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돼지 각막·췌도 인체 이식 임상 신청… WHO 부합 세계 첫 이종 장기이식 도전

장윤서 기자
입력 2020.07.31 14:00
서울대 의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오늘 이종 각막이식 임상계획 식약처 제출
제넨바이오-길병원과도 8월말까지 이종 췌도이식 임상계획 내기로... 식약처 허가 주목
中 돼지각막⋅美등지서 돼지췌도 임상 있었지만 WHO기준 부합한 임상 시도는 처음
박정규 단장 "이식용 무균돼지 활용 유의미한 성과 기대… 인류 기여할 새 문 열 것"

서울의대 의생명동물자원연구센터의 사육전문 연구원이 무균돼지에게 사료를 주고있다./서울대의대 제공
서울의대 의생명동물자원연구센터의 사육전문 연구원이 무균돼지에게 사료를 주고있다./서울대의대 제공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에 맞춰 돼지의 각막과 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異種) 장기이식’ 임상시험이 세계 처음으로 시도된다. 돼지 각막과 췌도 인체 이식 임상이 중국 미국 러시아 등지에서 진행된 적은 있지만 WHO 기준에 맞춰 이종 장기이식 임상이 이뤄진 적은 없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이하 이종장기사업단)은 31일 세계 최초로 국제기준을 준수하는 돼지 (전층)각막 이종 이식 임상 1·2a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종장기사업단은 또 길병원 제넨바이오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돼지 췌도 이종 이식 IND를 8월말까지 식약처에 낼 예정이라고 확인했다.

이에 따라 식약처가 허가를 내줄 경우 세계에서 가장 먼저 국제기준을 준수하는 이종 장기이식 임상시험이 이뤄지게 된다. 국내에서 장기 이식 대기자가 갈수록 늘고 있지만 장기 기증은 한정적이어서 매일 다섯 명꼴로 대기 환자가 목숨을 잃는 상황에서 장기이식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식약처 세포유전자치료제과 관계자는 "통상 IND를 제출하면, 처리기간까지 30일이라는 검토기간이 소요된다"면서 "자료가 미흡하면 2번의 보완을 요청한다. 그렇게 될 경우 30일 이상 기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빠르면 9월에 세계 첫 이종 장기이식 임상이 국내에서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이종이식은 외상을 입거나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사람의 장기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동물 장기나 세포를 환자에게 이식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2003년 바이오 이종장기개발사업단을 출범하고 연구를 해왔다. 지난 17년간의 연구를 토대로 돼지 각막으로 실명 등 각막 질환을, 돼지 췌도로 당뇨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찾았다.

이종장기사업단이 임상을 추진할 돼지 각막이식 제제 코드명은 ‘SNUminiature-pig-PT1(각막 부분층)’, ‘SNUminiature-pig-FT1(각막 전층)’ 2개다. 현재 박정규 단장(서울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이 이끄는 이종장기사업단에서 관련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김미금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팀이 각막 이종이식 임상시험을 이끌 예정이다.

서울대 의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은 31일 세계 최초로 국제기준을 준수하는 돼지 (전층)각막 이종 이식 임상 1·2a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 사진은 무균돼지./서울대의대
서울대 의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은 31일 세계 최초로 국제기준을 준수하는 돼지 (전층)각막 이종 이식 임상 1·2a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 사진은 무균돼지./서울대의대
연구진은 양쪽 눈 각막손상으로 앞을 못 보는 환자에게 각막을 이식한다는 계획이다. 임상시험 대상자는 총 2명이다. 박정규 단장은 "오늘(31일) 식약처에 IND 접수를 마쳤다"며 "IND 신청 후 임상을 위한 허가까지 약 한달이 소요될 것을 감안하면, 9월엔 본격 임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이어 "기존에 중국에서 부분적 각막 이종이식을 시도한 적은 있었지만, 전층 사례는 우리가 최초"라면서 "세계 최초로 국제기준을 준수해 각막 전층을 활용한 이종이식 임상시험이 국내에서 시도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장기사업단은 8월말까지 길병원이 추진하는 돼지 췌도 이식에 대한 IND를 제출할 계획이다. 돼지췌도 이식 임상시험 1·2a상을 위한 제제 코드명은 ‘KXITSW1.0(가제)’다. 췌도세포가 존재하는 췌장은 우리 몸에서 혈당을 조절하는 데 혈당조절이 안되는 당뇨 환자들에게 적합한 치료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넨바이오는 이 프로젝트에서 GMP시설을 완비하고, 식약처 IND 접수를 위한 췌도분리를 담당하고 있다. 연구팀은 식약처 허가가 나는대로 췌도 이종이식을 받을 환자 2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개시할 계획이다.

