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서 물건 들고 나오니 AI 점원이 알아서 계산해버렸네

안상희 기자
입력 2020.01.15 10:22 수정 2020.01.15 13:54
캔 음료 절반 마시고 두고 튀어도 AI 점원이 계산
편의점 업계 무인점포, 아마존 고 모델 확산

14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트윈타워 20층에 위치한 'GS25 을지스마트점' 입구. 휴대폰서 BC카드 모바일 결제 앱인 'BC페이북'을 열고 QR코드 결제를 눌렀다. 생성된 QR코드를 출입구에 찍자 20m²(약 6평)가량 되는 편의점에 들어설 수 있었다. 곧바로 누군가 지켜보고 있던듯 "어서오세요"라는 멘트가 나왔다. 260여종의 제품이 진열된 이곳에는 상품을 계산하기 위해 바코드를 찍어 결제하는 점원도, 계산대도 없었다. 감자칩 '예감'을 집어들고 점포를 나오니 몇십초 후 1200원 결제가 완료됐다는 알람이 울렸다. 이곳의 점원은 바로 인공지능(AI)이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이 BC카드, 스마트로와 손잡고 선보인 미래형 편의점  'GS25 을지스마트점’. 천장에 설치된 34대의 카메라가 고객의 행동과 움직임 등을 인식한다./안상희 기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이 BC카드, 스마트로와 손잡고 선보인 미래형 편의점 'GS25 을지스마트점’. 천장에 설치된 34대의 카메라가 고객의 행동과 움직임 등을 인식한다./안상희 기자
이곳은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이 BC카드, 스마트로와 손잡고 선보인 미래형 편의점이다. GS리테일이 안면 인식 결제 시스템과 스마트 스캐너를 적용해 선보인 기존 무인형 스마트25 점포보다 한 단계 더 진화된 미래형 편의점이다. 계산대 없이 고객이 물건을 가지고 나오면 저절로 결제되는 미국 아마존 무인매장 '아마존고'와 유사한 모델이다.

천장에 설치된 34대의 스마트 카메라와 진열대에 설치된 300여개의 무게 감지 센서 덕분에 사람이 아닌 AI가 매장을 관리할 수 있다. 각 상품 매대 바닥에 설치된 센서는 고객이 어떤 물건을 얼마만큼 고르는지를 감지한다. AI는 딥러닝 스마트 카메라와 함께 고객의 소비 행동을 학습해 고객이 제품을 집어드는 순간 이를 구매한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파란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무게 감지 센서 덕분에 AI(인공지능)가 고객이 어떤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았는지를 알 수 있다./안상희 기자
파란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무게 감지 센서 덕분에 AI(인공지능)가 고객이 어떤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았는지를 알 수 있다./안상희 기자
다만, AI는 고객이 제품을 처음 집어드는 순간 이를 장바구니에 넣은 것으로 간주해 고객이 제품을 다른 소비자에게 전달해도 처음 제품을 들어올린 사람한테 요금을 지불하도록 한다. 물건을 집은 후 다른 사람에게 넘기거나 바닥에 내려놓는 행동을 하면 물건이 결제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매장 내에서는 사람이 있을 때 1분마다 "상품 위치 이동 및 타인에게 상품 전달 시 자동 결제 될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라는 안내 멘트가 나왔다.

34대의 카메라 중 2대의 네트워크 기반의 영상인식 카메라는 점포 구역을 나눠 고객 위치에 따라 안내 멘트를 한다. 들어서자마자 자동으로 "어서오세요" 멘트가 나오는 이유다. 이현규 GS리테일 편의점사업부 과장은 "향후에는 특정 제품 앞에 고객이 서면 할인 이벤트를 알려주거나, 시각 장애인 고객에게 어떤 제품이 앞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기능까지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직 기술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조선비즈는 7가지 비정상적인 상황을 가정해 AI 점원을 실험했다. 이 중 3가지 상황에서는 결제가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비정상적인 행동을 할 경우 데이터 분석 시간이 늘어 점포를 나간 후 결제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우선 고객이 매장에서 '치즈카라멜 팝콘'을 출입구 밖으로 던진 후 나온 경우, 고객이 '치즈카라멜 팝콘'을 옷에 감춰 나온 경우, 고객이 얼굴을 가리고 '치즈카라멜 팝콘'을 가지고 나온 경우에는 해당 제품을 제대로 결제했다. 또 포카리스웨트 캔을 3분의1 이상 마신 뒤 매장에 두고 나온 경우에도 이를 결제했다.

