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지연?’ 이유 있었네... 제주공항 작년 이착륙 ‘사상 최대’ 17만대

최지희 기자
입력 2020.01.15 06:00
제주공항, 비행기 5편 중 1편 30분 넘어 ‘지각 출발’
인천공항比 4배 많아… 17만대 제주공항 활주로 이용
"항공사들 무리한 항공기 운용에 ‘도미노 지연’ 빈번"

"오후 시간에 제주국제공항 활주로를 보면 비행기 4~5대가 줄지어 이륙을 기다리고 있던 적이 많았다. 아예 기본 10분 이상은 늦게 출발한다고 생각하고 도착 예상시간을 잡는다."

제주도에 본사를 둔 IT 기업에 다니는 30대 이모씨는 제주공항의 잦은 ‘지각 출발’에 대해 이같이 불만을 토로했다. 주말마다 서울의 가족을 보기 위해 매주 제주공항을 이용한다는 이씨는 "함께 서울을 오가는 동료들도 비슷한 불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국제공항 8곳 가운데 제주국제공항의 출발 지연율이 실제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공항에서 이륙한 항공기 5편 가운데 1편(21.2%)이 지연 출발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포국제공항의 출발 지연율 12.5%나 인천국제공항 5.3%, 김해국제공항 5.67%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지연 운항은 국내선 항공기의 경우 예정 시각을 30분 초과, 국제선은 1시간을 초과할 때만 집계된다. 예컨대 25분 정도 늦게 출발해도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것이다. 실제 지각해 출발하는 항공기 비율은 훨씬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공항 내 안내 전광판에 지연 항공편이 표시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공항 내 안내 전광판에 지연 항공편이 표시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항공기 지연은 왜 이렇게 빈번할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도미노 현상’이다. 앞선 시간대의 항공기가 제시간을 맞추지 못하고 늦게 이착륙하면 이후 항공기 일정도 덩달아 늦춰진다. 기상이나 정비 문제로 지각 출발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국내 모든 항공사의 지연 사유 가운데 연쇄 지연으로 인한 지각 출발이 압도적 1위다.

평균 3분당 1대꼴로 비행기가 뜨거나 내리는 제주공항은 그만큼 운항 일정이 촘촘하게 짜여 연쇄 지연 발생 확률이 다른 공항보다 높다. 지난해 제주공항에 이착륙한 항공기는 17만5366편으로 역대 최다 수준을 기록했다. 김포공항 운항편수(14만422편)보다 24.9%나 많다.

그에 비해 제주공항 활주로의 연간 수용 능력은 17만2000편에 불과하다. 이 기준대로라면 지난해 3366편이 초과 운항한 셈이다. 제주공항 관계자는 "연간 수용 능력은 국토교통부가 산출한 것으로 우리가 자체적으로 파악한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가능 횟수)과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국내 공항은 각자 활주로와 여객터미널 시설용량 등을 고려해 임의대로 슬롯 수를 산정한다. 제주공항 활주로 슬롯은 35편으로 지난해 항공 편수가 가장 많았던 오후 5~6시 기준 평균 33.7편을 기록했다.

공항에 서있는 항공기들. /조선DB
공항에 서있는 항공기들. /조선DB
항공기 연쇄 지각 세태와 관련해 항공사들이 수익 창출을 위해 무리하게 항공기를 운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관계자는 "수익 내기에 급급해 스케줄을 빡빡하게 운영하다 보니 비행기 한 대가 결항하면 대체 항공편 투입이 어려워 연결편이 잇따라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며 "항공사 간 경쟁은 앞으로 더 심화할 것으로 보여 늘어난 수요에 맞는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제주공항의 수용력을 늘리기 위해 지난해 1630억원을 투입해 시설 확장 공사를 했다. 여객 처리 능력을 2589만명에서 3170만명으로 끌어올렸지만, 지난해 연간 이용객이 3131만6394명에 달해 이미 수용 능력의 98.7%까지 찼다.

연간 이용객이 3000만명을 넘은 것은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하면 제주공항이 처음이다. 공항 수요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커 제주공항의 지연 운항 문제는 쉽사리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인프라 확장을 했지만, 만성적인 제주공항의 지연 출발 문제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라며 "2025년 제주 제2공항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이용객들이 계속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