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욱의 술기행](19) “좋은 술은 정직한 재료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만들어야”

박순욱 선임기자
입력 2020.02.14 10:45 수정 2020.02.14 10:50
죽염 전문업체 인산가 김윤세 회장
화학감미료 넣은 나쁜 술 싫어, 2018년 양조업 뛰어들어
쌀-누룩-물만으로 탁여현, 청비성, 월고해, 적송자 등 전통술 생산
술문화 업그레이드 위해 지인들과 술모임 ‘신풍류도'도 결성
죽염으로 나쁜 소금 퇴치했듯이, 좋은 술로 나쁜 술 근절하고 싶어
"약재 넣은 술 신제품 만들어 세계술시장에 당당히 내놓겠다"


죽염 전문업체인 인산가는 연간 매출이 250억원 안팎인 중소기업이다. 작년 매출이 258억원, 영업이익 40억원을 기록한 알짜기업이다. 1987년 창립, 올해로 창립 33주년을 맞는다. 무방부제, 무색소, 무첨가물, 무향료로 만든 인산가의 죽염 제품은 9번 고온에 구워 미네랄이 풍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 죽염 전문업체 중 매출이 가장 많다.

그런데 죽염전문업체인 인산가가 죽염공장이 있는 경남 함양 본사 인근에 양조장을 지어 2018년부터 탁주, 약주, 증류식소주를 만들고 있다. 몸에 좋은 죽염을 만드는 회사가 몸에 해로운 술을 만들다니? 병 주고 약 주는 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인산가의 창업자인 김윤세 대표이사 회장은 ‘신풍류도'란 이름의 술모임을 최근 만들어 ‘품격 있는 술문화’를 전파하는데 앞장서고 있어, 그를 서울 종로의 죽염박물관에서 만났다.

죽염 전문업체인 인산가 김윤세 회장은 “소금장수가 술을 빚는 까닭은 세상에 나쁜 술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순욱 기자
죽염 전문업체인 인산가 김윤세 회장은 “소금장수가 술을 빚는 까닭은 세상에 나쁜 술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순욱 기자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술을 마신다는 김윤세 회장은 "술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나쁜 술이 있는 것"이라며 "단맛을 내기 위해 화학 감미료를 넣고, 속성발효를 위해 이스트(효모)를 집어넣은 ‘술 이란 이름의 불량식품’을 근절시키고 싶어 정직한 재료와 충분한 시간을 들인 좋은 술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60대인 김회장은 지금도 암벽등반을 포함해 일년에 80여 차례 산행을 하고, 외부 건강 강연을 100여 차례할 정도로 건강체질이다. 건강 유지를 위한 비결을 묻는 사람들에게 그는 항상 "나의 건강비결은 알코올 소독(술 마시는 것) 덕분"이라고 말한다.

인산가의 술은 국내 어느 양조장보다 좋은 환경에서 빚는다. 해발고도 500m의 산속에 있는 양조장에서, 미네랄이 풍부한 지하 200m 암반수로 만든다. 탁주 탁여현, 약주 청비성, 증류식 소주인 월고해(42도), 적송자(72도) 등의 전통술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생산량은 아직 많지 않다.

죽염 전문 업체가 전통술 빚기에 나선 이유는?

"사람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죽염을 만드는 회사가 ‘왜 (몸에 나쁜)술을 만드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술사업을 시작한 취지는 명확하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모든 술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의 술이 ‘술이란 이름의 불량식품'이기 때문이다. 이런 불량식품같은 술을 더 이상은 마시고 싶지 않아, 나아가 근절하고 싶어 좋은 술 빚기에 나섰다. 조상 때부터 오랫동안 내려온 ‘정직한 재료와 세월'로 빚은 술이 아니고, 화학첨가물이 많이 들어가, 목 넘기기에만 좋은, 결과적으로는 우리 몸의 건강에 해를 끼치는 술들이 시중에 너무 많다.

