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GS·포스코 "LNG 직구하니 싸네"…가스공사 "우리가 독점 수입해야" 반발

연선옥 기자
입력 2020.06.04 06:00
SK·GS포스코 등 민간 발전사와 공기업 등 LNG 직도입 바람
밥그릇 빼앗길라…가스공사 노조, 직도입 규제 촉구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국내 LNG(액화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민간 기업의 LNG 직도입 또한 늘어나면서 한국가스공사(036460)노조가 정부에 규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내 LNG 공급을 독점해온 가스공사가 ‘밥그릇 챙기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가스공사 지부는 최근 성명을 내고 "직도입에 뛰어든 SK, GS, 포스코(005490)등 민간 기업뿐 아니라 발전 공기업과 한국지역난방공사(071320)까지 LNG를 직도입하거나 이를 검토하고 있다"며 "직도입 확대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물량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LNG 직도입이 늘어나면 안정적인 공급과 설비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결국 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국민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하지만 민간 발전 업계에서는 "가스공사 노조가 일종의 밥그릇 싸움에 나선 것"이라고 지적한다. 과거 국내 LNG 공급은 가스공사가 독점해 발전사(발전용)와 기업(산업용)에 공급하는 구조였는데, 공급 독점력이 약화되자 정부에 직도입 규제를 요구하며 ‘SOS’를 쳤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 민간의 LNG 직도입을 확대하는 내용의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미국 셰일 혁명으로 공급 시장이 넓어지면서 많은 기업이 LNG 직접 수입에 나서고 있다. 현재 발전사와 기업들이 가스공사로부터 공급받는 물량은 80% 이상이지만, 직도입이 늘어나면 LNG 공급 시장에서 가스공사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셰일가스를 직접 수입하는 SK E&S의 LNG 수송선./SK E&S 제공
미국에서 셰일가스를 직접 수입하는 SK E&S의 LNG 수송선./SK E&S 제공
문제는 오랫동안 LNG 공급을 도맡아온 가스공사가 도입 가격을 낮추는 데에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수입 물량과 가격을 따져보면 가스공사가 카타르에서 들여오는 LNG 가격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다른 수입국은 가격 재협상을 통해 수입 가격을 낮추고 있지만 가스공사는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스공사는 "카타르 측에 가격 재협상을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발전소를 돌려 수익을 내고 연료비 부담을 낮춰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직접 LNG를 들여올 유인이 크다. 이에 SK E&S, GS EPS, 포스코에너지 등 민간 발전사들은 가스공사에 LNG를 공급받는 대신 자체적인 수입선을 확보하고 있다. S-Oil(010950)은 울산 공장을 돌리는 산업용 LNG를 직접 들여오기 위해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 기업 페트로나스와 15년 장기 계약을 맺었다. 발전 공기업 중에는 중부발전이 LNG를 직도입하고 있고, 나머지 발전 공기업들도 검토 중이다. 건설사인 한양과 SK가스가 LNG 터미널 사업에 뛰어들면서 앞으로 LNG 직도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 기업은 LNG를 직도입함으로써 도입 단가를 낮추는 동시에, 성장하고 있는 LNG 시장 내 사업을 확대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가스공사나 기업들이 LNG 도입 단가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 확인할 수 없지만 연료를 직도입하는 민간 발전사의 급전순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들이 가스공사보다 낮은 가격에 LNG를 들여온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 기업 역시 해외 공급 업체와 10~20년 장기 계약을 맺기 때문에 공급 불안도 크지 않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LNG 개별요금제 도입을 앞두고 가스공사가 기 싸움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1월 발전소가 가스공사로부터 LNG를 구매할 때 발전소마다 가격을 다르게 정하는 개별요금제를 2022년부터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지금은 가스공사가 모든 발전소에 동일한 가격(평균요금제)으로 LNG를 공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LNG 직도입의 효과가 크지만, 일부 위험 요인도 있어 이를 관리할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국신용평가 윤수용 연구원은 "국제 LNG 가격이 급등할 경우 가스공사보다 협상력이 작은 민간 업체들은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고, 도입 단가가 높아지면 원가 경쟁력도 악화된다"며 "장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