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근무시간 줄이자" 민노총 뜻밖에 "안된다"

성호철 기자
입력 2020.01.15 03:12

배민 라이더 과로예방 위해 주60시간으로 업무 제한하자 민노총 "배달현실 고려 안해" 月 평균 380만원 버는 배달원, 주 60시간 이상 근로 9% 불과 "勢 늘리려 무조건 반대" 분석


회사가 정부 정책에 따라 "업무시간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하자, 노조가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음식주문 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과 민주노총 사이에서 벌어진 이례적인 '노사(勞使) 갈등'이다.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노사 갈등은 통상 반대의 경우가 많다. 주 52시간 정착 등 노동시간 단축투쟁에 나선 민주노총이 정작 특정 업종의 업무 시간 단축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민주노총이 배민 배달원의 안전보다는 노조원을 늘려 세(勢) 불리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우아한 형제들은 지난 10일 '과로 예방을 위한 2060 정책'이라는 새로운 업무 원칙을 발표했다. 배민 라이더스(riders·배달을 전업으로 하는 자영업자)는 주 60시간 이상 업무를 금지하고, 배민 커넥터(connector·아르바이트 개념으로 배달일을 하는 대학생·일반인)는 주 20시간 이하로 제한했다. 배달원과 계약 조건에 따라 3월, 6월, 연내 등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우아한 형제들은 "과도하게 장기간 오토바이로 배달 업무를 하다 보면 사고 위험이 증가한다"며 "노동부가 정한 '과로의 기준'이 주 60시간 이상인 만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같은 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민라이더스지회는 입장문을 내고 "시간제한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반대했다. 배민라이더스지회는 "회사 측이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배달원 건강 문제를 (업무시간 제한) 이유로 들고 있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랜 기간 일할 수밖에 없는 배달원 현실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배달원이 60시간 이상 일해야 생계비라도 벌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배민과 계약한 전업 배달원은 2300여명인데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380만원 안팎이다. 상위 10%는 월 630만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주 50시간 정도 일하면 월 400만~500만원 정도 벌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식당 주인들 사이에서 "식당 접고 배달하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금도 주 60시간 이상 일하는 배달원은 9%에 불과해 대다수 배달원은 이번 회사 정책 변경과 무관하다. 배달원의 장시간 근로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민주노총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배달원 안전을 우선 고려한다는 회사 측 설명대로 배달원의 오토바이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작년 11월 기준 보험사에 등록한 배민 오토바이는 2593대인데 같은 달 사고 신고 건수는 121건이다. 사고 발생률은 4.7%다. 작년 1월(사고발생률 8.5%)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민주노총이 업무 시간 단축에 반대하고 나선 이면에는 잠재적 노조원인 배민 배달원을 끌어들여 세를 키우려는 목적이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배민 지회 조합원은 70여명으로 전체 3~4%다. 배민 내에 또 다른 노조인 라이더유니온도 비슷한 규모다. 배민 내에서 제1 노조를 놓고 경쟁할 수밖에 없는 관계다.

업계 관계자는 "라이더유니온과 경쟁하는 민주노총 입장에서는 서둘러 조합원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회사 측을 압박해 민노총 입김이 먹힌다는 것을 배달원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을 주장해온 민주노총이 배달원 업무 시간 단축을 반대하는 건 조직만 생각하는 이율배반"이라고 지적했다.

회사는 민노총의 예상치 못한 반발에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우아한 형제들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와 합병을 발표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업무 시간 단축은 회사 입장에선 오는 4월 예정된 배달수수료 인하와 함께 여당 일부의 합병 반대 기류에 대응하는 주요 카드였다. 우아한 형제들 관계자는 "업무 제도의 재변경 여부는 확정하지 않았다"면서도 "민노총 지회와 충분하게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