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초환 본격화에 전전긍긍하는 조합들… "시장 안정 효과도 의문"

허지윤 기자
입력 2020.06.04 06:00
재건축사업에 대한 초과이익 부담금 징수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자, 사업 초기단계의 재건축사업 조합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초과이익 부담금에 대해선 먼 훗날에 해야 하는 이야기라면서 논의조차 하지 않으려는 모습이지만, 내부 속내는 좀 다르다. 초과이익 부담금을 빌미로 기존 조합 해산을 걸고 나서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득세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재건축 규제가 결국 공급을 늦추고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계속 나오고 있다.

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부터 내달 12일까지 ‘재건축초과이익 환수법 시행령 및 환수업무처리지침 개정안’을 입법예고 중이다. 재건축 부담금의 국가 귀속분(50%)을 지자체에 배분하기 위한 기준을 정비하는 내용이 골자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2006년 9월 도입됐다가 주택 경기를 둔화시킨다는 이유 등으로 2012년 12월부터 시행이 유예됐다. 이후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정부는 2017년 12월 31일까지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한 재건축 조합까지만 유예를 인정해줬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쌍용2차 전경. 이곳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담으로 재건축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가 2019년 재개 움직임을 보였다. /다음 로드뷰 캡처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쌍용2차 전경. 이곳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담으로 재건축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가 2019년 재개 움직임을 보였다. /다음 로드뷰 캡처
◇재초환 못 피한 서울 재건축조합 "비대위만 득세할라" 전전긍긍

현재 서울에서 재건축사업을 추진 중인 아파트 단지는 129곳에 이른다. 이 중 120개 단지가 사실상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지 못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쌍용아파트와 은마아파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아파트와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삼익아파트, 서초구 반포1단지 3주구 등이 대표적이다.

재건축 조합에서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조합원들 사이의 갈등을 불러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초과이익 부담금은 준공 시점 집값에서 사업 개시시점 집값, 시세 상승분, 개발비용의 합계를 뺀 금액에 부과율을 곱해서 계산한다. 준공 때부터 집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의 초과이익과 재건축 사업 직전에 집을 가진 사람의 초과이익이 다르지만 일괄적으로 계산해 내야 한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조합 관계자는 갈등의 불씨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부담금 얘기가 나오면 중간에 사업진행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나오고, 그럼 그게 바로 비대위가 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우려했다.

이미 전국 60여개 재건축 사업장에 총 2500억원 규모의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예정액이 통지된 상태다. 국토부는 올해 용산구 한남동 한남연립에 17억1873만원(조합원 1인당 5544만원), 강남구 청담동 두산연립에 4억3117만원(조합원 1인당 634만원)을 징수할 계획이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현대 재건축조합의 경우 2018년 기준으로 조합원 1인당 1억3500만원의 예정액이 통지됐다.

국토교통부 제공
국토교통부 제공
◇공급만 늦추고 가격 하락 효과 없어… "초기 재건축은 조정 가능성"

초과이익 환수제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시행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는 재건축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주택 공급만 늦추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건설사와 조합은 의도적인 사업 연기로 초과이익환수금을 낮추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초과이익 환수제를 피하지 못한 서울 서초구의 반포3주구가 대표적이다.시공사 선정에 참여했던 대우건설은 설명회에서 "의도적인 사업지연을 통해 재건축 초과이익을 줄일 수 있고 세금도 절감할 수 있다"면서 "다만 이 경우 공사비 증액을 피할수 없는데, 추가공사비 150억원까지는 건설사가 부담하겠다. 그러면 최대 5년까지는 공사비 증액부담 없이 사업을 늦출 수 있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초과이익 환수제의 목표 중 하나인 주택 가격 하락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재건축 시장에 대한 규제와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대책에도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많이 내리지 않은 만큼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조정도 제한적일 수 있다"고 했다. 저금리 기조와 유동성 확대 국면인데 돈이 유입될만한 대체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점, 잇딴 규제 정책에도 서울 재건축 아파트단지 가격이 수년간 계속 오른 점 등을 감안하면 큰 폭의 조정 가능성은 낮다고 그는 덧붙였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도 "결국 시간의 문제인데 초과이익환수제 등에 따른 조합의 부담도 결국 향후 원가에 전가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재건축 사업을 실현해 아파트 진화가 이뤄지면 가격은 더 위로 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업 단계에 따라 다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재건축사업이 정체 현상을 겪으면서, 2017년 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종료한 단지는 상대적으로 희소성 가치가 올라가는 반면, 다른 재건축 단지들은 사업이 지체되면서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재건축 추진 초기 단계인 단지의 급매물이 다수 나오기도 했다. 서울 반포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조합이 막 설립됐거나 추진위 단계인 잠원동의 소단지 아파트들이 3~5월에 급매로 많이 나왔다"면서 "언젠간 새 아파트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하지만,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지금까지의 시세차익만 거두고 나오는 것도 괜찮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