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날린 라임 펀드… 일부 투자자는 전액 손실

이기훈 기자
입력 2020.02.15 03:07

라임이 실사한 환매중단 2종으로도 투자금 절반 6000억 정도 날린셈 총수익스와프 계약 맺은 펀드는 증권사들이 남은 돈 먼저 가져가 투자자는 한푼도 못 건질 수도… 대부분 투자자 원금손실률 50%


고객 돈 1조6700억원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는 라임자산운용의 일부 펀드가 원금 100% 손실을 냈다. 고객이 투자한 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또 대부분 투자자의 원금 손실률이 5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은 이번 사태를 불법과 도덕적 해이가 빚어낸 최악의 금융 스캔들로 규정하고, 불완전 판매뿐 아니라 사기 혐의까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사기가 인정되면 계약 자체가 무효가 돼 원금 전액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생긴다.

◇라임 투자금 반 토막… 전액 손실도 발생

14일 라임자산운용은 환매가 중단된 모(母)펀드 4개 중 '플루토 FI D-1호(플루토)'와 '테티스 2호(테티스)' 펀드의 평가 금액을 오는 18일 기준 4606억원, 1655억원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이 두 펀드에 투자된 고객 원금은 1조2354억원인데, 절반가량인 6261억원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그나마 반 토막 난 돈도 모두 고객 몫이 아니다. 이 펀드에는 고객 투자금 외에 라임이 증권사들에서 총수익스와프(TRS)라는 일종의 대출로 빌린 돈 2000억원가량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펀드를 청산할 때 대출금은 고객 투자금보다 우선 상환을 받는다. 결국 증권사 대출을 먼저 갚고 나면 투자자 몫은 더 줄어든다. 일부 투자자는 투자금을 100% 날릴 상황에 처했다.



금융감독원은 고객 피해를 줄이기 위해 라임에 돈을 빌려준 신한금융투자·한국투자증권·KB증권 등 세 증권사에 자금 회수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을 안 받으면 배임으로 고발당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라임 펀드 판매사인 대신증권도 최근 세 증권사에 TRS 대출금을 빼지 말라고 내용증명을 보내며 법적 다툼을 예고했다.

라임은 아직 실사가 끝나지 않은 '플루토 TF-1호(무역금융펀드)'의 손실률을 50%가량으로 추정했다. 나머지 펀드인 '크레디트 인슈어러드 1호' 역시 50% 안팎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펀드 4개를 합친 손실액은 최대 1조원으로 추정된다.

◇금융 당국 "사기에 따른 손해배상 검토"

금감원에 따르면, 라임은 잠적한 이종필 부사장을 중심으로 다수의 불건전 영업행위를 저질렀다. 대표적인 게 '수익률 돌려막기'다. 한 펀드가 투자한 자산이 부실해지면 다른 펀드가 투자한 회사의 돈을 동원해 부실 자산을 정상 가격에 사들이는 식으로 수익률을 조작한 것이다. 라임은 또 '임직원 전용 펀드'를 만들어, 높은 수익률이 예상되는 자산을 챙겨 담았다. 펀드 운용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고객 돈이 아닌 자신들 호주머니를 채우는 데 쓴 것이다. 이렇게 번 부당이득은 수백억원대에 달한다.

무역금융펀드에서 벌어진 문제는 더 적나라하다. 이 펀드가 주로 투자한 미국 헤지펀드 IIG펀드는 가짜 채권을 만든 사실 등이 미국 금융 당국에 적발됐다. 라임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고객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다. 오히려 펀드가 매월 0.45%씩 돈을 벌고 있다며 수익률까지 조작했다. 라임과 TRS 계약을 맺은 신한금융투자도 여기 공모한 것으로 금감원 검사 결과에서 파악됐다.

금감원, 분쟁 조정 추진하기로

금감원은 불법행위가 상당 부분 확인된 무역금융펀드부터 신속하게 분쟁 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불완전 판매뿐 아니라 사기에 따른 손해배상, 착오에 따른 계약 취소 가능성 등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불완전 판매가 인정되면 피해 금액 일부만 배상되지만, 사기에 따른 손해배상이 인정되면 전액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생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분쟁 조정에서 사기에 따른 손해배상을 인정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내·외부 법률 자문 등을 거쳐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