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에 코로나19까지… 줄줄이 매물로 나오는 대형호텔

유병훈 기자
입력 2020.09.16 13: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숙박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특급호텔들이 하나둘씩 시장에 나오고 있다.

르 메르디앙 서울 호텔 전경/르 메르디앙 호텔 제공
르 메르디앙 서울 호텔 전경/르 메르디앙 호텔 제공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르메르디앙 서울’은 소유주 전원산업이 삼성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 ‘서울 반포 쉐라톤 팔래스 강남호텔’ 역시 소유주이자 운영사인 서주산업개발이 지난달 삼성증권, CBRE 등을 매각 자문사로 선정해 매각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시내 특급 호텔들이 줄줄이 시장에 나온 것은 업황이 부진해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는 데다 일부 호텔은 여름 성수기에도 별다른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한진수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서울의 5성급 호텔의 경우, 그나마 규모의 경제로 호캉스 등 다양한 상품으로 대응하며 코로나19 타격에서 그럭저럭 선방할 수 있었지만, 주로 외국인 방문객을 대상으로 객실 위주의 영업을 하던 호텔들은 특히 더 큰 피해를 보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 국내 여행객이 몰리면서 특수를 누리는 것으로 알려진 제주도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손님이 몰리는 특급호텔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호텔은 객실이 텅 비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국내 관광객 수요는 흡수했지만, 외국 관광객 수요는 거의 사라진 이유가 크다. 지난달 극성수기였던 광복절 연휴 중간인 16일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96.1% 줄어든 236명에 불과했다.

제주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중문단지 내 특급호텔의 경우 인지도가 높은 만큼 수요가 몰려서 아직 선방하고 있지만, 소수의 호텔을 제외하면 경영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실제로 제주도 서귀포의 대형호텔인 히든클리프 호텔도 코로나19로 인해 매각 절차를 밟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히든클리프 호텔은 지난 2015년 400억을 투자해 2016년 개장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냈는데, 올해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타격이 컸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밖에 전문가들은 공급과잉도 호텔들이 어려운 이유로 꼽는다. 한진수 교수는 "호텔 산업 자체가 지난 몇 년간 공급 과잉을 보여 경매나 인수합병(M&A) 건수가 1년에 60여건 수준에서 최근 300여건 이상으로 늘어났는데, 코로나19로 이 같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서울 호텔은 이번 달이 지나면서 영업 문제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제주도 호텔들은 대부분 리조트 타입으로 관광객들 유치에 최적화돼 서울에 비해서는 양호했지만, 이 역시도 비수기 이후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