죽염 전문업체인 인산가의 경남 함양 양조장 전경. 삼봉산 해발 500m 산속에 자리하고 있다. /인산가 제공
죽염 전문업체인 인산가의 경남 함양 양조장 전경. 삼봉산 해발 500m 산속에 자리하고 있다. /인산가 제공
술을 즐겨 마시는 애주가로서, 외국에 나갈 때 세계명주들을 마셔보면 한편으론 늘 아쉬웠다. 조니워커 블루, 발렌타인 30년, 헤네시 꼬냑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술들이 외국에는 많은데, 우리나라는 역사가 굉장히 오래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시장에 내놓을만한, 자랑할 만한 술이 없다는 것이 술을 즐기는 주당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래서, 몸에 좋지 않은 술들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몸에 해롭지 않은 술을 직접 만들기로 작정했다. 30여년전, 선친(인산 김일훈 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소금이라는 불량식품을 대체하는, 정말 몸에 좋은 죽염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내가 술을 좋아하고 즐기는데, 정말 좋은 술이 세상에 나오길 오래전부터 기대해왔지만, 그동안 마셔본 술들이 충분히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에 ‘좋은 술을 직접 만들자’고 생각했다.

이전부터 유명 의학자나 양생가(위생을 지키고 양생을 잘 하는 사람)들 중에 ‘술이 해롭다'고 한 분이 없다. 다만, ‘과음이 몸에 해롭다'고 했다. 정직한 재료를 사용한 술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서 사람들이 즐겨 마시게 되면, 화학 첨가물이 들어간 술을 마시고, 몸에 무리가 되는 일은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본격적인 술 생산은 2018년부터 시작했다."

인산가는 어떤 회사인가?

"국내에 죽염을 처음 도입한 인산가 탄생 배경부터 얘기하겠다. 1986년에 선친인 고 인산 김일훈 선생의 저서 ‘신약'이 출간되면서 죽염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 책 1장에 ‘신비의 식품의약-죽염’ 이렇게 나와 있다. 이 책의 독자를 중심으로 ‘죽염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그래서 일년 뒤인 1987년에 인산식품이란 이름으로 죽염 제조업체를 설립했고, 1992년에 주식회사 인산가로 법인전환했다.

인산 선생은 한의학자라기보다는 자연물의 약성을 활용하는 자연의학자인데, 그의 이론은 실제로 매우 효과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의학이론이다. 지금까지 동서고금에 없던 이론이다. 그 이론에 의해서 죽염이 제시되고, 홍화씨, 유황오리 이런 것들이 소개됐는데, 이런 것들을 국민들이 많이 쓰면서도 사실은 인산 선생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그래서 산업화됐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죽염을 처음 만든게 인산가인가?

"죽염은 인산 선생이 발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인산 선생이 1980년에 펴낸 ‘우주와 신약'이란 책에서 죽염이란 명사를 처음 사용했고, 죽염의 제조법을 공개했다. 죽염 이전에도 이런 기록은 있었다. 소금을 그냥 쓰지 않고, 구워서 쓰는데, 소 쓸개에 넣어서 굽기도 하고, 도자기에 넣거나 대나무가 많은 지역은 대나무에 넣어 구웠다가 빻아서 양치도 하고, 배 아플 때 먹기도 했다는 기록은 있었다.

또 소금은 고온처리해서 용용시키면 분자 구조나 물성이 완전히 바뀐다. 이런 소금은 정말 우리 건강에 한두가지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굉장히 폭넓게 영향을 미치는 물질로 바뀐다. 건강에 좋은 이런 소금을 만들어 보급하는 게 우리 사업의 주된 목적이다. 2019년 매출액이 258억원, 영업이익률이 15.5% 정도, 당기순이익이 매출의 13% 정도 된다."

평소에 ‘술이 나쁜 것이 아니라 나쁜 술이 나쁜 것이다’고 말한 의미는?

"소금이 건강에 해롭다는 얘기가 있지 않느냐? 그런데, 절대 아니다. 나쁜 소금이 건강에 해로울 뿐이다. 나쁜 소금은 본래 소금이 아니다. 도저히 소금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제품을 소금이라고 했다. 소금의 주된 성분이 염화나트륨인데, 그렇다고 해서 염화나트륨이 소금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 시중에 나와있는 소금 중 상당수가 염화나트륨 덩어리다. 그걸 먹고 몸에 해로우니까 ‘소금이 몸에 해롭다’고 하는 것이다.

