웨이 자리를 대체하면 중국쪽 수요도 회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