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다운사이징... 백화점·마트·슈퍼 점포 수 줄이고 통합 경영

안상희 기자
입력 2020.02.13 19:09 수정 2020.02.14 07:28
롯데쇼핑(023530)이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슈퍼, 롭스 등 현재 운영 중인 오프라인 매장 700여개 중 실적이 부진한 점포 200여곳의 문을 3~5년내 닫는다고 13일 밝혔다. 전체 점포의 30%를 폐점하는 셈이다. 1979년 창사 이래 처음 있는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BU(부문)장./조선일보DB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BU(부문)장./조선일보DB
롯데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사실상 불가피한 선택이다. 롯데쇼핑은 온라인 공세도 이겨내기 버거운 상황에서 경기부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악화된 한일관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등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영업이익 4279억원, 매출 17조6328억원을 냈다. 각각 전년보다 28.3%, 1.1% 줄었다.

롯데쇼핑은 긴급처방으로 지난해 12월 백화점·마트·슈퍼·롭스·e커머스 등 5개 사업부문별 대표이사 체제를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BU(부문)장 겸 롯데쇼핑 대표 1인 체제 하의 통합 법인(HQ)으로 재편했다. 롯데쇼핑 5개 사업을 하나의 통합법인으로 재편한 것은 과거 법인 내 각 사업부가 개별 대표 체제로 운영되면서 독립적 의사결정을 하다 보니 회사의 자원을 법인 전체의 성과를 위해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내린 조치다.

또 지난달부터 강희태 롯데그룹 부회장 주도로 백화점, 마트, 슈퍼 등 각 사업부 본사 인력을 축소하고 이들을 영업 현장에 재배치하는 조직 개편을 시작했다. 롯데쇼핑 구조조정의 핵심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이다.

올해부터 롯데쇼핑은 통합법인으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각 사업부는 상품 개발 및 영업 활동에 집중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현재 롯데쇼핑은 사업 부문별로 백화점 31개, 아웃렛 20개, 마트 124개, 슈퍼 412개, 롭스 131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우선 회사는 총 100만 평의 매장 공간, 40년간 축적된 상품기획(MD) 노하우, 3900만명의 고객 데이터 등 롯데쇼핑 보유한 핵심 역량을 다각도로 활용해 체질 개선을 진행한다.

5개 사업부문은 오프라인 공간의 경계를 허무는 방향으로 매장을 개편한다. 경쟁력이 낮은 중소형 백화점의 식품 매장은 신선식품 경쟁력을 갖춘 슈퍼로 대체한다. 마트의 패션상품 판매는 다양한 브랜드에 대한 구매력을 갖고 있는 백화점 패션 바이어가 기획해 진행한다. 이런 식으로 기존의 매장 운영 개념을 벗어던지고 공간을 융합한다.

또 모든 고객·상품·행동 정보를 통합, 분석하고 오프라인과 이커머스의 강점을 결합해 개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는 3월 7개 쇼핑 계열사를 통합한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ON)’을 출범한다.

사업부문별로는 롯데마트는 신선 신품 중심의 '그로서리 전문몰'로 매장 구조를 혁신하고 점포 기반의 배송 시스템을 도입해 모든 점포를 온라인 배송의 물류기지로 만들 방침이다. 롯데슈퍼는 적자가 나는 직영 사업을 줄이고 프리미엄급 상품과 일반상품의 균형을 추진한다. 온라인 물류센터인 프레시센터 자동화, 프리미엄 시장 확장으로 매출 및 영업이익을 개선할 방침이다.

하이마트는 오프라인 비효율 점포 11개를 폐점하고 점포 대형화를 통한 효율성과 수익성을 꾀한다. 또 프리미엄 중심으로 상품군을 강화하고, 메가스토어와 프리미엄 가전매장을 39개 더 확대할 예정이다.

롯데쇼핑은 구조조정과 동시에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서비스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강희태 대표이사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고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현재 롯데쇼핑의 최우선 과제"라며 "고객, 직원, 주주들의 공감을 얻는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롯데쇼핑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변화와 혁신에 대한 강도 높은 주문을 한 것에 따른 후속 조치다.

신 회장은 지난달 15일 새해 첫 사장단 회의에서 "기존의 성공 스토리와 위기극복 사례, 관성적인 업무 등은 모두 버리고 스스로 새로운 시장의 판을 짜는 게임 체인저 (Game Changer)’가 되자"고 주문했다. 그는 "마누라 빼고 다 바꾸라고 했던 이건희 회장의 심정만큼 절박하다"면서 변화를 촉구했다. 신 회장은 당시 모든 사업 부문의 수익성과 미래 성장성을 분석해 시대에 뒤떨어진 부분이 있다면 전략을 빠르게 재검토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