같은 논리로 품질이 안좋고, 먹으면 이런저런 이유로 몸에 해로운 술이 상당히 많은데, 그렇다고 술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고, 나쁜 술이 있는 것이다. 여러 술 중에 품질이 안좋고 몸에 손상을 주는 술이 나쁜 술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모든 술이 건강에 해로운 물질로 알고 있다. 그런데 혈액순환, 소화를 돕는 등의 술의 약리 작용(약 성분이 몸에 미치는 작용)은 굉장히 많다.

나쁜 술은 첫째, 좋지 않은 품질의 재료를 쓴다. 가령, 국내쌀 대신 외국산 쌀을 쓴다든지. 그 다음 발효과정도 문제다. 빨리빨리 만들려고 속성발효를 시킨다. 이를 위해 발효속성제인 이스트(효모)를 잔뜩 집어넣는다. 대부분의 술공장이 이스트를 사용한다. 그런데, 정상적인 발효에는 누룩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누룩은 비싸기도 하거니와 누룩을 쓰면, 술 발효기간이 오래 걸린다. 또 제대로 발효시키기 위해서는 섬세한 기술이 필요로 한다. 그래서, 술을 만드는데 정성과 좋은 재료를 들이지 않고, 어떻게 하면 좀 더 싼 재료를 쓸까? 어떻게 하면 좀 더 빨리 만들까? 하는 궁리 끝에 나온 술들이 나쁜 술이다.

술은 세월이 빚어주는 것이다. 미리미리만 하면 얼마든지 좋은 술을 만들 수 있는데, 미리 준비하지 않고 급하게 빨리 만들 생각만 하는 것이다.

인산가의 술 제품들. 사진 왼쪽부터 약주 ‘청비성', 증류소주 ‘월고해’(42도), 소주 ‘적송자’(72도). /인산가 제공
인산가의 술 제품들. 사진 왼쪽부터 약주 ‘청비성', 증류소주 ‘월고해’(42도), 소주 ‘적송자’(72도). /인산가 제공
술 도수가 20도 이하는 오랜 보관을 위해서는 방부제가 들어가는 게 대부분이다. 술이 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와인에도 방부제인 이산화황이 들어가 있다. 이런 술들을 많이 먹으면 건강에 해를 준다. 우리가 흔히 먹는 소주의 경우도, 싼 원료로 만든 주정에 물을 80% 이상 타서 만드는데, 굉장히 쓰기 때문에 설탕보다 200배 더 단 감미료인 아스파탐을 첨가한다. 또 다양한 맛을 내기 위해 화학첨가물을 넣는다.

애주가들은 지금도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고, 앞으로도 지불할 용의가 있는데도, 주류업체들은 우수한 품질의 술을 만들지 않고, ‘술은 나쁜 것’이란 낙인이 찍힐 정도로 나쁜 술만 만드느냐는 아쉬움이 어디 나에게만 있겠는가?"

그럼, 김 회장이 보는 ‘좋은 술’은 어떤 술인가?

"사람이 늘 마셔도 몸에 부담이 되지 않는 술이 곡주다. 중국에는 수수를 이용한 고량주가 있다. 우리는 술의 원료로 찹쌀과 멥쌀을 사용해왔다. 쌀과 누룩만 갖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빚은 술은 맛도 기가 막히게 좋고, 그렇게 마시라는 것은 아니지만, 밤새 마셔도 아침에 거뜬하게 일어날 수가 있다. 숙취가 전혀 없다. 왜냐면 좋은 재료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다시 말해 오랜 정성과 기술로, 술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직한 재료, 충분한 시간, 그리고 정성이 좋은 술을 만든다. 좋은 술은 기다려줘야 한다. 빨리 만들라고 닦달해서는 안된다."

술 자체의 장점은 뭐라고 보나?

