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나랏빚 증가 '쌍둥이 100조원'… 재정건전성 급속 악화

세종=정원석 기자
입력 2020.06.03 10:00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112조, 국가채무 114조 증가
국가채무비율 43.7%, 전년비 5.7%P↑…적자국채 97.3조
"공기업 부채 포함하면 국가채무 이미 감당할 수 없는 수준"

코로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올해 1~3차 추경을 통해 60조원에 육박하는 재정을 추가로 지출하기로 해 나라 살림살이 평가지표인 관리재정수지는 112조2000억원 적자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한 해 재정적자가 100조원을 초과한 것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처음 있는 일이다.

급증하는 재정적자를 감당하기 위해 정부는 올해 적자국채를 97조3000억원 발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30조원이었던 적자국채가 한 해 사이 67조원 이상 급증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결산 기준 728조8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올해 말 840조2000억원으로 111조4000억원 증가할 전망이다. 재정적자가 100조원 이상 발생하면서 국가채무도 한 해 사이 100조원 이상 증가하는 ‘쌍둥이 100조원’ 시대가 열린 것이다. 경기침체로 세금 수입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복지 예산을 중심으로 정부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재정건전성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제3회 추경 예산안과 관련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도걸 예산실장, 홍남기 부총리, 안일환 차관, 최상대 예산총괄심의관. /기재부 제공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제3회 추경 예산안과 관련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도걸 예산실장, 홍남기 부총리, 안일환 차관, 최상대 예산총괄심의관. /기재부 제공
◇관리재정수지 적자 ‘54조원→112조원’…한 해만에 두배 급증

3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2020년 3회 추가경정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정부 총지출은 547조1000억원으로 작년(469조6000억원)대비 77조5000억원 증가한다. 정부 총수입은 470조7000억원으로 작년(476조1000억원)으로 5조4000억원 감소한다.

정부는 올해 2020년 예산을 512조3000억원 규모로 편성했는데, 코로나 경제위기 대응을 위한 추경을 3차례 편성하면서 총지출이 34조8000억원 늘어나게 됐다. 총 59조2000억원의 추경 예산을 편성했는데, 이를 위해 18조4000억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정부의 총수입 대비 총지출을 보여주는 통합재정수지는 76조4000억원의 적자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비율은 4.0%로 지난해 결산 0.6%에 비해 3.4%P(포인트) 올라간다.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반영한 관리재정수지는 112조2000억원 적자를 나타낼 전망이다. GDP 대비 적자비율은 5.8%로 작년 결산(2.8%) 대비 3.0%P가 올라간다.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 적자 모두 대한민국 정부 출범 후 사상 최대 규모다. 소득주도성장 등 복지지출을 크게 늘린 문재인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는 각각 12조원과 54조4000억원 적자로 종전 사상 최대치를 뛰어넘었는데. 1년 만에 종전 사상 최대치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했다. 코로나 위기 대응을 위해 정부 지출을 급증시켰는데, 경기침체 등으로 기업 실적이 크게 악화되면서 정부 수입은 작년보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입 대비 늘어날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올해 적자국채를 97조3000억원 발행할 계획이다. 작년 30조원 수준이었던 적자국채 규모는 1년 사이 67조7000억원 늘어난다. 당초 정부는 올해 본예산을 편성했을 당시 적자국채를 60조원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었지만, 3차례 추경을 통해 37조7000억원이 더 늘어나게 됐다. 3차 추경을 감당하기 위한 적자국채 발행은 23조8000억원에 이른다.

일반정부 국가채무 및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자료: 기획재정부, 2019년까지는 결산 기준, 2020년은 예산안 기준, 단위 : 조원, %)
일반정부 국가채무 및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자료: 기획재정부, 2019년까지는 결산 기준, 2020년은 예산안 기준, 단위 : 조원, %)
◇올해말 국가채무 840조2000억원…1년새 111조4000억원 급증

이같이 적자국채 발행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728조8000억원으로 결산된 국가채무는 올해말 840조2000억원으로 111조4000억원 급증할 전망이다. 지난 2001년 121조8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2011년(420조5000억원) 400조원을 돌파했고, 5년만인 2016년(626조9000억원) 600조원 대로 늘어났다. 지난해에 700조원을 돌파했고, 1년만에 다시 800조원 이상을 늘어나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에만 국가채무가 111조4000억원 증가해 과거 10년 연평균 증가액(36조9000억원)의 3배를 뛰어넘었다.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38.0%에서 43.7%로 5.7%P 상승한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지난 2011년 30%를 돌파한 이후 9년 간 40% 아래에서 완만하게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지만, 올 한해 만에 43%까지 급상승할 전망이다. 올해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 재정적자를 감당하기 위해 나라 빚을 한 해만에 100조원 늘리는 국가재정운용을 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3차 추경을 편성하면서 GDP 추정을 위해 사용한 경상성장률 전망치(0.6%)가 민간 경제연구기관의 전망치 0~-1%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결산을 거치면 국가채무비율이 45%를 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같은 국가채무 급증에도 불구하고, 지난 1일 6차 비상경제회의에서 "3차 추경을 해도 한국의 국가채무비율 증가 폭은 다른 주요국보다 적다"며 "재정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말했다. 국가채무비율 등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재정건전성이 양호한 수준이라는 얘기다.

재정건전성의 국제 기준으로 인용되는 유럽연합(EU)의 ‘안정 및 성장에 관한 마스트리트 협약’에 따르면, 일반정부 부채 기준 채무비율을 60% 이내로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3차 추경 등을 반영한 정부의 올해 말 국가채무비율 전망치(43.7%)는 이 기준에 비해 10%P 가량 여유가 있다. 그러나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공기업을 통해 국가 사업을 이행하고 있다. 이를 감안할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비금융공기업 부채까지 포함한 국가채무비율은 2017년 기준 60.4%로 마스트리트 협약 기준을 추월한다.

전년대비 국가채무 증가액 추이(자료: 기획재정부, 2019년까지는 결산 기준, 2020년은 예산안 기준, 단위 : 조원)
전년대비 국가채무 증가액 추이(자료: 기획재정부, 2019년까지는 결산 기준, 2020년은 예산안 기준, 단위 : 조원)
게다가 달러, 유로화 등 기축통화를 쓰지 않는 나라들과 비교할 경우, 한국의 일반정부 국가채무비율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스위스(41.2%), 호주(43.6%)와 비슷한 수준이고, 뉴질랜드(36.0%)는 한국보다 낮은 수준에서 국가채무를 관리 중이다.

한 경제연구원의 고위 관계자는 "한국과 같이 대외 신인도에 민감한 비기축통화국인 환경에서 국가채무비율이 한해 5%P 이상 급상승하는 것은 누가보더라도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정부 지출은 한번 늘리면 신축적으로 줄이지 못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재정건전성 악화를 늦추기 위해서는 국민 부담을 늘리는 증세 등의 수단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