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별세] 故 신격호 명예회장 영결식… 마지막 꿈 롯데월드타워 돌고 고향으로

안상희 기자
입력 2020.01.22 10:06 수정 2020.01.22 13:54
울산 울주군 선영에 안장
"당신이 롯데이고 롯데가 당신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롯데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신 분입니다. 역경과 고난이 닥쳐올 때마다 아버지의 태산 같은 열정을 떠올리며 길을 찾겠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지난 19일 노환으로 향년 99세 일기로 별세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영결식이 22일 오전 7시 서울 롯데워드몰 8층 롯데콘서트홀에서 그룹장(葬)으로 엄수됐다.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아침이었지만, 영결식에는 유족과 그룹 임원진 등 1500여 명이 모여 신 명예회장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유가족이 영결식이 열리는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롯데그룹 제공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유가족이 영결식이 열리는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롯데그룹 제공
영결식장에는 영어와 일본어 동시통역기가 배치돼 신 명예회장이 한·일 양국을 오가며 롯데그룹을 재계 5위 그룹으로 일궈낸 것을 실감케 했다. 영결식장까지 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150미터 넘는 줄이 세워지기도 했다.

이날 영결식은 유가족들이 위패와 영정을 들고 입장하며 시작됐다. 영정은 고인의 장손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장남 신정열씨가, 위패는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아들 신유열씨가 들었다. 뒤이어 고인의 부인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 신동주 회장, 신동빈 회장,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영결식장에 입장했다.

영결식은 묵념, 약력소개, 추도사, 추모 영상 상영, 헌화, 유족 인사말 순으로 진행됐다.

위는 신동주(뒤)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헌화하는 모습. 아래는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 여사가 헌화를 한 뒤 신동주(가운데) 회장과 신동빈(오른쪽) 회장이 함께 헌화를 하기 위해 준비 중인 모습./롯데그룹, 안상희 기자
위는 신동주(뒤)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헌화하는 모습. 아래는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 여사가 헌화를 한 뒤 신동주(가운데) 회장과 신동빈(오른쪽) 회장이 함께 헌화를 하기 위해 준비 중인 모습./롯데그룹, 안상희 기자
유족 인사말은 가족대표로는 고인의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그룹 대표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했다. 한때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두 사람이지만, 이들은 어머니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 양옆에 자리해 함께했다. 둘은 헌화도 함께 진행했다.

신동주 회장은 단상에 올라 "아버지는 자신의 분신인 롯데그룹 직원들과 고객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헌신해 오셨다"면서 "생전에 베풀어주신 정에 거듭 감사드리며 선친의 뜻을 가슴 깊이 새기고 살아가겠다"고 했다. 서툰 한국어였지만, 또박 또박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2일 열린 신격호 명예회장 영결식에서 유가족 인사를 하고 있다./안상희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2일 열린 신격호 명예회장 영결식에서 유가족 인사를 하고 있다./안상희 기자
곧이어 신동빈 회장도 단상에서 안경을 챙겨 끼고 떨리는 목소리로 "아버지는 우리나라를 많이 사랑하셨다"며 "타지에서 많은 고난과 역경을 겪고, 성공을 거두셨어도 고국을 더 기억하셨다"고 추억했다. 이어 "기업이 조국에 기여해야한다는 생각을 평생 실천했고, 저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기업인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가장으로서의 신 명예회장도 떠올렸다. 신 회장은 "아버지는 따뜻한 가장으로 가족을 위해 많은 고생과 시련을 겪으셨다"며 "가족들을 위한 아버지의 헌신과 사랑을 보면서 저는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오늘의 롯데가 있기까지 아버지가 흘린 땀을 평생 기억하겠다"며 울먹였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는 고인의 약력을 소개하며 고인의 도전정신을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그는 맨손으로 시작해 한국과 일본 양국에 걸쳐 식품부터 유통·관광·석유화학 분야 대기업을 일구는 데 성공한 고인을 회상했다. 황 대표는 떨리는 목소리로 "창업주의 기업보국 정신, 열정과 도전 DNA는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며 "롯데 임직원이 고인의 유지를 받들겠다"고 했다.

추도사를 맡은 명예장례위원장인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신 명예회장은 참으로 위대한 거인"이라며 "우리 국토가 피폐하고 많은 국민이 굶주리던 시절 당신은 모국의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이 땅에서 시작한 사업이 지금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이 됐다"고 했다.

출장을 떠난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의 추도사는 사회를 맡은 신영일 아나운서가 대독했다. 반 전 총장은 "신 명예회장은 우리 삶이 어두웠던 시절, 경제성장의 앞날을 밝혀줬던 큰 별이었다"며 "전쟁의 폐허 위에서 국가재건을 위해 몸부림치던 시절, 조국의 부름을 받고 경제부흥과 산업발전에 흔쾌히 나섰고 기업보국의 사명감으로 세계적인 기업을 일궈냈다"고 했다.

추도사가 끝나자 신 명예회장의 젊은 시절 모습과 생전 모습이 담긴 5분짜리 영상이 나왔다. 신 명예회장의 젊은시절 모습부터 마지막 꿈인 롯데월드타워 건설을 지휘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유족과 롯데 임직원들은 "언제나 더 큰 꿈을 꾸는 청년정신으로 구순 나이에도 현장을 지휘하던 자신의 열정은 마침내 대한민국의 가장 높은 자부심이 되었다"는 말에 뭉클해진 모습이었다.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을 태운 운구차가 영결식 후 그의 숙원사업인 롯데월드타워를 한바퀴 돌고 있는 모습./롯데그룹 제공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을 태운 운구차가 영결식 후 그의 숙원사업인 롯데월드타워를 한바퀴 돌고 있는 모습./롯데그룹 제공
1시간가량의 영결식이 끝난 후 고인을 태운 운구차는 롯데월드타워를 한 바퀴 돌고 신 명예회장의 고향 울산 울주군 선영으로 향했다.

롯데월드타워는 신 명예회장이 1987년 "잠실에 초고층 빌딩을 짓겠다"며 대지를 매입하면서부터 시작된 숙원 사업이다. 그는 잠실에 아파트를 짓는 게 수익성이 훨씬 좋다는 반대 의견에도 "서울에 온 관광객들에게 고궁만 보여줄 순 없다"며 사업을 추진했다. 롯데월드타워가 개장한지 한 달 만인 지난 2017년 5월 3일에는 휠체어를 타고 타워 118층 전망대를 찾아 "관람객이 얼마쯤 될 것 같냐"고 묻기도 했다.

이날 발인은 영결식에 앞서 오전 5시30분쯤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가족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다.

22일 영결식에 앞서 진행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발인 직후 모습./롯데그룹 제공
22일 영결식에 앞서 진행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발인 직후 모습./롯데그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