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상생형 일자리 5~6곳 더 만든다…내년 초 선정위원회 출범

세종=정해용 기자
입력 2019.12.11 11:37
산업부·기재부·고용부 등 참여…2020경제정책방향서 발표

정부가 내년 초부터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상생형 일자리' 선정작업에 돌입하기 위해 범정부 협의체를 만든다. 상생형 일자리는 기업 노‧사와 지방자치단체, 중앙 정부가 협력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연봉 3000만원 안팎)으로 노동자를 고용해 일자리 숫자를 늘리고 낮은 임금에 대한 소득 부족분은 정부가 주거시설이나 보육시설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기업에는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보조금이나 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준다. 지난 1월 광주시와 현대자동차가 완성차 합작법인 설립을 합의해 첫 모델을 만들어 ‘광주형 일자리’로도 불린다.

정부는 내년 초부터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축이 되고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해 상생형 일자리 선정 작업에 돌입한다. 현재는 광주 등 일부 지자체와 기업이 협약을 맺은 단계이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정부가 심의를 거쳐 상생형 일자리로 최종 선정해야 한다. 정부는 내년 중 최소 5~6개 지역에 상생형 일자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다만 정부가 보조금과 세액공제 같은 혜택을 제공해도 지자체에 대기업을 유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대기업은 한 사업장의 임금수준이 다른 사업장의 임금수준과 같아야 하는 단체협약이 있는데 상생형 일자리로 선정된 지역에 있는 사업장만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는 것은 대기업 노조가 큰 양보를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11월 26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옥 4층에서 열린 광주글로벌모터스의 개소식에서 이용섭 광주시장(가운데 오른쪽)과 박광태 글로벌모터스 대표이사(가운데 왼쪽), 정태호 전 대통령비서실 일자리수석 등이 현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월 26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옥 4층에서 열린 광주글로벌모터스의 개소식에서 이용섭 광주시장(가운데 오른쪽)과 박광태 글로벌모터스 대표이사(가운데 왼쪽), 정태호 전 대통령비서실 일자리수석 등이 현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관계자는 11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을 당연직 위원으로 하는 범 부처 상생형 일자리 선정 심의위원회를 만들어 빠르면 내년 초부터 상생형 일자리 선정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지자체와 해당 기업이 상생형 일자리 선정을 원할 경우 상생형 일자리 선정 심의위원회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심의위원회는 선정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라며 "정부는 최소 5~6개의 상생형 일자리 지역을 선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상생형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지자체와 기업들이 협약을 맺은 곳은 광주시를 포함해 5곳(경남 밀양, 경북 구미, 강원 횡성, 전북 군산)이다. 또 3곳 가량의 지자체가 협약을 맺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에 따라 내년 초 정부가 상생형 일자리 지역 선정작업을 시작하면 최소 8곳 이상의 시·군이 상생형 일자리 지역 신청을 접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들 지자체가 상생형 일자리로 적합한 곳인지를 판별해 보조금 지원과 세제혜택 등(국가균형발전특별법·조세특례제한법·국유재산특례제한법 개정 완료 또는 임시국회에서 개정 예정)을 제공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2020년 경제정책방향’에 담아 발표한다.

정부가 상생형 일자리 선정 심의위원회를 꾸리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상생형 일자리를 확산시키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으로 분석된다. 또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 민생을 적극 챙기겠다는 의지로도 보인다.

심의위원회는 상생형 일자리를 원하는 기업의 적격성을 심사하는 역할을 한다. 심의위원회가 상생형 일자리로 선정하면 신설법인도 정부의 지방투자촉진보조금(기업 당 최대 150억원 한도)을 받을 수 있다. 현재는 해외에 있다 국내로 다시 돌아온 기업이나 국내 업력이 3년 이상인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 또는 공장을 신‧증설하는 경우에만 지방투자촉진보조금을 줬다.

보조금 지원 비율은 기업 규모와 수도권 인근 지역인지 여부 등에 따라 다르지만 투자액의 9~34%선에서 정해진다. 상생형 일자리 지역으로 선정된 곳(수도권 이외의 지역 기준)에 중소기업이 10억원을 투자할 경우 2억4000만원(24%)이 보조금으로 지급된다.

산업단지를 임대할 경우에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는 국가가 산업단지 내 도로나 용수 시설 등을 만들기 위해 쓴 비용(조성원가)의 3%를 내야 산업단지에 공장을 만들 수 있지만 상생형 일자리 지역에 선정되면 조성원가의 1%만 내면 된다.

국유지를 임대할 때도 임대료가 준다. 현재 공시지가의 5%를 임대료로 내야하는데 상생형 일자리로 선정되면 공시지가의 1%만 내도 국유지를 빌릴 수 있다.

기업이 상생형 일자리에 설비 투자를 할 경우 세액공제도 확대된다. 중견기업은 현재 설비투자액의 1~2%, 중소기업은 3%의 세액공제를 받는데 상생형 일자리 지역에 있는 중견기업은 5%, 중소기업은 10%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10억원을 투자한 중소기업은 1억원의 세액공제를 받는 셈이다.

상생형 일자리 지역에 있는 기업 노동자는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기숙사 임차비를 3년간 지원받는다. 또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위해 정부가 기업별 최대 22억원을 지원하고 기숙사와 회사 간 통근버스도 3년간 임차비를 지원한다.

정부 관계자는 "조선업 불황 등으로 인해 지역 경제가 워낙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상생형 일자리 지역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주려는 게 정부의 목표"라고 했다.

하지만 상생형 일자리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허인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의 경우 다른 지역 사업장과 같은 수준으로 임금을 줘야하는 단체협약에 묶여 있는 경우가 많다"며 "상생형 일자리 지역에 대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런 단체협약의 예외를 인정해줘야만 하는데 노사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대기업 경영진이 새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선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금과 세제혜택보다 임금수준이 중요한데 높은 임금을 주고 상생형 일자리를 새로 만드는 것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허 교수는 "임금 수준이 워낙 낮은 중소기업이 많아 정부가 생각하는 연봉 3000만원 정도의 임금을 주고 상생형 일자리 지역에 들어오려는 중소기업을 구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