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은 안나오고… "부끄러운 줄 알아라" "미친 XX" 욕설 오간 이스타항공 기자회견

김우영 기자, 정민하 기자
입력 2020.06.29 16:03 수정 2020.06.29 16:54
"부끄러운 줄 알아! 직원들 팔아먹고 얼마나 가나보자!"

29일 오후 2시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열린 이스타항공 기자회견장에선 온갖 욕설과 고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은 이스타항공의 창업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이 이스타항공 지분을 회사 측이 헌납하겠다고 밝힌 자리였다. 하지만 임금 체불 등으로 집회를 이어온 노조 측이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강한 불만을 표하며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실소유주인 이상직 의원은 나오지 않고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이상직 의원 입장을 대변한 데다, 근로자대표 측이 이 의원을 두둔하면서 노조 측이 반발하는 모습이었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조종사 노조뿐이며, 직원들은 따로 노조를 결성하지 않았다.

29일 이스타항공 강서구 본사에서 노조원들이 최종구 대표의 인수·합병 관련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이스타항공 강서구 본사에서 노조원들이 최종구 대표의 인수·합병 관련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이스타항공 최종구 대표이사는 이스타항공 지분을 모두 헌납하겠다는 내용의 이상직 의원의 입장문을 대신 읽었다. 이어 마이크를 건네받은 근로자대표 측은 "우리 이스타항공 근로자대표 일동은 이스타항공 대주주의 경영권을 넘기는 통 큰 결정에 감사한다"며 "조종사 노조에서도 이제는 한뜻으로 회사를 살리는 노력 함께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자 10여 명 가까이 되는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측은 "네가 그걸 왜 이야기해! 네가 근로자 대표 맞냐"며 큰소리로 항의했다.

근로자대표가 회사 전 직원을 대표하는지에 의문이 나오자 근로자대표 측은 "코로나19로 인해 회사 경영 상황이 악화되면서 구조조정·희망퇴직을 합의하기 위해 근로자대표를 뽑아야 했다"며 "사내 인트라넷에 전체 투표 공지를 올렸고 전직원 투표에서 70% 이상 득표해 근로자대표로 선임됐다"고 했다.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사측의 대답에 대한 노조 측의 항의가 이어졌다. "오늘 갑자기 이런 결정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최 대표가 "현재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 그래서 대주주님이 회사와 임직원들의 고용 문제를 위해 결단 내리신 것"이라고 답하자, 노조는 "노동자 상황이 최악인 건 옛날부터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유상 이스타항공 경영관리 전무가 "여기는 기자회견이니 조용히 해달라"고 말하자 노조 측은 다시 "우리가 이런 말도 못 하냐"며 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막바지 즈음에는 욕설이 난무했다. 최 대표가 "코로나가 아니면 이렇게 어려워질 일이 없었다"며 "저도 이 회사에 14, 15년 정도 있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하자 노조 측은 "미친ΧΧ"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임금체불을 놓고 이스타항공 측과 제주항공 사이 입장 차이가 계속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이스타항공 직원들이 입고 있는 상황이다. 이스타항공 한 노조원은 "사측이 진정한 사과는 하지 않은 채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며 "이미 빚덩이인 회사 지분을 내려놓는 건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안위만 챙기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스타항공 내에서도 사측과 협의하고 있는 직원들은 크게 220명이 속해 있는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와 경영직 및 운항승무원 등이 포함된 일반직군 1500명의 근로자대표로 나누어져 있다. 지난 4월 민주노총 공공운수에 가입한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 15일 청와대, 18일 더불어민주당 당사, 19일 민주당 전북도당 당사 등에서 연이어 집회를 열고 민주당 이상직 의원이 책임지라며 비판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