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석 巨與, 33년만에 상임위 싹쓸이…향후 정국 '예측불허'(종합)

김명지 기자, 김보연 기자
입력 2020.06.29 15:52 수정 2020.06.29 16:28
김태년·주호영 협상 30분만에 결렬
53년 만에 與 단독 원 구성 기록
예결위 정성호·정무위 윤관석·국토위 진선미
교육위 유기홍, 과방위 박광온, 행안위 서영교
국회의장, 통합당 전 상임위원 강제배정
본회의 산회 직후 상임위 열고 추경심사

국회가 29일 본회의를 열고 18개 상임위원장 가운데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민주당은 지난 15일 선출한 6곳(법제사법·기획재정·외교통일·국방·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보건복지) 상임위원장에 이어 정보위원장을 제외한 17곳의 상임위원장을 자당(自黨) 몫으로 선출했다.

이날 본회의는 여야 합의 없이 이뤄져 미래통합당은 불참한 가운데 진행됐다. 정의당은 본회의에는 참석했지만 상임위원장 선출 표결에는 불참했다. 여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것은 전두환 정권 말기였던 1987년 1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이후 33년 만이다. 국회의장의 원내교섭단체 의원 전 상임위 강제 배정, 53년 만에 여당 단독 원 구성까지 21대 국회 시작부터 각종 기록이 나왔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2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박병석 국회의장이 2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본회의에서 일괄 상정된 운영⋅정무⋅국토 등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안건은 재석의원 181명 출석에 177~180명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날 투표는 후보자 여러 사람의 이름을 한 투표 용지에 한꺼번에 기록하는 연기식, 투표자의 이름을 적지 않는 무기명으로 진행됐다.

당초 야당 몫이었던 예산결산특별위원장에 민주당 단독 표결로 4선의 정성호(경기양주⋅180명 찬성) 의원이 선출됐다. 운영위원장에 김태년 원내대표(180명 찬성)가, 정무위원장에는 윤관석(3선인천남동을⋅180명 찬성)의원이 선출(180명 찬성)됐다. 교육위원장에는 유기홍(3선서울관악갑177명 찬성),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에 박광온(3선⋅경기수원정⋅179명 찬성), 행정안전위원장에 서영교(3선⋅서울중랑갑⋅180명 찬성), 문화체육관광위원장에 도종환(3선⋅충북청주흥덕⋅179명 찬성),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이개호(3선⋅전남담양함평⋅180명 찬성), 환경노동위원장 송옥주(3선⋅경기화성갑⋅179명 찬성), 국토교통위원장 진선미(3선⋅서울강동갑⋅180명 찬성), 여성가족위원장에 정춘숙(재선·경기용인병⋅179명 찬성) 의원이 선출됐다.

운영위원장으로 선출된 김 원내대표는 "야당과 합의를 통해 원만한 원구성을 위해 협상했지만 결과적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코로나19로 힘들어 하는 국민의 삶을 챙기고 기업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조속한 국회 가동을 미룰 수 없었다"고 했다.

정 신임 예결위원장은 "뜻밖의 중책을 맡아 당황스럽다"며 "무거운 책임감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대표적인 협상파로 통한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당시 야당 원내수석 부대표를 맡았다.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마했다.

민주당이 단독 원 구성을 하게 되면서 앞으로 정국은 예측불허 상황이 됐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 산회 직후부터 상임위를 열고 추경안 예비심사에 돌입한다. 당장 복지위원회와 국방위 기재위 법사위에 이어 문체위, 행안위, 정무위, 운영위가 이날 오후 전체회의 개의를 예고했다.

미래통합당 중진의원들이 29일 오후 여당의 상임위원장 독점과 관련해 서울 여의도 국회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중진의원들이 29일 오후 여당의 상임위원장 독점과 관련해 서울 여의도 국회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통합당은 지난 15일 민주당의 단독 원구성에 항의하며 국회 전 일정을 보이콧하는 상태다. 통합당은 이날 자당 몫으로 거론됐던 7개 상임위원장을 포기했고, 103명 의원들의 상임위원 명단도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추경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도 민주당이 단독으로 열 가능성이 높다. 여당이 추경안 처리와 함께 일부 쟁점 법안을 처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회동에 앞서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결산특별위, 상임위가 일사천리로 돼서 밤새더라도 이번 회기 내 추경이 통과돼야 한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후의 일방적인 진행은 저희가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날 오후 통합당 김기현 의원 등 중진 의원들은 국회의장실을 단독 원구성에 대한 항의 방문했다. 통합당 배준영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결국 의회독재를 선포를 했다"고 했다. 배 대변인은 "협상의 끝자락까지 명분을 쌓기위해 근거 없이 제1야당 대표의 과도한 개입을 운운한다"며 "허위사실로 내부분열까지 획책하는 여당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17개 상임위원장을 거느린 176석 거여의 독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의당은 이날 본회의에는 참석했지만 상임위원장 선출 표결에는 불참했다. 강은미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상임위원장 배분은 교섭단체에만 주어진 권한이지만 교섭단체 양당이 협상에 실패해 18개 상임위원장을 하나의 당이 독식하는 사태가 됐다"며 "비정상적인 국회로 가장 큰 피해는 국민이 본다는 사실을 거대 양당은 명심하기 바란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로텐더홀에 정의당 의원들이 '등록금 반환 추경예산 편성'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로텐더홀에 정의당 의원들이 '등록금 반환 추경예산 편성'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