"우리 몸을 다루는 학문인 의학의 한자 ‘의'를 보면, 발효식품 그릇이란 글자가 들어 있는데, 이는 다시 말해 술 빚는 항아리를 의미한다. 또, 무당 ‘무’자도 들어있다. 예전에 병에 걸리면 하늘에 빌었다.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병에 걸리면 하늘에 빌고, 또 수술을 한 뒤 병을 고치는데 술을 활용했다는 뜻이다. 가령, 옛날에 마취제가 제대로 있었겠나? 술을 먹여서 적당히 취했을 때, 통증을 잘 못느낄 때, 수술을 했을 수도 있다. 화타나 편작 같은 명의가 실제로 그랬다.

술은 원시적인 의학의 정점에 있었다. 당시에는 의학과 술이 ‘하나’였다. 의학의 중요한 수단으로 술이 자리잡고 있었다. 술을 적당히 마시면 우선 몸이 따뜻해지고, 피 순환도 잘된다. 그래서 늘 식사 때 반주를 한잔씩 하는 분이 굉장히 장수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높은 도수의 증류주들은 살균소독 효과가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사람들이 알코올로 피부 소독은 곧잘 하면서도 왜 대부분의 성분이 알코올인 술은 나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인산가 김윤세 회장은 “죽염이 불량 소금을 몰아냈듯이, 좋은 술이 나쁜 술을 근절시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선뉴스프레스 양수열 기자
인산가 김윤세 회장은 “죽염이 불량 소금을 몰아냈듯이, 좋은 술이 나쁜 술을 근절시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선뉴스프레스 양수열 기자
소금도 마찬가지다. 기운 빠진 사람들이 병원을 찾으면, 의사가 혈관에 링거영양제부터 주지 않나? 그게 소금물이다. 혈관으로는 소금물 넣으면서 입으로는 소금 먹지 말라고 한다. 혈관에 소금물 넣으면 금방 기운이 돌아온다. 그런데, 입으로는 소금을 먹지 말라? 도대체 말이 안되는 소리다.

술도 마찬가지다. 의학이론상 알코올 소독 효과가 가장 좋은 알코올 도수가 70도 정도다. 그래서 우리는 알코올 도수 72도인 증류주, 적송자를 만들었다."

‘빨리빨리 마시고 취하기’가 대세인 우리나라 술문화는 어떻게 보나?

"우리나라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 술문화는 굉장히 멋이 있었다. ‘음풍농월’, 맑은 바람을 맞으며 시를 짓고, 밝은 달을 바라보면서 흥겹게 술 마시는 게 우리 조상들의 술문화였다.

그런데 근래의 술문화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처럼, ‘너 죽고 나 죽고 다 죽자'식이다. 죽자고 술 마시는 식이다. 술을 이렇게 죽어라고 마신 것은 얼마 안됐다. 일제가 들어오면서 우리 술을 통제하고 못만들게 하지 않았나? 술에 대한 세금을 처음으로 걷고, 술 자체를 아예 만들지 못하게 한 것이 일제다. 일제의 억압정책 때문에, 좋은 술은 사라지고, 나쁜 술이 새로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다양한 술이 아니라, 획일화된 나쁜 술이 보편화됐다. 전시에 동원할 쌀로는 술을 빚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저품질의 술밖에 만들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알코올 도수는 강한데, 술 자체의 풍미라든지, 본연의 향과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없게 됐다. 이러다 보니 전통적 술문화가 맥을 잇지 못하고, 저급한 술문화가 자리잡은 것이다. 품질 좋은 술 먹고 취한 경우와 품질 나쁜 술 먹고 취한 경우는 그 행태가 완전히 다르다. 질 나쁜 술로 취한 사람들은 목소리가 지나치게 커지고 폭력적으로 변하기 쉽다. 독성 작용을 하는 알코올을 많이 섭취하면, 취하면서도 기분이 나빠진다. 기분이 나빠지니까 욕이 나오고 몸싸움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알코올 성분밖에 없는 술은 우리 몸에 독성작용 외에 줄 게 없다."

