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입북 탈북자, 빗속 배수로 통해 월북…3년전 탈북 땐 7시간 걸려 남하

손덕호 기자
입력 2020.07.27 13:00
3년 전 탈북 과정 최근 유튜브서 언급
"개성공단 폐쇄 후 생활고 겪다 탈북"

군 당국은 27일 북한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한 재입북 탈북민 김모(24)씨가 강화도에서 출발해 월북했다고 밝혔다. 철책이 아닌 배수로를 통해 강화도 일대에서 북한 황해도까지 최단 거리는 약 2㎞다. 한강 하구를 헤엄쳐 북한 땅으로 갔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민 김모씨. /조선DB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민 김모씨. /조선DB
정확한 월북 시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지난달 함께 방송을 촬영한 유튜버 김진아씨(유튜브 채널 '개성아낙' 운영)가 김씨로부터 "정말 미안하다. 누나 같은 사람을 잃고 싶지 않다. 살아 있는 한 은혜를 갚겠다"는 메시지를 받았고, 북한이 19일 김씨가 "개성으로 귀향했다'고 밝힌 점으로 미루어 18일 새벽 이후로 추정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김씨가 월북한 강화, 김포 일대에는 19일 오전부터 많은 비가 내리고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다. 비로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노려 사전답사로 파악한 배수로 등을 통해 월북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강화도 일대에서 김씨가 버리고 간 가방을 발견했다.

이런 가운데 김씨가 3년 전 탈북한 과정이 화제가 되고 있다. 김씨는 2017년 6월 비슷한 경로로 월남했다.

김씨는 지난달 23일과 26일 '개성아낙'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탈북을 결심한 계기는 첫째 살기가 힘들어서였다"며 "개성공단이 깨지면서(폐쇄되면서) 저도 장사가 안되다 보니까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어릴 때부터 귀도 좋지 않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백마산에 올라갔다"고 했다. 개성시 해평리 백마산에서 웅덩이 물과 개미가 끓는 효모 빵을 먹으며 사흘을 지내다 '이렇게 죽는 것보다 (남한에) 한 번 가보고 죽자'는 생각에 탈북을 결심했다는 설명이다.

2017년 탈북했던 북한 이탈 주민이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27일 오전 강화도 양사면과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사이로 한강이 흐르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탈북했던 북한 이탈 주민이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27일 오전 강화도 양사면과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사이로 한강이 흐르고 있다. /연합뉴스
김씨는 "(탈북하는 날) 오후 3시쯤 분계선 고압선과 가시철조망을 2차례 넘어서 지뢰밭을 건넜다"며 "나무를 꺾어 밟는 자리마다 찌르면서 건넌 뒤 한강 옆 갈대밭에서 3시간을 숨어 있었다"고 했다. 이어 "불빛만 보고 수영을 한참 하다가 유도를 지나 분계선이 좀 가까워졌을 때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다"며 "땅을 밟고 올라갔는데 분계선 문을 열고 군인 8명 정도가 나와서 나가자마자 쓰러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당초 남한 땅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가량 걸릴 것으로 판단했으나 7시간 30분가량 지나 있었다고도 밝혔다.

김씨는 "한국에 와서 두 귀를 고쳐서 잘 듣고 있는데 이게 정말 감사하고 기쁘다"며 "어머니나 형제들한테 알려주고 싶은 설움에 병원에서 눈물이 나기도 했다"고 의료진에게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