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통·수지에 사람 몰리는 세 가지 이유… "덜 올랐고, 갭 작고, 인프라 갖춰"

이진혁 기자
입력 2020.01.23 06:00 수정 2020.01.23 09:21
지난 22일에 찾은 경기도 수원 영통구 영통동의 한 공인중개업체는 오전부터 매매 가능한 집을 찾는 매수 대기자들의 문의로 온종일 전화벨이 울렸다. 공인중개사 말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부쩍 매매 문의가 늘었다고 한다.

그는 요즘 하루 서너건의 매매계약이 이뤄진다고 했다. 배액 보상을 막기 위해 계약금을 집값의 20% 수준으로 하겠다는 매수자도 있다고도 했다. 배액 보상이란 계약 이후 집값이 급등할 때 매도자가 집을 팔지 않기 위해 매수자에게 계약금의 2배를 주고 계약을 깨는 것을 말한다. 그는 "분당선 영통역과 망포역 인근 소형 아파트는 일주일 만에 호가가 1000만원 올랐다"고 했다.

경기도 영통구 매탄동에 있는 대단지 아파트. /이진혁 기자
경기도 영통구 매탄동에 있는 대단지 아파트. /이진혁 기자
12·16 부동산대책으로 서울 주택시장 상승폭은 줄었지만, 상대적으로 부동산 규제의 영향에서 벗어난 수도권 지역에는 ‘잔 불’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수원과 용인, 인천 등 서울 집값이 오르는 동안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크지 않았거나 일자리가 있는 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2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주간 상승률은 0.04%로 전주(0.07%)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하지만 인천 연수구(0.26%), 경기도 수원 팔달구(1.02%), 수원 영통구(0.91%), 용인 수지구(0.59%), 용인 기흥구(0.66%) 등은 서울 근교는 오히려 상승폭이 확대됐다.

이들 지역에 수요자가 몰리는 건 상대적으로 서울과 비교해 부동산 규제가 강하지 않고, 과천이나 성남시 분당구 등 수도권 주요 지역과 비교해 집값이 덜 올랐다고 수요자가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정원에 따르면 2017년 1월 초부터 올해 1월 13일까지 약 3년간 경기도 과천(25.89%), 성남 분당(21.85%), 광명(17.39%), 구리(20.06%) 등은 서울 상승폭을 웃돌 정도로 집값에 불이 붙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인천은 2.29% 오르는데 그쳤고, 송도가 포함된 연수구는 0.82%로 이마저 밑돌았다. 수원 팔달구(12.08%), 영통구(12.74%), 용인 수지구(13.25%), 기흥구(6.92%)도 수도권 주요 지역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그나마 팔달구는 최근 재개발사업이 활발히 진행됐고, 영통구는 광교신도시가 포함돼 최근 집값이 오른 게 반영된 수치다.

매매가와 전세금의 차이를 이용한 갭(gap) 투자를 할만한 환경이 좋다는 점도 수요자가 모이는 요인 중 하나다. 전용 59㎡ 이하 소형면적의 경우 매매가와 전세금의 차이가 수천만원 수준이라 초기 투자금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미 주변 생활편의·교육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이라는 점도 최근 수요자들이 기웃거리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 수도권 비규제지역에 몰리는 건 풍선효과를 노린 막차 수요에 가깝다"며 "정부의 부동산 규제의지가 워낙 큰 만큼 지금은 몸을 사려야 할 때라고 조언하고 있다. 집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공급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집값이 상승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당장 정부 규제 영향 때문에 과거만큼 수익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가격은 자본의 힘이 결정하기 때문에 서울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 매매가가 부진한데, 중저가 아파트만 오르는 현상이 계속 이어지긴 어렵다"며 "풍선은 작은 자극만으로 언제든 터질 수 있어 과도한 기대감은 금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