인산가의 죽염공장은 경남 함양에 있다. 술 양조장 역시 함양의 삼봉산 해발 500여m 지점에서, 자연적으로 솟아나는 미네랄 풍부한 물을 이용해 품질 좋은 찹쌀과 멥쌀, 직접 만든 누룩으로 술을 빚는다.
약주 청비성은 삼양주(세번 담근 술)와 오양주(청비성 골드)가 있다. 45일간 발효를 거친 뒤 또 영상 5도 저온에서 90일간 숙성으로 완성된다. 증류주 월고해는 알코올 도수가 42도다. 오양주 청비성 골드를 증류해 2년 숙성 기간을 거쳐 병입한다. 증류주 적송자는 김윤세 회장이 "알코올 살균소독은 알코올 농도가 70%일 때 최고"라는 생각에서 72도로 만들었다. 탁여현은 탁주다.


인산가 김윤세 회장이 함양의 양조장에서 숙성 중인 술을 살펴보고 있다. /인산가 제공
인산가 김윤세 회장이 함양의 양조장에서 숙성 중인 술을 살펴보고 있다. /인산가 제공
인산가 술의 장점을 설명해달라.

"우리 술은 ‘애주가에 의한, 애주가를 위한, 애주가들의 술’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은 애주가인 내가 먹으려고 술 빚기 시작했다. 내가 먹으려고 만든 술이니, 나쁜 재료를 쓸 수 있겠나? 술을 자주 마시는 입장에서, 몸에 덜 해로운 술을 만들겠다고 해서 빚은 술이다. 주당의 속을 덜 상하는 술,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술, 자부심을 가질 만한 술을 만들고 싶었다. 이런 술을, 우선은 내가 마시고, 또 애주가들과 같이 나눠마시고 싶어 술사업을 시작했다.

첫째로 재료를 좋은 걸 쓴다. 더 좋은 것은 해발 500m 산속에 양조장이 있고 그 주변의 지하 암반수를 쓰니까, 술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누룩도 최고급을 쓴다.

우리는 세월로 술을 만든다. 다른 양조장에선 5일이면 탁주를 만드는데, 우리는 발효와 숙성에 135일 걸린다. 탁주, 약주 다 마찬가지다. 증류주는 또 2년 안팎의 숙성기간을 따로 둔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증류주는 워낙 독하니까 숙성을 어느 정도 해야 부드러워진다."

대중적으로 잘 팔리는 증류주는 40도 정도다. 그런데, 알코올 도수 72도 적송자는 왜 만들었나?

"의학적으로 알코올 살균 소독 효과가 정점인 것이 알코올 70도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그것만은 아니고, 안동소주가 45도, 중국의 마오타이, 북한의 단군장주 같은 명주 도수가 54도다. 증류했을 때 평균 알코올 도수가 그렇다는 것이다. 물은 전혀 타지 않는다. 증류한 뒤 물을 타지 않았을 때의 그 도수가 가장 이상적인 알코올 도수다.

그런데 적송자는 이보다 도수를 높였다. 적송자는 살균소독 효과도 있겠지만, 72도로, 워낙 독하니까 큰 컵에 벌컥벌컥 마실 엄두는 못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도수도 높고 가격도 비싼 술이라, 많이 마실 술이 절대 아니다. 사람들은 높은 도수만 보고 ‘저 술은 몸에 해롭겠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암벽등반을 예로 들어보겠다. 암벽등반, 사고 위험도 큰데 왜 하나?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데, 암벽등반은 등반의 기술을 향상시키는 좋은 방법이다. 암벽등반은 경사가 워낙 급하니까 추락의 위험이 높은 건 사실이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안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제반 준비를 사전에 철저히 한다. 암벽등반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위험 상황이 닥치더라도 해결할 능력과 준비가 돼있다. 그래서 오히려 실제 사고가 적게 발생하는 게 암벽등반인 것처럼, 도수 높은 술을 마신다고 해서 몸에 해롭다는 것은 편견이다. 도수가 높기 때문에 애주가 본인의 컨디션을 감안해서 마시고, 기본적으로 적게 마신다. 72도 술을 가볍게 마실 사람은 거의 없다. 과음을 스스로 안하게 하는데는 도수 높은 적송자 같은 술이 효과가 있다."

