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행 항공권이 6000원, '눈물의 땡처리'...“비행기 안띄울 수 없어 웁니다”

최지희 기자
입력 2020.02.17 13:46 수정 2020.02.17 20:16
인천~도쿄는 1만5000원… 가격경쟁 벌이는 항공사들
"띄울수록 적자지만, 1명이라도 더 태우자는 전략"
"이렇게라도 해야 여행 수요 살아나…그래야 우리도 산다"
주기 비용·슬롯 기득권 문제 등으로 운항 중단도 쉽지 않아

우한 폐렴 여파로 여행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비행기를 띄울수록 적자를 보고 있는 항공업계가 초저가 폭탄 세일까지 나섰다. 서울 인천국제공항에서 일본 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까지 가는 데 편도 6000원(유류 할증료 등 별도)짜리 항공권까지 등장했다. 정상 운임가(할인 등이 들어가기 전에 항공사가 정해놓은 운임)의 2%에 불과하다. 비행기를 빈 채로 띄우느니 승객을 1명이라도 더 태우겠다는 것이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2월은 통상 성수기에 속하지만 우한 폐렴 전염 우려로 수요가 크게 줄어들자 2~3월 일본 노선의 항공 운임은 6000원까지 떨어졌다. 이스타항공은 인천~오사카 구간 편도 운임을 6000원에, 인천~도쿄 편도 운임은 1만5000원에 책정했다. 각 노선의 정상 운송비인 27만원, 31만원과 비교하면 2.2~4.8%밖에 안 되는 가격이다. 평일 승객이 적은 시간대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똑같은 가격이다.

운임 이외에 붙는 유류할증료는 8300원, 공항시설 이용료 2만8000원이다. 총 4만2300원에 인천발 오사카행 편도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다. 운임과 유류할증료를 더한 값(1만4300원)보다 공항시설 이용료가 더 높다.

 (위)이스타항공은 2~3월 인천~오사카 편도 최저 운임을 6000원에 책정했다. (아래)티웨이항공도 2~3월 인천~오사카 편도 운임을 대부분 1만원에 책정했다. /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 웹사이트 캡처
(위)이스타항공은 2~3월 인천~오사카 편도 최저 운임을 6000원에 책정했다. (아래)티웨이항공도 2~3월 인천~오사카 편도 운임을 대부분 1만원에 책정했다. /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 웹사이트 캡처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도 상황은 비슷하다. 티웨이항공은 인천~오사카 편도 1만원, 인천~도쿄 편도 2만원을 책정했고, 제주항공은 인천~오사카 편도 2만원, 인천~도쿄 편도 2만원 등이다.

그마저도 반응은 미미해 비행기를 띄울수록 적자 폭은 커지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의 2월 주말 평균 예약률은 일본 노선 60%, 동남아 노선 45% 선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정상 운송비 기준 탑승률이 최소 75%는 되어야 손익이 맞는다고 본다. 정상 운임에 한참 못 미치는 가격인 데다 예약률도 여전히 낮아 여객기를 띄울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가 됐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평소엔 특가 항공권은 풀린 후 금세 매진이 됐는데 이번처럼 저렴한 항공권도 안 나가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텅텅 비어있는 채로 뜨는 것보단 저렴한 가격에 승객이 1명이라도 더 타면 그나마 기내 서비스나 수화물 추가 비용 등으로 조금이라도 벌 수 있어 이 같은 전략을 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객기를 띄울 때 드는 변동비 항목은 크게 유류비와 직원 비행 수당, 현지 체류비 등이다. 1만~4만원대 운송 가격으로는 유류비도 메울 수 없다는 게 항공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저비용항공사(LCC) 탑승수속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저비용항공사(LCC) 탑승수속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예약률이 안 나온다고 해서 운휴를 쉽게 결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항공기를 세워만 둬도 주기(駐機) 비용이 나가는 데다 슬롯(특정 시간대에 공항을 이용할 권리)을 다른 항공사에 뺏길 수 있기 때문에 이미 일정이 잡힌 노선의 운항을 중단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LCC 관계자는 "운휴를 결정할 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슬롯의 기득권 문제"라며 "단순히 비용 차원을 넘어 항공사의 경쟁력과도 복잡하게 얽혀있어 예약률이 나오지 않는 노선이라도 운휴를 쉽게 못 한다"고 말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과거 사스, 메르스 사태 때도 여객 수요가 줄어들긴 했지만, 지금은 소셜미디어(SNS)나 인적 교류가 과거에 비해 더 활발해져 수요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훨씬 큰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결국 여행 소비 심리가 개선돼야 업황도 반등할 수 있어 저렴한 항공권으로 모객을 하려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