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좋은 건 '임직원 펀드'로 빼돌리고 불법으로 부실 감춰

안재만 기자
입력 2020.02.14 15:00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이종필 전 부사장 등 라임자산운용 임직원들은 직무정보를 이용한 이익 편취(임직원 명의 투자), 펀드간 우회자금 지원 및 손실 전가, 부실 은폐 등 다수의 불건전 운용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 금융기관인 신한금융투자는 해외 무역금융펀드 부실 은폐 및 사기에 공모한 정황이 나타났다.

금감원이 14일 발표한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중간 검사결과 및 향후 대응방안'에 따르면, 특정 운용역(이종필 전 부사장)은 내부 통제 및 심사 절차 없이 다수의 불건전 영업행위를 저질렀다. 타펀드로의 부실 전가나 사적 이익 취득 등 자본시장법은 물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 위반 혐의가 다수 드러났다.

금감원이 지목한 주요 불건전 운용 사례 중 첫번째는 펀드 손실 전가다. 라임운용은 A펀드가 투자한 전환사채(CB)를 발행한 코스닥기업이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자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B펀드를 통해 신용등급과 담보가 없는 M사의 사모사채를 인수하고, M사로 하여금 그 자금으로 A펀드의 부실 CB를 인수하게 했다. A펀드의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펀드와 M사가 동원된 셈이다. 특정펀드의 이익을 위해 다른 펀드의 이익을 해하는 것은 자본시장법 위반 사항이다.

펀드간 우회자금 지원도 확인됐다. 라임은 환매에 대응하기 위한 펀드간 자금 지원이 자본시장법상 허용돼 있지 않다 보니 주문자제작방식(OEM) 펀드를 활용했다. D펀드가 다른 운용사의 OEM 펀드에 가입하고, OEM펀드가 라임 E펀드의 비시장성 자산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이는 연계거래 금지 등을 위반한 사례로, 이 또한 일부 펀드를 지원하기 위해 다른 펀드가 활용된 경우다.

개인적 이득을 취한 사례도 금감원 조사 결과 드러났다. 라임 임직원들은 업무 과정에서 특정 코스닥기업 CB에 투자할 경우 큰 이익 발생이 확실하다는 사실을 알고 임직원 전용 라임 C펀드를 만들었다. C펀드는 다른 운용사의 OEM 펀드에 가입했고, OEM 펀드가 라임 임직원의 자금으로 해당 CB를 저가에 매수해 수백억원의 부당 이익을 취했다. 금감원은 직무관련 정보 이용 금지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1조원이 투자됐으나 전액 손실이 예상되는 플루토 TF-1호(무역금융펀드)에 대해서는 부실 은폐와 사기 등 2~3가지의 법 위반 혐의가 나왔다. 금감원은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대형 금융기관인 신한금융투자가 부실 은폐 및 사기에 공조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기준가 조작이 드러났다. 라임과 신금투는 2018년 6월쯤 투자처인 IIG펀드가 기준가를 미산출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했음에도 그해 11월까지 IIG펀드의 기준가가 매월 0.45%씩 상승하는 것으로 임의 조정했다. 이는 자본시장법 상 집합투자재산 공정평가 의무를 저버린 사안이다.

또 그해 11월 신금투는 IIG펀드의 해외 사무 수탁사로부터 IIG펀드의 부실 및 청산절차 개시 관련 이메일을 수신했음에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정상 펀드인 것처럼 꾸몄다. 그해 11월 28일 500억원 규모의 펀드 환매 요청이 들어오자 IIG펀드와 기타 해외 무역금융펀드 등 5개 펀드를 전부 합친 뒤 모·자형 구조로 변경해 정상 펀드로 부실을 떠넘겼다. 즉 500억원 환매 자금은 다른 정상펀드에서 빠져나간 셈이다.

그러다 지난해 1월 IIG펀드에서 1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1억6000만달러가 투자돼 있는 또 다른 해외무역금융펀드인 BAF펀드도 만기 6년의 폐쇄형 펀드로 전환되자 새로운 구조화 작업에 나섰다. 부실 은폐와 환매 불가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무역금융펀드를 케이먼제도에 있는 특수목적회사(SPC)에 장부가로 처분한 뒤 그 대가로 약속어음(P-note)을 수취한 것이다. 이 SPC는 싱가폴 소재 무역금융 중개회사 로디움의 계열사인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금투와 라임은 무역금융펀드에서의 부실 발생 사실을 은폐하고, 정상 운용 중인 것으로 오인케 하여 동 펀드를 지속 판매한 혐의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