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거면 말이나 꺼내지 말지"… 교통망 확충 놓고 곳곳서 잡음

허지윤 기자
입력 2020.06.30 16:00
지역 균형 발전과 교통 불편 개선 등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해온 도시철도 연장 사업이 속도를 내기는커녕 곳곳에서 잡음이 나오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3기신도시 등의 교통망 확충 계획이 알려졌다가 말이 바뀌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30일 건설·교통업계에 따르면 하남시에서는 최근 ‘지하철 3호선 연장’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 2018년 연말 정부가 발표했던 계획안에 들어있던 3호선 연장선 ‘감일역’ 신설안이 올해 정부가 발표 계획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각종 커뮤니티와 카카오톡 오픈채팅 등에서 정부 계획안을 공유하고 집단 행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 26일 기준 경기도민 6378명이 ‘이재명 도지사님! 하남 감일지구에 원래대로 3호선을 돌려주십시오.’, ‘선거가 끝나고 이렇게 변할 수 있는건지, 도와주셔요’라는 내용을 담은 청원에 동참했다.

감일역 신설을 주장하는 주민들은 "감일지구 B3, B4, B9 등 블럭의 경우, 아파트 분양 당시 ‘3호선 감일역 설치’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하남도시공사에서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으므로 감일지구를 지하철 계획에서 제외한다면 이는 엄연한 분양사기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21일 하남교산지구 광역교통개선대책으로, 송파-하남 도시철도 등 20개 사업에 총 2조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제공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21일 하남교산지구 광역교통개선대책으로, 송파-하남 도시철도 등 20개 사업에 총 2조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제공
실제 국토교통부는 2018년 12월 3기신도시 계획을 발표하면 3기신도시 중 하나로 하남 교산지구(교산신도시)를 선정하고, 교통 대책으로 감일지구 내 3호선 오금역 연장선 감일역(예정)을 신설하는 방안을 밝히기도 했다.

지하철 3호선을 현재 종점인 오금역에서 10㎞ 연장해 교산신도시에서 수서역까지 20분, 잠실역까지 30분이면 갈 수 있게 한다는 게 당시 구상이었다. 이에 하남 구도심인 덕풍동·신장동 일대와 감일지구가 수혜지역으로 꼽혔다. 지하철 3호선 오금역을 연장해 교산신도시를 서울과 연결하면서 연장 노선이 지나게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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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달 21일 국토부가 발표한 ‘교산 신도시·과천지구 광역교통개선대책’에는 3호선 감일역 신설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송파~하남 도시철도’ 노선 계획이 담겼다. 이를 두고 감일역 신설이 사실상 백지화됐다는 해석이 나오게 된 것이다.

국토부는 현재 감일역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하남교산지구 광역교통개선대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기본계획, 설계 등 후속절차 추진 과정에서 확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시가 작년 2월 발표한 ‘제2차 서울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도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잡음이 나오고 있다. 이 계획엔 강북횡단선, 면목선, 난곡선, 목동선, 서부선, 우이신설연장선 등 6개 노선을 신설하고 서부선(남부)과 신림선(북부)은 연장, 5호선 직결화(둔촌동역∼굽은다리역)와 4호선(당고개∼남태령)에 급행열차를 추가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서울시는 강북횡단선 사업을 2021년에 착공해 2025년 개통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지만, 행정절차가 거듭 지연되면서 목표 개통시점을 맞추기 어렵게 됐다. 빨라도 2028년 개통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또 민자사업으로 계획됐던 면목선, 목동선, 난곡선, 우이신설연장선 등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지연됐고, 서울시가 재정사업으로 전환해 추진 중이다.

서울 지하철 8호선 복정역과 산성역 사이에 신설되는 지하철 8호선 위례 추가역의 경우, 당초 2017년 완공할 계획이었지만 성남시의 토지 보상 절차가 지연되면서 작년 12월 말 착공에 들어가 2021년말에나 완공될 예정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교통망 확충 계획의 실행 방안과 착공·완공 예상시점도 제시하지 못하는 시점에 먼저 발표하면서 시장의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교통대책을 급조해서 내놓다보니 사업 검토 및 각종 행정절차 상에서 계속 늦춰지고, 결국 계획대로 추진됐던 적이 거의 없게 된 것"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섣부른 발표를 남발하면서 교통수혜지역의 집값만 자극해왔다"고 비판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수도권 신도시의 집값은 서울 도심과의 접근성, 교통환경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3기 신도시 계획의 성패는 교통망 확충 실현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신도시 조성과 함께 교통환경 개선이 조기에 이뤄져야 하고, 서울까지 이동시간을 단축하는 등 교통난을 해소해야만 정부가 기대하는 인구 분산 효과를 거두고 수도권 주택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