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마일 전기차 배터리’ 개발하는 美·유럽…“아시아 따라잡겠다”

이재은 기자
입력 2020.05.21 15:41 수정 2020.05.21 15:55
GM, "수명 10배 높인 ‘100만 마일’ 배터리 개발 코앞" 밝혀
영국은 첫 기가팩토리 구축… 배터리시장 장악한 한·중·일에 반격

전기차 시장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지속 성장할 것이란 전망에 미국과 유럽도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 개발과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석권한 한국·중국·일본산 배터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중심의 전기차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GM·테슬라 ‘100만 마일’ 배터리 개발 속도

미국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100만마일(160만㎞)’ 전기차 배터리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더그 파크스 GM 부사장은 지난 19일 열린 온라인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100만 마일 주행이 가능한 배터리 개발이 거의 다 끝나간다"고 말했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의 셀 수명은 일반적으로 10만(16만㎞)~20만(32만㎞) 마일 수준인데, 100만 마일까지 지속할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 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배터리 수명이 지금보다 적게는 5배에서 많게는 10배 늘어나는 셈이다.

GM이 미시간주 오리온 공장에서 전기차 쉐보레 볼트를 생산하고 있다. / GM 제공
GM이 미시간주 오리온 공장에서 전기차 쉐보레 볼트를 생산하고 있다. / GM 제공
GM은 지난 3월 공개한 얼티움(Ultium) 배터리보다 더 개선된 차세대 배터리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크스 부사장은 "GM 내 복수의 팀이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은 전극, 고체 전해질로 만든 전고체 배터리, 고속충전 관련 기술개발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GM은 LG화학(051910)과 얼티움 배터리를 생산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한 바 있다. 얼티움은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를 양극재로 사용한 배터리로, LG화학의 기술이 적용됐다. 기존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보다 코발트 함량을 70% 낮추는 대신 알루미늄을 추가하고 니켈 비중을 확대했다. 코발트 비중을 10% 이하로 내리면서 전기차 주행거리는 644㎞ 이상으로 대폭 늘어난다는 장점이 있다.

중국 CATL과 손잡고 배터리 개발을 추진해온 테슬라도 연내 100만 마일 배터리를 중국 시장에 도입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테슬라는 조만간 개최 예정인 투자자 설명회 ‘배터리 데이(Battery Day)’에서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발표할 방침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연초 투자자들에게 100만 마일 배터리 도입 계획을 언급하면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면 깜짝 놀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英 첫 ‘기가팩토리’ 준비…"한·중·일 의존 낮춘다"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늘어날 배터리 수요에 대비해 유럽 주요국도 앞다워 배터리 공장 건설에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NEF(BNEF)는 2040년이면 전기차가 세계 자동차 판매의 58%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은 첫 기가팩토리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영국 배터리 스타트업 AMTE 파워와 브리시티볼트는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공장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20일(현지시각) 체결했다. 양사는 24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약 40억파운드(약 6조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라스 칼스트롬 브리시티볼트 CEO는 "이는 미 네바다주의 테슬라-파나소닉 기가팩토리에 준하는 규모이며, 신규 일자리 4000개가 생겨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스웨덴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가 스웨덴 셸레프테오(Skellefteå)에 지을 예정인 기가팩토리 조감도 / 노스볼트 제공
스웨덴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가 스웨덴 셸레프테오(Skellefteå)에 지을 예정인 기가팩토리 조감도 / 노스볼트 제공
스웨덴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도 최근 독일 폴크스바겐, BMW 등의 지원에 힘입어 조달한 10억달러로 스웨덴에 배터리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미국과 유럽이 이처럼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전기차 시장이 중장기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기차 판매량이 늘면서 배터리 공급량도 2030년이면 지금의 7배 수준인 2986GWh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동안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주로 한국과 중국 제조사로부터 배터리를 수입했는데 최근 들어 지역 중심 공급망의 필요성을 깨닫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곳곳에서 부품을 만들어 조달하는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부각되면서 주요 국가들이 자국·지역 중심의 제조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움직임과도 관련이 있다.

아울러 배터리가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 가운데 비용의 45%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인 만큼, 한·중·일 배터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도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한·중·일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95%가 넘는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연합이 프랑스와 독일 주도로 전기차 배터리 생산 컨소시엄을 구축하는 등 아시아 경쟁자들을 따라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