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성장, 차선의 선방" 홍남기 자화자찬…전문가 "인위적 끼워 맞추기"

세종=이민아 기자
입력 2020.01.22 15:33 수정 2020.01.22 17:56
"2.0%는 체감상 마이너스 성장" 지적 쏟아져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로 글로벌 금융위기 후 10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은 ‘성장률 선방론’을 내세우며 자화자찬을 쏟아냈다.

민간은 활력을 잃은 가운데 성장률 추락을 정부가 간신히 재정으로 메꿔 2%대를 방어했다. GDP 성장률에서 정부의 기여도는 1.5%포인트(P)로 10년만에 최대치였다. 최근 3년간 성장률이 3.2%, 2.7%, 2.0%로 추락하고 있지만, 정부는 위기 상황을 인정하기 보다는 낙관적인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오전 인천시 서구 염료생산업체인 경인양행에서 열린 '제3차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오전 인천시 서구 염료생산업체인 경인양행에서 열린 '제3차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 낙관론 펼쳤지만… "2% 성장, 인위적으로 끼워맞춘 것"

22일 홍남기 부총리는 인천 경인양행에서 열린 제3차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소부장 위원회)’ 모두발언에서 "2% 사수는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지킨 차선의 선방"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소부장 위원회가 끝난 후 ‘정부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무조건 낙관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근거없는 낙관론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홍 부총리는 "경제는 심리다. ‘우리 경제가 올해는 할 수 있다’고 한다면 할 수 있고, 주저앉는다고 하면 주저앉는다"고 말했다. 그는 "1년 내내 일관적으로, 처한 상황에 대해서 부정적 지표는 있는 그대로 말하되 상대적으로 긍정적이거나 나아지는 측면, 국제사회나 외부에서 보는 긍정 평가에 대해서도 균등하게 전달하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확대 거시경제 금융회의(거금회의)를 주재한 김용범 기재부 1차관도 "경기 반등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면서 "평균 시장 전망치인 1.9%를 상회함에 따라 경기 반등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며 낙관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경제 관료들의 이 같은 발언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의 경기 인식과 비슷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신년 기자회견에서 "거시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때 "우리 경제의 부정적인 지표는 점점 적어지고 긍정적인 지표는 점점 늘어난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전망도 국내외에서 일치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낙관적인 해석에도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에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우선 작년 성장률에 정부의 기여도가 1.5%P(포인트)로 집계됐다. 반면 민간의 기여도는 0.5%P로, 정부가 성장률 둔화를 방어하고자 재정을 투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의 성장률 기여도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2.3%P) 이래 최대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GDP 성장률이 2%로 떨어진 것은 국민들의 체감상으로는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2.0% 성장’은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서 인위적으로 끼워맞춘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 1.2% 달성에 대해서도 성 교수는 "복지지출과 정부가 발주한 건설투자로 만든 것이라 지속가능성이 있을 지 의문"이라고 했다.

◇구매력 보여주는 GDI, 외환위기 이후 21년만에 마이너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내용을 들여다보면 긍정적이라고 말 할 수 없는 상태"라면서 "서비스업이 성장을 주도했는데, 그 서비스가 대부분 공공행정과 사회서비스였다"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간 경제는 활성화가 전혀 안 됐다"면서 "정부가 계속 (재정을) 쓸 수는 없으니, 결국 민간 투자의 활성화가 중요한데 생각보다 성적이 좋지 않다"고 했다. 정부 지출이 민간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질 국내총소득(GDI)이 전년 대비 0.4% 감소한 것도 1953년 GDP 통계 작성 이래 네번째다. 실질 GDI 증가율은 지난 1956년, 1980년, 1998년 세차례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바 있다. GDI가 줄었다는 것은 가계,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실질 구매력이 감소했다는 의미다. 연간 GDI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0.1%)에도 마이너스는 아니었다.

거금회의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난 김용범 차관은 GDP 마이너스에 대해 "우리나라 경제 구조는 대외 교역에 영향을 크게 받는데, 그 중에서도 수출의 20% 넘게 차지하는 반도체의 가격이 53%나 떨어졌다"면서 "실질 소득의 증가율이 낮은 상태에서 교역 조건이 악화하면서, 아쉽게도 반도체 가격 하락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다른 요인보다는 그 이유가 가장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소영 교수는 이에 대해 "환율 등 교역 조건의 영향을 받은 것이지만, GDI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점은 전반적으로 굉장히 안 좋은 지표"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경제성장률이 높아서 부각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성장률이 낮기 때문에 이 부분이 눈에 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