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임대인' 울리는 임대차보호법… "월세 내린 뒤 5% 이상 올리면 과태료"

심민관 기자
입력 2020.06.04 06:00
‘5% 임대료 인상 금지’ 규정에 발목 잡힌 임대인들
코로나 사태로 깎아준 임대료 원상회복 어려워
임대주택은 합의 불문 과태료 3000만원, 임대상가는 특약 있으면 원상회복 가능

수원에서 원룸 임대를 하는 성모씨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세입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임대료를 20% 낮춰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끝나도 임대료를 원상회복 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성씨는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하려 했지만 과태료 때문에 포기했다"며 "임대료 대신 관리비 면제 등을 통해 세입자를 돕기로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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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이후 세입자들과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월세를 깎아준 ‘착한 임대인’들 사이에서 ‘과태료 철퇴’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현행법상 임대료를 5% 넘게 올릴 경우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이 때문에 임대인들은 코로나 사태가 회복된 이후에도 이전 수준으로 임대료를 받기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 ‘착한 임대인’ 독려하더니… 월세 되돌리면 과태료 폭탄

국토교통부는 선의(善意)로 임대료를 낮춰준 건물주와 집주인도 주택임대차보호법시행령 제8조를 적용받아 나중에 임대료를 5% 넘게 올릴 경우 과태료를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입장이 인터넷 임대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려지자, 임대업자들의 볼멘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오피스텔 임대업자는 "세입자들의 임대료 인하 요구가 많아 15% 정도 인하를 해줄 계획이었지만, 현행 법을 알게된 후 마음이 바뀌었다"며 "정부가 해당 법규를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고 무작정 착한 임대인이 될 것만 요구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또다른 원룸 임대업자는 "임대료 조정에 관한 모든 사항은 반드시 문서화돼야 하고 신고도 의무로 규정돼 있다"며 "만약 기존 계약서를 그대로 둔 채 월세를 깎아줬다간 불법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상가 역시 마찬가지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제4조에 따르면 상가 임대인이 5%가 넘게 월세를 증액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해당법률 주무부처인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관계자는 "상가 임대료를 인하한 뒤 나중에 다시 이전 상태로 돌리는 경우에도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며 "세입자가 이 법률을 근거로 소송을 할 경우 5%를 초과하는 임대료는 부당이득이라 반환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과거에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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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가는 임차인과 합의하면 임대료 원상회복 가능

주택 임대와 상가 임대는 모두 임대료를 5% 넘게 올리는데 법적 규제를 받지만, 어길 경우 적용되는 벌칙에서는 차이가 있다.

민간 임대주택의 경우 5% 넘게 임대료를 인상하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반면 상가는 ‘5% 룰’을 어겨도 과태료 폭탄을 맞지는 않는다. 다만, 상가 임차인은 5% 룰 조항을 근거로 상가 주인의 임대료 인상 요구를 거부할 수 있고 민사소송을 통해 시비를 가릴 수 있다. 상가 임차인이 합의해주지 않으면 5% 이상 임대료 인상을 할 수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법률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로 상가 임대료 인하시 ‘원상회복 특약(합의)’을 해두지 않으면 5% 룰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상가나 상업용 건물을 소유한 사람이라면 임대료를 낮춰주기 전에 임차인을 상대로 반드시 원상회복 특약을 받아둬야 ‘뒤통수’를 맞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임대주택은 집주인과 세입자간 원상회복 특약이 있어도 ‘무용지물’이다. 법무법인 디딤돌의 박지훈 변호사는 "코로나 사태와 같은 돌발상황까지 배려하지 못한 법적 공백으로 인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내린 ‘착한 집주인’들만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