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비서실장, 北비자금 세탁 못해준다는 장관에 버럭”

백윤미 기자
입력 2020.09.21 17:51
문재인 대통령이 참여정부 비서실장 시절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있는 북한 비자금을 세탁해줄 수 없다는 의견을 낸 참모에게 크게 화를 냈다는 증언이 나왔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이태경 기자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이태경 기자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BDA 사태와 관련한 비화를 풀어내며 이같이 밝혔다.
BDA 제재는 2005년 미 재무부가 북한의 불법자금 돈세탁을 도와준 혐의로 마카오에 본점을 두고 있는 BDA 은행을 우려 대상으로 지목하면서 촉발됐다. BDA는 뱅크런을 막기 위해 보유 계좌 전부를 동결했고, 이에 따라 북한이 보유하고 있던 계좌 50여개에 들어 있는 2400만달러도 얼어붙게 됐다.

북한은 이 조치에 반발해 6자회담 복귀를 거부했고, 2006년 10월에는 1차 핵실험을 강행해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켰다. 결국 이듬해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내면서 6자회담 재복귀를 선언했지만, 이후 BDA에 묶여있는 북한 자금에 대한 처리 여부는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중국 은행 조차도 국제 사회의 제재와 대외 신인도, 신용 하락 등을 이유로 이 돈을 받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6자회담 수석대표로 있던 천 전 수석은 "청와대 출신 운동권 비서관이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해서 BDA 자금을 세탁해서 북한의 해외 계좌로 넘겨주자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냈다"고 회상했다.

천 전 수석은 "청와대 서별관에서 문재인 비서실장과 법무부 장관, 금융위원장까지 참석하는 대책 회의가 열렸다"면서 "금융위원장과 수출입은행장은 황당무계한 표정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차마 나서지는 못하고 있는데, 법무부 장관이 용감하게 나서서 법적 의견을 제시했다"고 했다. 2006년 8월부터 1년 1개월간 법무 장관을 역임한 김성호 전 국가정보원장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 인다.

천 전 수석은 "법무부 장관이 수출입은행법과 정관을 근거로 들이대며 이 돈을 받아 신용이 떨어지고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기거나 은행에 손실을 끼치면 행장은 배임으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했다.

천 전 수석은 "이 해석을 듣고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이 화를 버럭 냈다"면서 "우리가 무슨 나쁜 짓을 하려는거냐, 어떻게 해서든 풀어보자는 건데 어떻게 그런 해석을 내놓느냐며 법무부 장관을 박살냈다"고 했다.

천 전 수석은 "6자회담 수석대표를 하는 동안에 문재인 비서실장을 이런저런 기회에 여러번 본적 있지만 그렇게 화내는 모습은 처음 봤다"면서 "배임으로 행장이 잡혀갈 수도 있고 수출입은행이 망할 수도 있다는데 대통령이 화낸다고 이게 해결될 일이냐"고 했다. 이런 주장은 당시 야권의 지탄을 받고 국제사회 제재 등 한계로 결국 실행되지 못했다.

2007년 6월 송민순 외교부 장관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 장관과의 회담 끝에 북한의 BDA 자금을 러시아 하바롭스크의 극동상업은행에 옮기는데 합의하면서 해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