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올림픽 연기 후유증에 리먼쇼크 이후 최대 경제위기 눈앞

이현승 기자
입력 2020.03.25 10:17
올림픽 예정대로 진행했어도 우한코로나 악영향이 특수 압도
일본 경제 양축인 수출·내수 흔들려…4분기 연속 역성장 가능성

도쿄올림픽 1년 연기가 최종 결정되면서 일본이 2008년 리먼쇼크 이후 최악의 경제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도쿄 올림픽 메인스타디움 인근에서 바라본 도쿄 중심가. / 트위터 캡처
도쿄 올림픽 메인스타디움 인근에서 바라본 도쿄 중심가. / 트위터 캡처
25일 노무라종합연구소의 기우치 도모히데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4분기~올해 3분기 일본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현실화 된다면 지난 2008년 리먼쇼크 이후 처음이다.

기우치 이코노미스트는 우한 코로나가 일본 국내총생산(GDP)에 5가지 측면에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①외국인 방문객 소비 감소 효과가 0.81%포인트 ②중국 경제 악화로 인한 충격 0.24%포인트 ③미국, 유럽 등 경제 악화로 인한 충격 0.50%포인트 ④일본 내수 침체 1.67%포인트 ⑤올림픽 연기 영향 0.36%포인트다.

이 계산대로 라면 이미 우한 코로나로 인한 경제 충격이 너무 커, 올림픽을 예정대로 진행했다고 해도 다른 개최국이 누렸던 특수를 누리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본은행(BOJ)에 따르면 올림픽에 따른 특수는 8조엔(88조8000억엔)으로 추정되는데 대부분 준비기간에 경기장, 선수촌, 호텔 등을 건설하며 이미 GDP에 반영 됐다.

남은 기대 효과는 티켓 판매와 관광객 증가에 따른 소비 증가다. 도쿄도는 소비 증대 효과를 1조9790억엔(22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GDP의 0.36%포인트 규모다. 올림픽 연기로 이 소비 증대 효과가 고스란히 내년으로 이전된다면 올해 GDP는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일본 경제는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전부터 심각한 경기 후퇴 국면이었다. 작년 10월 소비세율을 8%에서 10%로 인상하면서 내수가 위축되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기업의 생산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5분기 만에 역(逆)성장 했다. 연율로 환산한 하락 폭은 5년 만에 가장 컸다.

올 들어선 우한 코로나로 인한 세계 각국의 봉쇄령과 수요 급감으로 관광업, 숙박업, 오락업을 하는 영세 중소기업이 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달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작년 대비 60% 가까이 줄었고 백화점의 외국인 매출액은 90% 감소했다.

해외 관광객 소비는 일본 GDP에서 1% 미만을 차지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런데 우한 코로나가 중국 본토에서 미국과 유럽으로 확산하며 이제는 일본 경제를 먹여 살리는 수출과 내수가 흔들리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 수출 대기업인 도요타와 마츠다는 중국 내 소비 급감 여파로 이달부터 공장 생산을 일부 중단 했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은 기정사실화 됐고 2~3분기도 플러스 성장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해외 주요 분석기관도 올해 일본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 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23일 전망치를 -0.2%에서 -1.1%로 내리면서 만약 올림픽이 연기된다면 GDP에 0.5~0.8%포인트 추가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세계 주요 금융사 450곳이 가입한 국제금융협회(IIF)는 전날 보고서에서 전망치를 0.2%에서 -2.6%로 대폭 낮췄다.

과거에도 올림픽 이후 오히려 경제가 후퇴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이후의 일본 경제 여건도 녹록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일본은 1964년 도쿄 하계올림픽이 열렸던 그해 실질 GDP 성장률이 11.2%를 기록했다가 다음해 5.7%로 반토막이 났다. 올림픽 시기에 생산, 소비, 투자가 이례적으로 들끓었다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급감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