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증권거래세 폐지 논란…기재부, 또 '여의도 포비아'?

세종=정원석 기자
입력 2020.06.29 16:30
불붙은 ‘증권거래세’ 논란… 여야 "폐지" VS 기재부 "존속"
벌써부터 ‘여의도 포비아’ 우려... 2022년 대선도 변수

2000만원 이상 주식 양도차익에 소득세를 부과하는 정부의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 발표를 계기 삼아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증권거래세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를 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주식 양도 차익에 과세를 했다면, 소득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거래금액에 정률로 부과되는 거래세는 없애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여야가 잇따라 주식 양도차익 과세가 시작되는 시점에 증권거래세를 완전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와 내국인 간 과세 공평성 확보, 초단기 매매로 인한 시장 불안 등을 막기 위해서는 증권거래세를 존속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지만, 국회와 여론의 공세를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전망이 나온다.

임재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광효 소득법인세정책관, 임재현 세제실장, 김문건 금융세제과장 /뉴시스
임재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광효 소득법인세정책관, 임재현 세제실장, 김문건 금융세제과장 /뉴시스
◇ 여야 ‘증권거래세 폐지’ 한 목소리… "과세 원칙 위배 없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 경제통 의원들이 잇따라 증권거래세 폐지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023년까지 상장주식 양도세 부과 대상을 개인투자자로 전면 확대하는 대신 증권거래세율을 현행 0.25%에서 0.15%로 인하하기로 했는데, 그마저도 폐지해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입장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유동수 의원이 증권거래세 폐지와 주식 양도세 부과 전환을 골자로 한 '증권거래세 폐지 법안' 등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현행 0.25%인 증권거래세를 2025년에 전면 폐지하도록 했다. 민주당 자본시장특위 위원장이자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에 내정된 김병욱 의원도 증권거래세 폐지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에서도 기재부 1차관 출신 추경호 의원이 증권거래세 완전 폐지와 주식 양도세 부과 전환을 골자로 한 금융세제 법안을 대표 발의할 계획이다. 세법을 다루는 기재위의 한 관계자는 "증권거래세 폐지 시기, 주식 차익 양도세를 부과하는 소득 기준 등 기술적인 몇가지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양도세 부과 시점에 맞춰 거래세를 완전 폐지해야 한다는 데 여야 의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부는 증권거래세를 완전 폐지할 경우 부작용이 크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기재부는 보도참고자료 등을 통해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은 소득세에만 적용되는 과세 원칙으로 모든 세목에 적용되는 게 아니다"면서 "이 원칙은 재산세, 소비세, 거래세 등 여타 세목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영국, 프랑스 등 다른 나라도 소득세와 거래세를 같이 부과한다는 점도 기재부 측이 거래세 존속을 고집하는 이유다.

◇ 국회 문턱 넘을 수 있나… 여의도 포비아 ‘우려’

이 같이 정치권과 기재부의 판단이 정반대로 엇갈리면서 증권거래세 존속 여부가 올해 세법 개정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예산과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기재부 등 정부의 결정사항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뒤바뀌는 ‘여의도 포비아’가 증권거래세 논의에서도 반복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여의도 포비아’란 국회가 있는 여의도와 공포라는 뜻의 포비아의 합성어로, 행정부 결정이 국회에서 뒤집히는 것에 대한 관료들의 심리적 거부감을 나타낸다. 올해에만 기재부는 코로나 대응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변경되는 일을 겪었다. 지난 5월 2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때는 소득하위 70%까지 지급하기로 했던 재난지원금을 전국민 대상으로 지급하기로 하면서, 추경예산규모가 정부가 제출한 7조6000억원에서 12조2000억원으로 4조6000억원 증액됐다.

당초 정부는 적자 국채 발행 없는 2차 추경을 계획했지만,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위해 적자국채를 3조4000억원 발행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전국민재난지원금에 대한 여당과의 합의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세균 국무총리에게서 경고를 받기도 했다.

기재부는 증권거래세 문제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코로나 대응 등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세수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세가 폐지되면 외국인의 국내주식 매매에 대해 세금을 매길 수 없다는 점을 기재부가 강조하는 이유다. 작년 기준 외국인의 주식 거래 비중은 약 30% 정도로, 외국인이 납부한 증권거래세는 1조원대에 달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주식양도차익 과세의 금융 증세 논란이 일어났을 당시 "증권거래세를 인하하고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면 전체 세수는 '제로섬'이 된다"면서 기재부 측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금융투자소득과세가 시작되는 2022년이 대통령 선거 정국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선 등 정치일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가 표심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증세 문제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는 여당 지도부가 정부의 증권거래세 존속 입장에 동조하고 있지만. 세법개정 논의가 본격화된다면 증권거래세 문제에 대해 다른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