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더 큰 고민은 따로 있는데”… 분석은 하고 시작한 임대차3법인가요

유한빛 기자
입력 2020.08.02 06:00
‘임대차 3법’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지난달 31일부터 즉각 시행되면서, 주택 임대차시장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졸속 입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셋값을 올려대는 임대인 대(對) 돈없는 임차인’이라는 선악구도로는 적절한 주거 안정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일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우리나라의 주택 임대차시장은 이미 지난 2013~2014년을 기점으로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반전세(보증금 있는 월세)나 월세로 전환하는 임대인이 꾸준히 늘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상정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표결 결과가 발표되는 지난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정경. /박상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상정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표결 결과가 발표되는 지난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정경. /박상훈 기자
가장 최근 집계인 2019년 기준으로 아파트·연립·다세대주택과 주거형 오피스텔 등을 모두 포함한 주택 임대차시장에서 월세와 전세 비율은 각각 60.3%와 39.7%로, 월세 비중이 더 크다. 전세나 보증부월세(반전세)가 주를 이루는 아파트와 달리 주거형 오피스텔이나 원룸 소형 주택은 월세로 임대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부동산중개업계에서는 저소득층·청년층 대상 전세보증금 대출제도 등은 이전보다 활성화된 반면, 전세 물건을 찾기는 더 어려워지는 추세라고 전한다. 임대료와 관련된 문제보다 공급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의미다. 서울 종로구 ㄱ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면제 실거주 기준이 강화된데 이어 임대차 3법까지 시행되면서 전세 계약이 만기되는 때에 본인이 (세 준 집에) 들어가는 게 낫지 않느냐는 임대인들 문의가 많다"면서 "전세로 내놓으려던 물건을 거둬들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직장인들이라면 전세 보증금이 주거지를 선택하는 최우선 요인이 아니기도 하다. 국토부의 주거실태조사에서 복수응답을 허용한 ‘현재 주택으로 이사한 이유’에 대해 가장 많은 응답자가 ‘시설이나 설비가 더 양호한 집으로 이사하려고(42.6%)’라고 답했다. 그 다음으로 ‘직주근접·직장 변동 때문에(30.8%)’ ‘이미 분양받은 주택으로 이사 또는 내 집 마련을 위해(27.2%)’서라는 답변이 많았다. 살 집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주거 편의라는 뜻이다.

정부와 여당이 임대차 3법을 추진하면서 강조한 ‘집주인의 횡포’를 꼽은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계약 만기로 인해서(15.6%)’, ‘집세가 비싸고 부담스러워서(10.9%)’, ‘집주인이 나가라고 해서(2.5%)’ 등 상대적으로 소수만 해당됐다. 결국 전월세금 상승이 전세불안의 주된 요인이 아닌 상황에서 이를 잡으려다 오히려 매물만 줄이고 임대료만 높아지는 부작용만 생기게 된 셈이다.

특히 직장인일수록 직주근접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조사한 ‘서울시 직장인의 출퇴근 트렌드 변화’를 보면, 2018년 기준으로 서울 직장인 중 51%가 본인이 거주하는 자치구 내로 출근한다고 답했다. 서울 내 다른 구로 출퇴근한다는 비중은 43%, 서울 외 지역에서 일한다는 응답자는 6%에 불과했다.

주로 출근하는 자치구 1~3위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업무지구(GBD)가 차지했고, 종로구(4위)와 강동구(5위)가 그 뒤를 이었다. 일자리가 많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서울 동남권과 경기 과천, 성남, 하남 등의 주택 매매·전세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주 원인도 일자리 접근성이란 얘기다. 임대차 규제보다 이들 지역에 전월세 공급을 늘릴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월세 주택의 품질이 떨어지거나 전세대출 등이 어려워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임대인들이 집을 수리하거나 신축 아파트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놓을 유인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크게 문제 삼지 않았던 임차인의 원상복구 의무를 강화하거나 전세대출에 대한 금융권의 질권 설정을 거부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임대인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우선 새로운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는 어떻게든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려고 할테고, 건물의 중대한 하자가 아니라면 임차인이 알아서 고쳐서 살도록 수리·보수에 소극적이 될 수 있다"면서 "경제학적으로도 주택에 대한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면 넓은 의미에서 조세 전가가 일어나 주거 품질이 떨어지게 돼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학원 법무대학원 교수는 "임대차시장이 계속해서 월세 중심으로 바뀌면 장기적으로는 무주택 세입자의 주거비용이 늘어나, 내 집 마련이 더 늦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매매시장에 물건을 늘리고 주택 구입에 필요한 사다리를 놓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국민이 원하는 주거정책 1순위는 임대주택이 아닌 내집마련과 관련된 것으로 조사된 상황이다. 2019년 주거실태조사 기준으로 응답자 중 가장 많은 비율인 31.2%가 ‘주택 구입 자금 대출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실제로 내 집 마련에 걸리는 기간도 길어지는 추세다. 생애최초로 주택을 마련한 가구주의 평균 연령은 지난 2008년 이후 38~39세 수준이었지만, 최근 4년 들어서는 평균 42.8세로 높아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