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다” 서울 중저가 아파트 경매 활활… 고가 아파트는 현금부자가 줍줍

허지윤 기자
입력 2020.06.04 14:04 수정 2020.06.04 14:39
서울 지역 중저가 아파트가 경매 시장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올해 최고 낙찰가율 상위 1~6위가 모두 9억원 이하 아파트였다. 이런 집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고가 낙찰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다. 낙찰가율이 100%보다 높다는 것은 감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낙찰됐다는 의미다. 낙찰가율이 높다는 것은 경매 물건에 대한 투자 또는 소유 가치가 높게 평가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조선비즈가 법원경매전문기업 지지옥션에 의뢰해 올해 5월까지 법원 경매가 진행된 서울 소재 아파트의 낙찰가율과 가격대를 분석한 결과, 낙찰가율 상위 1위~6위까지 모두 9억원 미만의 아파트가 차지했다. 유찰(流札)된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지난 5월 감정가 9억원 미만 서울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은 104%를 기록했다. 작년 5월만 해도 평균 낙찰가율은 96.3%로 100%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8월부터는 매월 낙찰가율이 100%를 웃돌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경. /조선DB
서울 아파트 전경. /조선DB
올해 1~5월 경매가 진행된 서울 아파트 중 낙찰가율이 가장 높았던 것은 188.9%에 달했다. 지난달 낙찰된 서울 노원구 월계동 삼창 다동 아파트의 전용면적 57㎡(4층)짜리 물건이다. 1985년에 준공된 단지로, 해당 물건 감정가는 9000만원에 책정됐는데, 이곳을 잡기 위해 4명이 참여해 1억7001만원에 낙찰됐다.

이 아파트 동일면적 일반 매물이 지난 3월, 3억9900만원(3층)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고, 지난 달 3억원(10층)에 손바뀜이 었었던 것을 감안하면 낙찰자는 그래도 현 시세보다 1억3000만원 가량 싼 값에 쥔 셈이다.

낙찰가율 상위 2~3위는 서울 강남권에서 보기 드문 9억원 미만 아파트가 차지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4차현대 101동 전용면적 52㎡짜리가 경매 시장에 나오자 10명이 응찰해 감정가 7억1300만원보다 2억여원 높은 9억688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135.9%이다. 이곳의 동일면적 일반 매물은 2018년 3월 7억원에 거래된 이후 거래가 없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로데오현대상가 101동 전용 85㎡짜리 물건에는 25명이 몰렸고, 낙찰가율 128%를 기록했다. 감정가가 8억8600만원인데 낙찰가는 11억3410만원이다. 이곳의 올해 일반 매매 시세는 11억9000만~12억3000만원이다.

낙찰가율 4위(126.3%)는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현대110동 물건으로, 감정가는 4억7500만원인데 5억9999만원에 낙찰됐다. 5위(125.50%)는 서울 구로구 고척동 산업인 가2동의 감정가 1억8600만원짜리 물건으로, 15명이 경매에 참여해 2억3351만원에 넘겨졌다. 6위(122.8%)는 서울 강동구 길동 한빛아파트 17층 물건으로, 감정가 3억4200만원짜리가 4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경쟁률은 11대 1이었다.

올해 경매시장에서 서울 아파트 월별 물건은 70건도 안될 정도로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청약을 통한 새 아파트 입주가 하늘의 별따기인데다 서울 아파트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아파트 경매 시장으로 몰리고 있는데 물건은 적은 셈이다.

반면 고가 아파트의 경매는 경쟁은 상대적으로 덜 치열한 편이다. 올해 1~5월 9억원 미만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 물건 중 최고 경쟁률은 25대 1인데, 15억원 이상 아파트 경매 물건은 9대 1이었다.

15억원 이상 아파트 경매 물건은 응찰자 수가 1명인 경우도 여럿 있었다. 지난 4월 낙찰된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잠실동 갤러리아팰리스, 5월 낙찰된 용산구 신계동 용산e편한세상 경매에 참여한 사람은 각각 1명이었다.

종합하면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대출 여건이 좋은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로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집값이 오르는 현상이 아파트 경매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은 "정부가 작년 12·16대책에서 15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대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대출이 쉽지 않다보니 고가 아파트에는 대출이 필요없는 현금 부자들만 입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