이현규 GS리테일 편의점사업부 과장이 14일 서울 중구 을지트윈타워 20층에 위치한 'GS25 을지스마트점매장에서 '치즈카라멜 팝콘'을 출입구 밖으로 던진 후 매장을 나온 결과 인공지능(AI)은 이를 인식해 해당 제품을 결제했다./안상희 기자
이현규 GS리테일 편의점사업부 과장이 14일 서울 중구 을지트윈타워 20층에 위치한 'GS25 을지스마트점매장에서 '치즈카라멜 팝콘'을 출입구 밖으로 던진 후 매장을 나온 결과 인공지능(AI)은 이를 인식해 해당 제품을 결제했다./안상희 기자
하지만 플라스틱 음료인 '따옴'을 개봉해 한 모금 살짝 마신 뒤 매장에 두고 나온 경우 AI는 제품을 결제하지 않았다. 소비자가 이미 구입한 '예감 감자칩'을 들고 들어가 동일한 제품과 바꿔 나온 경우에는 사실상 고객이 자신의 물건을 두고 새 물건으로 바꿔치기해서 나온 것이었지만, 이를 계산하지 않았다. 바꿔치기를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사전에 바나나맛 우유 진열대에 고구마맛 우유를 배치해 놓고 고객이 매장에 입장해 잘못 진열된 고구마맛 우유를 집어 나온 경우 이를 바나나맛 우유로 계산했다.

스마트로 관계자는 "음료를 15g 이상 마시고 두고 나오면 AI가 이를 감지해 결제하지만, 15g 이하로 마신 후 두고 나오면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결제를 안 한다"고 말했다.

이 매장은 BC페이북 이용자라도 체크카드 이용자라면 해당 편의점을 이용할 수 없다. 체크카드에 잔액이 없을 경우를 감안해 신용카드와 연결한 소비자만 이용하도록 했다.

아직은 오류가 날 경우 혹은 요거트를 구매하면서 숟가락이 필요할 경우 등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근무자는 상품 보충진열 할 때만 상주해 오류가 나거나 도움이 필요한 경우 동일 건물 지하 1층 GS25에 찾아가면 된다. 편의점에서 흔히 진행하는 '2+1', '1+1' 행사도 진행하지 않는다.

무인자동결제 매장은 고객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만큼 고객이 진열대 상품을 아무렇게나 놓거나 의도적으로 비정상적인 행동을 반복할 경우 회사는 해당 고객의 편의점 이용에 제한을 둔다.

이 매장은 현재는 BC카드 본사에 위치해 현재는 BC카드 임직원만 입장이 가능하다. BC카드 페이북 이용자라면, 별도의 편의점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GS25는 이 매장을 통해 디지털 유통 기술을 더 완벽한 수준으로 끌어올려 미래형 GS25를 확대해 갈 계획이다. 향후 GS25는 가맹점주의 운영 편의를 위해 야간에 사람을 채용하기 어려운 점포 등에 우선적으로 무인점포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 과장은 "GS25가 디지털 전환 시기에 발맞춰 미래형 편의점을 선보인 데 의미가 있다"며 "고객들에게 색다른 쇼핑의 재미를 제공하고, 가맹점주들의 효율성을 높여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미래형 점포에 대한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이마트24는 지난해 9월 김포데이터센터(DC)점에서 신세계 전용 모바일 앱 SSG페이를 깐 고객이 QR코드를 통해 입장하면, 물건을 집어 들고 나오면 자동으로 결제하는 아마존고 모델을 선보였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2018년 7월 인공지능 보이스봇을 통해 점포 근무자가 궁금한 점을 육성으로 질문하면 데이터 분석 과정을 통해 최적의 정보를 찾아 답변하는 '리테일 테크' 편의점을 선보였다. 2017년 11월에는 셀프 결제 앱을 개발해 고객 스스로 상품 스캔부터 결제하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주간에는 유인, 야간에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하이브리드 편의점'을 구현했다.

세븐일레븐은 2017년 5월 스마트 편의점 '시그니처' 선보여 현재 17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시그니처 편의점은 고객이 매장 단말기에 손바닥 인증(정맥 인증)을 거쳐 입장한 뒤 정맥 인증 또는 카드 결제로 물품을 구매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