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기모노'라 불렸던 故 이영희의 한복, 파리 기메박물관에 기증

김은영 기자
입력 2019.12.03 22:55 수정 2019.12.03 23:02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작품 수백 점 프랑스 국립동양예술박물관에 기증
기메박물관이 먼저 요청...'이영희의 꿈' 기증전 개최

파리 국립동양예술박물관에서 열린 ‘이영희의 꿈’ 기증전을 지켜보는 관객./이영희 한국의상
파리 국립동양예술박물관에서 열린 ‘이영희의 꿈’ 기증전을 지켜보는 관객./이영희 한국의상
1993년 한복 디자이너 고(故) 이영희가 처음 파리패션위크에 진출했을 때, 현지 언론은 그의 옷을 ‘바람의 옷’이라 부르며 극찬했다. 하지만 동시에 ‘코리안 기모노’라고 소개되는 수모를 겪었다. 당시 이 디자이너는 "코리안 기모노라 불리지 않고 한복(Hanbok)이 예쁘다는 말을 듣고 싶다"라고 밝혔다.

한복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고 떠난 이영희의 한복 작품 수백여 점이 프랑스 국립동양예술박물관(기메박물관)에 기증됐다.

프랑스 파리 기메박물관은 4일(현지시간)부터 내년 3월 9일까지 '이영희의 꿈-바람과 꿈의 옷감'이라는 제목으로 특별 기증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는 1993년 파리의 패션쇼에서 발표한 이영희의 '바람의 옷-한복' 등 이영희가 평생 디자인한 한복과 조각보 등 수백 점이 전시된다.

파리 국립동양예술박물관에서 열린 ‘이영희의 꿈’ 전시 전경./이영희 한국의상
파리 국립동양예술박물관에서 열린 ‘이영희의 꿈’ 전시 전경./이영희 한국의상
이영희는 1993년부터 13년간 파리 프레타 포르테(고급 기성복), 오트 쿠튀르(고급 맞춤복) 컬렉션에 참가해 세계의 패션 무대에 한복의 아름다움을 소개해왔다.

이런 인연을 바탕으로 기메박물관은 이영희의 작품에 관심을 가졌고, 이영희의 유족 측에 먼저 기증을 요청해 이번 전시가 마련됐다.

이번 기증전에는 평생을 한복과 함께 한 이영희의 디자인 여정이 담겼다. 한국의 옷감에 초점을 맞춰 모시와 마의 거친 결을 살린 한복들과 천연염색과 붓 염색으로 독창적인 한복의 색채를 표현한 작품들이 대거 전시된다.

지난 2일(현지시간) 저녁 열린 개막식에는 소피 마카리우 기메박물관 이사장이 이영희가 디자인한 한복을 입고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2일 전시 개막식에 참석한 고 이영희의 딸 이정우 디자이너(왼쪽)와 소피 마카리우 기메박물관 이사장. 모두 이영희가 지은 한복을 입었다/이영희 한국의상
2일 전시 개막식에 참석한 고 이영희의 딸 이정우 디자이너(왼쪽)와 소피 마카리우 기메박물관 이사장. 모두 이영희가 지은 한복을 입었다/이영희 한국의상
디자이너 이영희는 한복에 디자인의 개념을 도입해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1977년 마흔의 나이에 한복 인생을 시작한 그는 1993년 한국인 최초로 파리 프레타 포르테에 참가해 현지 언론으로부터 ‘바람의 옷’이란 찬사를 받았다. 이어 100여 차례의 해외 쇼에 참여해 한복의 세계화에 이바지했다.

이영희는 지난해 5월 17일 82세를 일기로 별세했고, 그해 10월 정부로부터 금관문화훈장을 추서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