인산가 김윤세 회장의 술 욕심은 한이 없다. 좋은 술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폭음과 과음으로 얼룩진 잘못된 우리의 음주문화도 바로잡으려 한다. 그래서 우선, 주변의 지인들과 시작한 술모임이 ‘신풍류도'다. 한국의 술문화를 업그레이드하는 모임이라고 설명한다. ‘풍류’는 신라통일시대 경남 함양군수를 지낸 고운 최치원이 처음 쓴 말이다. 함양은 인산가의 죽염공장과 본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최치원은 ‘우리나라에 현묘한 도가 있으니, 이를 풍류라 한다'고 했다. 자기 정신의 수양과 심신 연마를 하며 멋스럽고 풍치가 있는 삶을 즐긴 당시 화랑 ‘난랑’을 추모하며 지은 비석의 서문에 적은 글이다.

김 회장이 만든 술모임 ‘신풍류도’를 설명해달라.

"술문화를 좀 업그레이드 시켜보자는 취지에서 주변의 지인들과 ‘신풍류도' 술모임을 가끔씩 갖고 있다. 2018년에 인산가에서 술을 내놓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작했다. 인산가 본사와 죽염공장이 있는 경남 함양은 고운 최치원 선생이 통일신라시대 때 태수를 지냈던 곳이다.

고운 최치원 선생이 쓴 난랑비(신라의 화랑 난랑을 추모하여 세운 비로, 최치원이 쓴 서문의 일부가 삼국사기에 전한다) 서문에 이런 말이 나온다. ‘나라에 현묘한 도가 있으니, 이를 풍류라 한다'. 그게 뭐냐면 심신을 단련하고, 술도 사람들과 우의를 다지는 선에서 마시고, 한마디로 굉장히 멋스러운 여가문화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자연에서 좋은 벗들과 술을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며, 우의를 다지고, 시를 짓고, 노래를 부르는 정경이 바로 풍류다.

이런 풍류를 즐긴 선인으로는 중국의 이태백, 두보, 우리나라의 김삿갓 같은 분들이다. 그밖에도 우리가 이름을 알지는 못하지만 풍류를 즐긴 조상들이 많았을 것이다. 거의 신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신선 중에 ‘담배 피웠다’는 분들은 없지만 ‘술 안마신다'는 분들은 들어보지 못했다. 신선과 술은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신풍류도는 우리 민족 전통 정신 속에 흐르는 이런 멋스러운 그런 문화를, 저급한 술문화가 만연한 오늘에 되살려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인산가 김윤세 회장이 서울 인사동에서 ‘신풍류도' 술모임을 갖기에 앞서 지인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조선뉴스프레스 양수열 기자
인산가 김윤세 회장이 서울 인사동에서 ‘신풍류도' 술모임을 갖기에 앞서 지인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조선뉴스프레스 양수열 기자
지금까지 대여섯번 정도 신풍류도 모임을 했다. 산업화 시대가 초래한 ‘빨리빨리 술문화'를 조금이라도 없애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다. 하지만 딱히 계기가 없었는데, 2018년에 인산가에서 직접 만든 술이 나온 것을 기회 삼아, 좋은 술을 먹으면서, 품격있게, 멋스럽게 술모임을 하면서 우리 사회를 천천히 그렇게 바꿔 나가보자는 희망을 갖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술로 인해 개인적으로는, 건강을 해치는 일이 줄어들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의료비 절감 효과가 엄청날 것이다. 그래서 개인, 국가에 모두 좋은 일이기 때문에 좋은 술문화가 널리 파급돼서, 저급한 술문화가 대한민국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 이런 품격있는 술문화 전파의 ‘핵심 동력’으로 삼기 위해 탁여현, 청비성, 월고해 같은 명품술을 만들었다."


죽염과 좋은 술의 공통점은?

