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때문에 중국 경기부양성 투자 본격화? 美와 5G 기술전쟁 가속

장우정 기자
입력 2020.02.14 06:00
‘화웨이’ 내세운 중국과 ‘反화웨이’ 노골화하는 미국
중국 "올해 기지국 40만개 추가 건설"... 우한폐렴이 변수
미국, 325조 통큰 투자 본격화… "반드시 이겨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미·중 무역전쟁이 기술전쟁으로 불붙고 있다. 핵심에는 5G(5세대) 이동통신이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우한 폐렴’이라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5G 같은 신형 인프라 공격 투자를 통한 경기부양책을 예고했고,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기술굴기의 최전선에 있는 ‘화웨이 죽이기’를 마지막 성과로 내세울 방침이다.

14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말까지 전국적으로 13만개 5G 기지국을 설치했고, 올해 말까지 기지국 40만개를 추가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저장성, 광둥성, 산둥성, 충칭 등 31개 지방정부가 5G 신규기지국을 만들겠다고 목표를 잡았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6억명의 5G 가입자를 모아 글로벌 선두에 서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내 우한 폐렴 확산과 이를 통한 공급 차질, 수요 부진 등의 도미노 효과로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가 경기 안정을 위해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중국 정부는 부양 수단으로 부동산을 활용했지만, 이번에는 5G 신형 인프라 중심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감염증 확산 우려로 기지국 설치가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으로 전해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를 보면,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업자인 차이나모바일의 자회사 베이징모바일은 5G 기지국 설치를 연기한 상태다. 대다수 건물주가 감염을 우려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불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 등 다른 주요 통신사업자의 공통된 고민거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글로벌 통신장비 1위 업체인 화웨이는 차이나모바일·차이나텔레콤의 5G 장비 공급을 맡고 있다.

글로벌 1위 통신장비 사업자인 중국 화웨이가 미·중 기술패권 전쟁에서 부각되고 있다. /AP연합뉴스
글로벌 1위 통신장비 사업자인 중국 화웨이가 미·중 기술패권 전쟁에서 부각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반(反) 화웨이’ 전선을 노골화하고 있다. 지난달 말 동맹국인 영국이 국가 핵심 인프라나 보안이 필요한 곳을 제외한 통신망에 대해서는 화웨이 5G 장비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하자 격노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후 미국은 화웨이 대항마를 만들겠다며 글로벌 2~3위 통신장비업자인 에릭슨이나 노키아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고 언급하는가 하면, 화웨이가 ‘백도어(Back door·인위적으로 만든 정보 유출 통로)’를 통해 세계 각국의 이동통신망에 몰래 접근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5G망에 화웨이 장비를 들일지 결정을 앞둔 독일 등 다른 국가에 우회적으로 경고한 셈이다.

한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자국 통신장비 업체가 없는 미국이 화웨이를 제어해 중국의 5G 글로벌 영향력을 끌어내리려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역으로 미국은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사법당국이 미국 통신사 3위, 4위인 T모바일과 스프린트의 합병을 승인한 것도 미국 5G 투자 본격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합병 승인 조건으로 인수합병 절차가 끝나는 시점부터 3년 내 미국 인구 97%를, 6년 내 99%를 5G 커버리지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5G 상용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반드시 이겨야 한다"며 ‘5G 이니셔티브 계획’을 내놓고 2750억달러(약 325조원) 규모의 투자와 규제 합리화, 사상 최대 주파수 경매, 펀드 조성 등에 나선 바 있다. 5G 투자에 나설 주체의 합병이 성사되면서 1, 2위 사업자의 투자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통신업계는 보고 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발표한 글로벌 5G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60개국에서 176개 사업자가 5G 상용화에 나서며 전 세계 가입자는 7687만명으로 훌쩍 늘어날 전망이다. 2025년에는 16억명에 가까운 인구가 5G 서비스를 이용할 것으로 봤다.

김대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은 "5G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로 개별 기업은 물론 국가의 산업 전략적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며 "5G 핵심은 자동차, 제조, 물류, 인프라 같은 타 산업과 융합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5G를 선점하기 위해 국가간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 이유"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