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소기업에 빚 권하는 게 정부 대책인가

심민관 기자
입력 2020.03.24 16:30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두달 넘게 지속하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중소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 섬유업체 사장은 "1분기가 성수기인데 매출이 90% 이상 줄었다"면서 답답함을 호소했다. 한 기계업체 사장은 "해외 수출이 막혀 물건을 만들어도 팔 곳이 없어졌다"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이들은 정부가 중소기업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해 준다고 발표하자 희망을 가졌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가 말한 자금지원은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약간 낮은 대출지원이었다. 결국 정부의 대책은 중소기업들이 현재의 위기를 빚을 내서 해결하라는 것이었다.

지난 주 정부가 비상조치로 50조원의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중소기업을 직접 금전 지원하는 내역은 없었다. 이름만 경영안정자금이지 실상은 대출지원이었다. 기존에 대출이 많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들은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중소기업들은 정부의 자금 지원이 듣기엔 효과가 있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현장의 어려움을 간과한 탁상행정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대출이 거절된 중소기업들은 시중은행이나 2금융권을 찾아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다시 한번 100조원이라는 통큰 숫자를 제시하며 희망을 키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2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100조원의 기업구호긴급자금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중소 중견기업에 29조원 규모의 경영자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에도 정부가 ‘지원’이란 단어를 사용하면서 외부에서 보면 마치 정부가 중소기업에 무상으로 금전을 지원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출’이다.

중소기업들은 불황일수록 대출에 대한 공포심이 커진다. 잘못하면 대출금을 갚지 못해 도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내수경기 악화와 수출 부진, 최저임금 상승, 근로시간 단축 등 4중고(四重苦)를 겪으면서 체력이 많이 약해져 있다.

지금 상황에서 대출을 대폭 늘리게 되면 당장은 위기를 넘기겠지만 향후 부작용이 업계 전반에 나타날 수 있다. 대출을 통한 지원책은 "춥다고 언발에 오줌누는 것"과도 같다. 나중에는 동상에 걸린 발을 잘라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