먼저, 소금이야기를 하겠다. 죽염은 잘못된 소금 인식을 바꾸었다. 이제 소금은 양이 아니라 질(품질)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질이 안좋은 소금은 조금 먹어도 몸에 해롭다. 그러나, 품질이 좋은 소금, 천일염만 해도 식성대로 충분히 먹어도 전혀 해롭지 않다. 죽염은 식성대로가 아니라, 숟가락으로 너댓 숟갈 퍼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갈증이 심하게 생기는 것도 아니고, 몸이 붓지도 않는다. 오히려 여러 면에서 우리 몸에 이로운 작용을 하는게 죽염이다.

술도 마찬가지다. 나같은 경우는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반주로 술을 마신다. 그러다 늦게까지 마시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다음날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물론 젊었던 시절에 깡소주를 퍼마시던 시절에는 다음날 몸에 무리가 느껴진 적이 많았지만, 적당한 음주는 전혀 몸에 해롭지 않다.

질이 좋은 술은 기분 좋게 취하기도 하려니와, 실제 건강에 해가 되는 게 아니라, 소화를 돕는다. 좋은 술에 들어 있는 누룩은 살아있는 유산균이다. 우리 술 중 탁주인 ‘탁여현'을 마시고는 ‘대변이 시원하게 잘 나온다'는 분들이 많다. 그만큼 뱃속이 편안해졌다는 것이다. 우리 뱃속의 장이 좋아지면 몸 전체가 저절로 좋아진다. 그래서 ‘술을 마시면 건강이 좋아진다’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음주가 일정 부분 우리 몸(건강)에 기여를 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인산가 김윤세 회장, 우성숙 인산연수원 원장(사진 왼쪽) 등이 신풍류도 모임에서 지인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조선뉴스프레스 양수열 기자
인산가 김윤세 회장, 우성숙 인산연수원 원장(사진 왼쪽) 등이 신풍류도 모임에서 지인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조선뉴스프레스 양수열 기자
소금은 우리 몸에 어떤 작용을 하나?

"소금은 옛날부터 최고의 소염제였다. 그리고 훌륭한 소화제다. 그리고 살균 소독제다. 소금이 없으면 해독이 안된다. 인류 초기부터 소금은 ‘최고의 약’의 위치에 있었다. 그런데, 소금이 아닌 소금, 질이 안좋은 소금이 등장하면서 소금은 엄청난 누명을 썼다. 그리고 그 위상이 추락해 이제는 사람들이 발로 밟고 다닐 지경에 이르렀다. 소금 값은 모래 값이나 똑같다. 옛날에는 귀한 것의 대명사가 소금이었는데, 지금은 천한 것의 대명사가 됐다. 소금, 자체가 돈이었다. 고려 왕조 창건은 소금장수들이 뒷받침했다. 누명 쓴 것은 술도 마찬가지다. 일부 질이 안좋은 술들이 저질러 놓은 일들 때문에 모든 술병 백라벨에는 ‘술은 간암, 간경화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는 섬뜩한 경고문이 적혀 있다."


그래도 건강식품 회사가 술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내부 반발이 대단했을텐데.

"술 사업을 하겠다고 하니, 직원들이 한목소리로 반대를 했다. ‘건강식품 회사가 술 만든다고 하면 소비자들이 비난할게 뻔한데, 왜 욕 먹을 짓을 사서 하느냐’는 반응이었다. ‘병 주고 약 주는 꼴'이란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오해를 살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게다가 ‘이게(술사업) 돈이 됩니까?’ 하는 ‘이유있는 반발’도 많았다. 계속 돈이 들어가기만 하는 사업인줄 알기 때문이었다. 사실 지금도 설비투자에 계속 돈이 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설득했다. ‘이건 돈 낭비가 아니라 투자다. 술은 오랜 기간 익어야 돈이 된다'고 말이다. ‘술이 익는데 필요한 시간인 4~5년간은 계속 투자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아직은 죽염 팔아서 번 돈을 술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형국이다. 생산량을 조금씩 늘려 지금은 항아리와 오크통에 숙성하고 있다. 양조장을 방문한 사람들 중에는 ‘오크통째로 팔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또, 실제로 오크통째로 이미 판매가 된 사례도 몇 있다. 오크통 하나가 220L(리터)인데, 적송자(72도)는 오크통 하나에 1억3000만원 가량 한다. 그래서 조금 값을 깎아서 1억원에 오크통술 몇개를 팔기도 했다.

