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되는 펀드 없다"더니… 신한은행, 라임 다단계 사기에 이용됐다

안재만 기자
입력 2020.01.15 10:00
신한은행, 작년 4월부터 4개월새 라임CI펀드 2700억원 판매
만기 1년에 4%대 수익률 추구하며 뒤늦게 투자금 끌어들여
이종필 라임 전 부사장, 기존펀드 부실자산 CI펀드에 떠넘겨

그동안 계열사 신한금융투자와 달리 문제 소지가 있는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팔지 않았다고 밝혀온 신한은행이 가장 정체불명인 펀드를 2700억원이나 판매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심지어 이 펀드는 판매사들 중 가장 늦은 시점인 지난해 4월부터 팔기 시작했다.

당시는 잠적한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 미국 현지 헤지펀드 운용사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으로부터 펀드 손실을 통보받은 뒤 폰지(다단계) 사기를 일으키겠다고 작정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다. 위험 관리를 잘했다고 강조해온 신한은행이 정작 가장 마지막에 대규모로 사기를 당한 셈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14일 무역금융CI펀드 판매사인 신한은행과 경남은행(200억원 판매)에 유동성이 확보되지 못할 경우 CI펀드 환매가 중단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냈다. 무역금융CI펀드는 유럽 무역금융 대출채권에 투자하겠다면서 투자자를 모집한 펀드다. 지난해 4월부터 4개월에 걸쳐 신한은행과 경남은행에서 약 2900억원어치 팔렸다. 연 4%대로 은행 이자보다 높은 이익을 추구하면서 만기가 1년으로 짧아 투자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끈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보험 보증으로 안정성을 대폭 강화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실제 이 펀드가 투자한 자산은 설명과 달랐다. 무역금융펀드인데도 국내 사모사채에 투자하는 플루토FI D-1 펀드에 전체 자산의 30%(1100억원)를 투자했고 앞서 무역금융펀드인 플루토 TF-1호에서도 문제가 됐던 T사 사모사채에 400억원 투자했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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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금융CI펀드에 무역금융 채권을 공급하는 곳은 싱가포르의 R사다. R사는 지난해 6월 이종필 전 부사장이 무역펀드 자산을 모두 넘긴 곳이다. 이 전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환매 중단 간담회에서 "기존 무역금융펀드 수익권 5억달러를 R사에 넘겼고, 그대신 R사로부터 2022년 6월 만기인 약속어음을 받았다. 손실이 30% 나더라도 연 5%의 어음 이자를 지급받기로 해 손실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었다. 이 전 부사장과 R사가 기존 펀드의 부실자산을 CI펀드에 떠넘겼을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CI펀드를 팔기 시작한 지난해 4월은 이미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가 완전히 망가지고 있었던 시점"이라며 "기존 펀드에 있던 부실자산을 CI펀드에 떠넘기는 식으로 CI펀드에 투자된 자금을 다른 펀드 환매자금으로 활용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짧은 시간에 많은 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해 만기도 1년으로 설정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펀드 또한 신한금융투자가 1700억원 규모로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으면서 얽혀있다. 800억원가량인 원금을 2배 레버리지로 투자하기 위해 신금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본부가 계약 당사자로 참여한 것이다.

그럼에도 CI펀드는 다른 펀드와 달리 신한은행이 직접 라임자산운용에 접촉하면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신한금융투자가 높은 펀드 판매고를 올리자 신한은행이 뒤늦게 뛰어들었거나, 아니면 이 전 부사장이 폰지 사기를 위해 신한은행에 먼저 접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한은행은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문제가 되는 펀드를 팔지 않았다고 밝혔었다. CI펀드에 대해서도 "복합점포에서 팔려 오해하는 것뿐이고, 신한금융투자에서 팔린 것"이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중순 실무자를 파견해 싱가포르 R사를 면담하고 왔다. 신한은행 실무자들은 복귀 이후 윗선에 ‘환매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은행은 최대한 이 펀드 존재 자체를 덮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