김성주 제넨바이오 대표는 "8월 말까지 IND 신청을 완료하고 자료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식약처 승인을 거쳐 9월중 임상을 본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연구를 위한 형질전환돼지를 키우기 위해 경기도 평택에 2000여평 규모 연구개발 시설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당뇨 등으로 고통받아 장기 이식이 필요한 환자가 돼지 장기로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꿈을 이루는 것이 목표다.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신장이식, 후복막의 종양, 췌장 및 췌도이식, 육종암 등을 중심으로한 국내 장기 이식 분야 권위자다.

이종장기사업단은 국제 기준에 맞춰 추진하고 있는 세계 최초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이종이식학회(IXA) 가이드라인은 돼지 췌도를 이식받은 원숭이 6마리 중 4마리 이상이 6개월 이상 정상혈당을 유지하거나 인슐린 주사량을 절반 이하로 줄인 상태에서 비슷한 혈당을 유지하고, 1~2마리가 이 같은 효과를 1년 이상 유지하면 임상시험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박정규 단장.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박정규 단장.
전세계적으로 돼지췌도 인체 이식 임상은 뉴질랜드 바이오기업 디아트란츠 오츠카가 미국과 러시아에서 임상시험을 했었지만 WHO 기준을 따른 건 아니었다. 중국에서는 앞서 돼지 각막을 114명의 환자에게 이식해 106명이 성공하는 임상을 하고 판매허가 까지 내줬지만 부분 이식인데다 WHO 기준을 따르지 않았다.

이종장기사업단은 영장류 동물실험을 통해 국제기준에 맞춘 연구를 진행해 췌도 이종이식 성공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사업단 연구에 따르면 연구진은 당뇨병에 걸린 원숭이 5마리에게 돼지 췌도를 이식했고, 모두 6개월 이상 정상혈당을 유지했다. 이 중 1마리는 약 1000일(2년 10개월)까지 정상혈당을 유지했다.

오는 8월 28일 첨단재생의료·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지원에 관한 법률(첨단재생바이오법)이 시행되는 것도 이종 장기이식에 대한 전망을 밝게한다. 이종이식은 첨단재생바이오법에 의거해 첨단의약품 중 ‘이종이식제제’로 분류된다.

그동안 이종 장기는 ‘세포치료제’로 볼 것인지, ‘의료용 이식 재료’로 볼지 기본적 분류 기준이 없어 개발자들은 어떤 절차로 허가를 진행해야 하는지조차 불분명했다. 보건당국은 이종 장기처럼 여러 바이오 기술이 융복합된 첨단 제품에 대한 분류 기준을 마련해왔다. 그 결과 돼지를 활용한 장기이식 등 이종 장기이식을 첨단의약품으로 분류하기로 했다.

이종 장기이식이 상용화될 경우 전세계 50조원이 넘는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된다. 전세계 장기이식 수요 충족률은 10%에 불과하다. 10명 중 9명은 기증자가 부족해 장기 이식을 제때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내의 경우, 장기를 제때 이식받지 못해 숨지는 환자만 하루 평균 5.2명에 달한다. 오는 2024년 예상되는 세계 관련 시장 규모는 약 54조원 수준이다.

박 단장은 "1960년대부터 원숭이 등 영장류에 장기이식을 시도했지만 세균 감염, 면역거부반응 등을 극복하지 못했다"면서 "이식용 무균돼지를 활용한 시도가 유의미한 성과를 낼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가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문을 열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넨바이오 연구진이 미니돼지 췌도에서 분리한 췌도세포를 보고 있다./제넨바이오 제공
제넨바이오 연구진이 미니돼지 췌도에서 분리한 췌도세포를 보고 있다./제넨바이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