양조사업 장점 중 하나가 이전에는 함양연수원을 찾는 손님 대접할 때 밖에서 술을 사와서 같이 마셨는데, 이제는 우리가 만든 술을 내놓으면 다들 ‘이렇게 맛있는 술이 있었나’는 반응들이다. ‘독한 술이 부드러우면서도 향도 좋다'고 입소문도 내준다.

물이 암반층에서 하루에 300톤씩 솓구쳐 나오는 약수터 바로 옆에 양조장을 지었다. 그 물로 술을 담근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런 산속에 양조장이 있는 걸 보고 처음 놀라고, 술맛을 보고는 두번째 놀란다. 내가 꿈꾸던 것이 조금씩 실현돼 가고 있지만 아직은 시작이니까 좀 미약하다."

앞으로 술사업을 확대할 계획은?

"지금까지 만든 술은 기본이고, 여기에 플러스 알파가 뭐냐면 각종 약재를 가미한 술이다. 선친인 인산 선생이 술 빚는데 추천한 약재들이 있다. 가령, 중국 등소평이 마시던 술로 십전대보주가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십전대보탕을 기본으로 해서 빚은 술이다. 우리나라에는 십전대보탕보다 월등히 좋은 처방이 수두룩한데, 그 처방이 술에 실려서 우리 몸에 들어오면, 굉장히 빨리 약기운이 몸에 퍼질 수밖에 없다. 술이 혈액순환에 좋기 때문이다. 좋은 약의 흡수율을 높이는데 술보다 좋은 게 없다. 술을 발효할 때부터, 몸에 좋은 약재를 넣어 발효와 숙성을 잘 시킨 뒤 증류해서 약재술을 새로 만들 작정이다.

이런 술 중에 선친이 말한 ‘팔선주’(오가피, 우슬 등 8가지 약재가 들어간 술)라는 게 있다. 요즘에는 약재도 비료, 농약 주고 재배하는게 대부분이니, 지금의 과제는, 옛날의 약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산속에 자생하는 당귀, 창출 같은 귀한 약재를 구하고, 인삼도 발품팔아 정말 좋은 인삼을 구해서 술 담그는데 넣어야 한다.

또 숙지황은 직접 법제(자연에서 채취한 원생약을 약으로 처리하는 과정)를 해야하고. 이런 것들을 준비해, 술 빚을 때 넣으면, 향도 좋고, 몸에 직접적 이로움을 주는 ‘세상에 없던’ 술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이런 술들은 약효 믿고 과음하는 풍토를 절대 없애야 한다. 그게 실현되면 철학과 문화가 있는, 또 술 담는 기술이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술공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최근에 북한 술을 하나 맛봤는데, 북한 과학자가 레시피를 줘서 중국 연변에서 만든 술이었는데, ‘단군장주’라는 술이었다. 간장, 된장 재료를 넣은 술이다. 53도 증류주다. 우리나라에도 된장술이 있는데, 먹어보니 된장 향이 있어 좀 부담스러웠는데, 이 술은 마오타이처럼 술맛이 기가 막혔다. 북한은 물론 중국 연변지역 술시장을 휩쓴다고 한다. 그 지역 술 시장의 70% 점유율을 갖고 있다고 한다.

쌀을 기본으로 된장을 넣어 빚은 단군장주가 ‘북한의 국주’라는 얘기도 있다. 북한을 대표하는 술이란 의미다. 이 술을 맛보고선 ‘아 그렇다. 내가 추구하는 술이 바로 이런 술’이란 영감을 얻었다. 말하자면, 정말 좋은 술인데, 맛도 좋고, 몸에도 좋다면 누구나 찾을게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 한국을 대표해서 세계 술시장에 내놓을 술이 아직 없다. 내가 술에 관한 한은 최고의 지식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다른 양조인들이 갖고 있지 않은 약재 지식은 최고라고 자부한다. 앞으로 향과 맛은 물론 건강에도 좋은, 그래서 세계시장에 당당히 내놓을 세계명주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