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달에만 1조 팔아… CJ, 1년새 무슨 일이

이성훈 기자
입력 2019.12.11 03:08

- 공격적 인수합병 후폭풍 2조원 美 식품회사 사들인 이후 차입금 9조, 신용등급 강등 위기 본사 옮기려던 가양동 땅도 매각 - 승진잔치 1년만에 혹독한 겨울 비상경영 선언, 인력 재조정 나서… 올해 임원 승진자 극소수 그칠듯


CJ제일제당은 지난 9일 공시를 통해 구로공장 부지를 2300억원, CJ인재원을 528억원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구로공장은 투자회사에 매각한 후, 재임차해 쓰고, CJ인재원은 계열사인 CJENM에 넘기기로 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6일 서울 가양동 부지를 1조500억원에 시행사인 인창개발에 매각한다고 밝힌 데 이어, 사흘 만에 또다시 대규모 부동산 매각에 나선 것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부동산 매각 자금 1조3300억원은 전액 차입금 상환에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기업이 자금 문제로 1조원이 넘는 부동산을 잇따라 매각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재계에선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지나친 차입금이 발생해 신용 등급 강등 위기에 몰린 CJ제일제당 등 일부 계열사가 부동산 매각이라는 긴급 처방에 나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비상 경영에 들어간 CJ는 연말 인사에서 대규모 인력 재조정에 돌입할 예정이다. 작년에 CJ는 70여 명이 새로 임원에 임명되는 등 대규모 승진 인사를 했지만, 올해는 임원 승진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연말 미국 최대 냉동식품 회사인 '쉬안스컴퍼니'를 인수하며 글로벌 CJ를 외치던 분위기가 1년 만에 싸늘하게 식은 것이다.

◇공격적 M&A에 발목 잡힌 CJ

CJ제일제당의 차입금은 2015년까지 5조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7년에는 6조4000억원, 2018년에는 7조2000억원, 2019년(3분기 기준)에는 9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약 4년 만에 차입금 규모가 2배로 급증한 것이다. 차입금 급증의 가장 큰 원인은 공격적 해외 M&A였다.

CJ는 2017년 이재현 회장이 '2030년까지 3개 이상 사업에서 세계 1위 등극'이라는 '월드베스트 CJ'를 선언하면서 공격적 M&A에 나섰다.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은 2017년 6월 브라질의 고단백 사료 업체 '셀렉타'를 3600억원에 사들였다. 작년 11월에는 '쉬안스컴퍼니'를 2조원에 인수, 그룹 사상 최대 규모 M&A를 단행했다.

CJ는 쉬안스컴퍼니가 식품 산업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기대했다. 쉬안스가 보유한 미국 내 생산 공장 17곳과 물류센터 10곳을 통해 CJ의 식품을 월마트 등 미국 주요 매장에 판매할 수 있는 생산·유통 채널을 한 번에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아직 CJ는 쉬완스를 통한 제품 판매를 못 하고 있다. 월마트 등 유통 채널과 협상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 회사 관계자는 "CJ 입장에선 쉬안스가 식품 산업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고속도로가 될 것으로 기대했겠지만, 정작 고속도로를 달릴 자동차가 아직 출발도 못 한 셈"이라고 말했다.

인수 자금을 마련하려고 2018년 CJ헬스케어를 1조3000억원에 매각하기도 했지만, 그 외에는 대부분 차입금으로 충당했다. 이 때문에 이자 등 금융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CJ제일제당의 지난 3분기 누적 순이자비용은 2326억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 6271억원의 40%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CJ CGV가 2016년 8000억원에 인수한 터키 극장 체인 '마르스시네마'도 CJ의 발목을 잡았다. 2018년 발생한 터키 경제위기로 리라화 환율이 급락하면서 자산 가치가 폭락했다. IBK투자증권 김장원 연구원은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한 CJ가 M&A로 글로벌 진출에 나선 것은 올바른 선택이었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속도가 나지 않으면서 어려움에 빠졌다"고 말했다.

◇동력 약해진 '월드베스트 CJ' 전략

CJ가 비상 경영에 들어가면서 이재현 회장의 '월드베스트 CJ' 전략의 동력도 급속히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CJ그룹은 2007년 지주사 체제 전환 후, 지주회사인 CJ㈜를 중심으로 인수·합병 작업을 벌여 왔다. 특히 배임 등으로 복역한 이재현 회장이 특별사면으로 2017년 경영에 복귀한 후 공격 경영을 펼쳤다. 하지만 자금난으로 외형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서도 CJ헬로를 8000억원에 매각하고, 알짜였던 '투썸플레이스'를 3800억원에 사모펀드에 넘겼다. 특히 본사 이전 등 'CJ타운' 건설을 추진하려던 가양동 부지마저 매각했다.

지주사 조직도 대폭 축소된다. 올 연말 지주사 인력 400여 명 가운데 절반 정도를 계열사로 내보내면서 조직 축소를 진행 중이다. CJ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 주에 지주사 인력의 계열사 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에는 신임 임원 35명 등 총 77명이 임원 승진했지만 올해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CJ 관계자는 "올해 임원 승진은 극소수에 그칠 것"이라며 "당분간은 계열사 수익성 확보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