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인사이드] "에헴~" 고사성어 너무 좋아하는 부총리님

윤주헌 기자
입력 2020.02.17 03:09

삼국지연의·중용·시경 등 인용… 작년 중순 이후 '문자' 섞어 써 연설문에 넣을 메시지 찾느라 공무원들 책 뒤지기 바쁘다는데…


홍남기〈사진〉 경제부총리는 지난 10일 기획재정부 간부회의에서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했다. '삼국지연의'에서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한 말로, '산을 만나면 길을 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다'는 뜻이다. 홍 부총리는 우한 폐렴 등 국가적 어려움을 잘 극복하는 취지로 이 발언을 인용했다.

홍 부총리는 최근 외부로 공개되는 발언에 고사성어를 인용하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지난해 11월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화향백리, 인향만리(花香百里, 人香萬里·좋은 벗의 인간적 향 내음은 만 리를 간다)'를 인용했고, 올해 신년사에서는 중용과 시경에 등장하는 '사변독행(思辨篤行)' '연비어약(鳶飛魚躍)' 등을 인용하며 "우리 경제 갈등 현안들이 조화와 이치에 따라 풀리고 솔개, 물고기처럼 경기 반등·경제 도약을 이루기를 고대한다"고 했다.

홍 부총리가 취임 초부터 인용을 자주 썼던 것은 아니다. 부처 관계자들에 따르면 작년 중순 이후 유독 발언에 '문자'를 섞어 쓰고 있다고 한다. 한 기재부 간부는 "나라 경제 사정이 회복세를 보이자 홍 부총리에게 여유가 생긴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고위 관료들이 연설문이나 메시지에서 인용을 하는 것은 드문 일은 아니다. 가령 검찰총장의 경우 주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한 말을 많이 사용한다. 장군의 기개를 배우자는 취지다.

그런데 다른 부처 수장들에 비해 홍 부총리는 외부로 내는 메시지가 워낙 많다 보니 기재부 실무자들의 일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연설문 등을 최종 검토하는 것은 부총리이지만 실무 단계에서 작성하는 것은 주로 과장급 간부들이다. 홍 부총리가 인용구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알음알음 퍼지면서 메시지를 작성하는 간부들이 그때마다 여러 책을 뒤지기에 바쁜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경제부총리의 메시지 관리도 물론 중요하지만, 간부들에게 일할 시간을 더 보장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