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케어 효과 결론 못 내린 공사협의체...실손보험료 최대 20% 오를 듯

연지연 기자
입력 2019.12.11 21:04
연말까지 미루다 가까스로 열린 공·사보험 정책협의체 회의(공사협의회)에서 결국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부는 내년 실손보험료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문재인 케어)로 인한 실손보험금 감소 효과를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이로써 표면적으로는 보험사들이 자율적으로 높아진 손해율을 보험료를 반영해 올릴 수 있게 됐다. 실손보험료율이 최대 20%대로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표면적으로는 ‘자율적’이라고 하지만 운신의 폭이 넓지 않기 때문이다. 손해율 상승을 보험료 인상으로 연결시키지 말고 자구책부터 마련하라는 당국의 기본입장이 변치 않은 상태에서 보험료율을 맘껏 올리기엔 한계가 있다. 일부에서 실손보험료율 인상 폭이 또 한 자릿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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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못내고 보험사로 공 넘긴 공사협의회

11일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공·사보험 정책협의체 회의(공사협의회)를 열고 실손보험금 지급 감소효과가 0.6%로 나타났지만, 이 수치를 신뢰할 수 없어 2020년도 실손보험료에 반영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공사협의회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시행 이후 올해 9월까지 나타난 실손보험금 지급 감소효과는 6.86%였고, 2018년 1차 문재인 케어 반사이익 산출 이후 시행된 보장성 강화 항목만의 실손보험금 지급 감소효과는 0.6%로 나타났다"고 했다. 1차 문재인 케어 이후 강화된 보장성 항목은 병원급 의료기관 2·3인실 급여화, 수면다원검사 급여화, 1세 미만 외래 본인부담률 인하 등이다.

다만 공사협의회는 연구자의 의견을 반영해, 이번 추산 결과를 내년도 실손보험 보험료 조정하지 않기로 했다. 연구자는 "이번 반사이익 추산은 자료 표집 시점과 정책 시행 시점에 괴리가 있고, 1차 반사이익 산출 이후 보장성 강화가 이루어진 항목의 표집 건수가 실제 의료서비스 이용과의 괴리도 크다"고 했다. 예를 들어 뇌혈관 MRI 이용이 실제 의료이용 양상과 차이를 커서 급여화 효과를 충분히 반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공사협의회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시행에 따른 반사이익의 범주를 보다 명확히 한 후, 실손보험료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사협의회는 2020년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인한 실손보험금 감소효과 등 반사이익을 재산출하고, 실손보험료 조정 등을 다시 검토할 계획이다.

김동환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2021년 실손보험료 요율 변경을 논의할 때 보다 정확한 실손보험금 감소효과를 재산출해 반영하겠다"면서 "올해는 보험사들이 자율적으로 요율을 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불편한 칼자루 쥔 보험사들

하지만 보험사들은 공·사보험 정책협의체 회의에서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보다 더 좌불안석이다. 금융당국은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을 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료율 상승으로 전가하지 말고, 자구책부터 내놓는 것이 먼저라는 기본입장을 여전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협의체 관계자는 이날 회의 직후 "높은 손해율에 따른 보험료 인상요인을 몽땅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서 "애당초 손해율 관리가 안 되는 상품을 판매한 보험사에게도 책임이 있고, 자구노력부터 하는 것이 순리"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사들은 알아서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보험사 대표이사는 "손해율 추이를 볼 때 요율을 안 올릴 순 없지만, 분위기가 좋지 않아 요율 폭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대관라인을 통해 당국이 내심 어느 정도를 바라는지 확인하는 절차부터 밟고 인상요율을 결정해야겠다"고 했다. 시간은 많지 않은 편이다. 1월 1일부터 요금을 인상하려면 인상 전 15일 전에 보험가입자에게 통지를 해야한다.

당초 보험사들은 내년 실손보험료를 20%가량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면서 오히려 ‘풍선효과’가 커지면서 손해율이 급등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풍선효과란 비급여 진료항목이 급여항목으로 전환되면서, 병·의원들이 수익을 확충하기 위해 또 다른 비급여 항목을 만들어 진료하는 것이다.

공사협의체가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문케어 효과가 정말 있는지, 보험사들이 말하는 풍선효과가 정말 있는 지에 대한 논쟁은 이어질 전망이다. 공사협의체 회의가 몇 차례 연기 끝에 연말에나 일정을 잡고 여기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자, 일부에서는 문케어 효과가 예상보다 더 적게 나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해 공사협의체는 일찌감치 9월에 실손보험금 감소효과를 6.15%로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