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대만에 12조원 추가 투자...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맞불'

윤민혁 기자
입력 2020.06.04 06:10
대만 실리콘밸리 신죽과학단지에 내년 완공 목표 공장 투자
미국에 첫 공장 신설 계획 발표 이어 한달새 25조 이상 투자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주문 생산) 시장 1위인 대만 TSMC가 신규 패키징·검측 공장 건설에 100억달러(약 12조3000억원)를 투자한다. 120억달러(약 14조6000억원)를 들여 미국에 신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지 한달여만에 이뤄진 조치다. 삼성전자가 2030년 파운드리 시장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로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TSMC 또한 공격적인 투자로 수성에 나서는 모습이다.

TSMC 공장 내부 모습. /TSMC 제공
TSMC 공장 내부 모습. /TSMC 제공
3일 타이베이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대만 먀오리(苗栗)현 쉬야오창(徐耀昌) 현장(도지사격)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TSMC가 먀오리현에 패키징·검측 공장을 건설하고 2021년 중순 가동할 계획"이라며 "단일 투자로는 대만 사상 최대 규모로, 1000명 이상 신규 고용이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패키징은 웨이퍼(Wafer·반도체 원재료)에서 잘라낸 반도체 칩을 포장하는 과정으로, 완제품 반도체 제조의 마무리 단계다. TSMC는 먀오리현 주난(竹南)진에 위치한 신죽과학단지에 새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신죽과학단지는 대만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IT 산업단지다.

TSMC 신 공장은 2021년 5월 완공 예정으로, 내년 하반기 중 본격 가동한다. 타이베이타임스는 "TSMC가 신 공장 건설로 고성능 반도체 패키징·검측 분야에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경기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지만, 파운드리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클라우드화로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제2공장(P2)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제2공장(P2) 전경. /삼성전자 제공
파운드리 수요가 확대되고 있지만, 10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시스템 반도체 양산이 가능한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1위 TSMC 따라잡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경기 평택캠퍼스에 극자외선(EUV) 전용 파운드리 라인을 구축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투자액은 8조~9조원 상당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2021년 하반기 평택 파운드리를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공격적 투자에 나서자, TSMC도 투자규모를 늘리며 반격에 나서는 모습이다. TSMC는 지난달 15일 미국 애리조나주(州)에 초미세공정인 5나노(nm) 파운드리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달 사이 25조원 이상의 투자에 나선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4.1%로 1위, 삼성전자가 15.9%로 2위였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전 산업의 ICT(정보통신기술)화가 이뤄지며 시스템 반도체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파운드리 생산능력이 부족한 만큼, 당분간 파운드리 관련 대규모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