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 아우디 9500명 감원…"40% 줄여라" 경고장 받은 현대차는 어쩌나

진상훈 기자
입력 2019.11.27 14:55 수정 2019.11.27 16:43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제작과정 단순, 조립 인력 적어
차량공유 서비스 증가로 완성차 판매는 감소 추세
자동차 회사들 인건비 절감해 미래 기술·서비스 개발에 투자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인력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폴크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생산 규모가 큰 기업들 뿐 아니라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고급차 업체들마저도 최근 잇따라 인력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미시간주 오리온 타운십의 GM 공장 근로자들이 순수전기차인 볼트EV를 만들고 있다./한국GM 제공
미국 미시간주 오리온 타운십의 GM 공장 근로자들이 순수전기차인 볼트EV를 만들고 있다./한국GM 제공
그동안 자동차 업계에서의 구조조정은 주로 방만한 경영으로 비대해진 몸집을 줄이기 위해 진행됐다. 그러나 최근의 인력 감축은 미래 자동차 시장이 전기자동차를 중심으로 바뀌는데 따른 선제적 대비 차원에서 이뤄지는 점이 특징이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 제작 과정이 훨씬 단순해 현재 수준의 인력 규모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 여기에 차량공유서비스 이용자 증가로 완성차 판매마저 감소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각 자동차 업체들은 인력 감축을 통해 아낀 비용을 기술과 서비스 개발에 투자해 미래차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려는 것이다.

◇ 벤츠 이어 아우디도 대규모 감원계획 발표…"전기차 투자 확대"

26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우디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는 2025년까지 생산직 근로자 9500명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재 아우디에서 일하고 있는 전체 직원 가운데 10%가 넘는 규모에 해당된다.

지난해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아우디의 첫 순수 양산형 전기차 e-트론/아우디 제공
지난해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아우디의 첫 순수 양산형 전기차 e-트론/아우디 제공
아우디는 감원과 조직개편으로 2029년까지 600억유로(약 78조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 자금은 향후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기술 개발에 투입될 예정이다.

브람 쇼트 아우디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구조조정은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독일 공장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자동차 시장의 격변기에서 우리는 더욱 효율적이고 민첩하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도 지난 14일 전기차를 포함한 미래 자동차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까지 인력 감축을 통해 10억유로 이상의 비용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20일에는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콘티넨탈이 전동화 체제 전환을 위해 2028년까지 5040명의 직원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독일을 포함한 유럽 각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판매비중을 크게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벤츠는 2030년까지 전체 판매차량의 절반 이상을 전기차로 채우겠다며 아예 전기차 전용 브랜드인 EQ까지 만들었다. 폴크스바겐도 2030년에는 전기차의 비중이 절반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전기차 체제 전환을 앞두고 최근 각 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감원 계획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다임러그룹의 디터 제체 전 회장이 지난해 9월일 전기차 전용 브랜드 EQ의 첫번째 양산 모델인 EQC를 공개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메르세데스-벤츠 제공
다임러그룹의 디터 제체 전 회장이 지난해 9월일 전기차 전용 브랜드 EQ의 첫번째 양산 모델인 EQC를 공개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메르세데스-벤츠 제공
미국과 일본 등도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M은 메리 바라 회장의 주도로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사업장은 물론 공장까지 폐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아낀 비용을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에 집중 투자해 내연기관 체제에서 잃었던 주도권을 되찾겠다는게 GM의 최종 목표다. 포드도 지난 6월 공장 5곳의 폐쇄를 결정했고 닛산도 최근 1만2000여명 수준의 인력 감축계획을 발표했다.

◇ 현대차도 2025년까지 인력 40% 감축 필요…노사간 극심한 진통 예고

유럽과 미국 등에 비해 아직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대규모 감원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현대자동차(005380)를 포함한 국내 업체들 역시 전기차 체제 전환에 따라 현재의 고용 규모를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 향후 인력을 줄이려는 회사와 이를 거부하는 노조의 극심한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외부 자문위원들로부터 "자동차 생산 기술 변화로 2025년에는 제조인력을 최대 40%까지 줄여야 한다"는 ‘경고장’을 받았다. 자문위는 "전동화와 모빌리티 시장 성장으로 자동차 시장의 중심축이 제조에서 서비스로 이동할 것"이라며 "대규모 설비와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고용안정위원회 본회의에서 외부 자문위원들이 미래 고용 문제와 관련한 제언을 하고 있다. /현대차
지난달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고용안정위원회 본회의에서 외부 자문위원들이 미래 고용 문제와 관련한 제언을 하고 있다. /현대차
국내 노조는 전기차 전환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올해 임단협에서도 노조는 현 고용 수준 유지를 위해 정년을 연장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각 경쟁사들의 움직임에 발맞춰 전기차 시대를 대비한 인력구조 개편에 나서야 할 상황이지만, 노조와의 진통을 우려해 아직까지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지금부터 미래차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구조 개편을 시작하지 않으면 몇 년 뒤에는 엄청난 비용 부담을 피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변화하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인식을 갖고 노사가 함께 유연한 인력 운영 원칙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