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환경 문제 해결하면 축산업 미래 밝아”...아란시비아 아그로수퍼 해외사업전략 이사

박지환 농업전문기자
입력 2019.11.09 11:31 수정 2019.11.09 15:30
"소득증가하면 육류소비 증가한다"
닭, 돼지 등 가축 키워 매출 2조8500억원에 영업이익 4800억원
지난해 영업이익률 17%로 삼성전자보다 높아

"소득이 증가하면 단백질 수요도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축산업의 미래는 무척이나 밝다. 경제가 발전한 한국에서의 축산업도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안드레스 아란시비아 아그로수퍼 해외사업전략 담당 이사(사진)는 지난 5일 조선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축산업으로 성공을 위해서는 가축 질병을 비롯해 오폐수·냄새와 같은 환경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지만 이런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면 미래가 무척 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칠레를 대표하는 축산기업 아그로수퍼는 창업주 곤잘로 비알이 1955년 1000마리의 병아리로 시작해 현재 연간 육계 1억6000만마리, 칠면조 800만마리, 돼지 350만두를 사육한다. 아그로수퍼는 생산한 돼지고기의 40% 이상을 미국·일본·유럽·한국 등 세계 66개국에 수출하는 세계적인 축산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23억8200만달러(약 2조8500억원)의 매출과 4억달러(48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16.8%에 달할 정도로 수익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1969년부터 2017년까지 평균 12.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가 쉽다.

아그로수퍼는 이미 한국 양돈업이 겪는 어려움을 이겨낸 세계 최고의 축산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기 침체와 금융 위기, 지속적인 생산비 상승, 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이어진 가축 질병 공포, 가축 분뇨 및 악취로 인한 환경 이슈, 시장 개방 및 FTA, 지진 등 자연 재해, 시장 및 소비자 식생활 변화 등 한국 축산 농가들이 현재 겪는 시련과 고통을 겪었다.

아란시비아 이사로부터 아그로수퍼가 세계 최고 수준의 축산 기업이 될 수 있었던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아그로수퍼의 최첨단 돼지 사육농장 내부. /아그로수퍼 제공
아그로수퍼의 최첨단 돼지 사육농장 내부. /아그로수퍼 제공
세계 최고의 축산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대다수 사람들이 축산업이라고 하면 주먹구구식 경영을 떠올리지만 우리는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농장운영과 경영 기법을 도입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옥수수 등 사료용 작물 재배부터 사료 생산, 양돈·양계 농장과 도축장 운영 및 국내외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관리하는 수직 계열화를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였다.

또 철저한 품질 관리 및 고객 및 소비자 서비스, 축산 분뇨의 자원화를 통한 환경 오염 방지, 악취 제거, 수출 검역 대상 가축 질병 예방 및 해외 수출 시장 개척,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 다각화, 리스크 분산 등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 회사는 이런 노력에 힘입어 지난 12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이 17%에 달한다."

닭을 기르다가 돼지, 칠면조 등으로 사육 대상을 확대한 이유는.

"창업주인 ‘곤잘로 비알’은 1955년 수도인 산티아고 인근에 1000여 마리의 병아리를 키우는 소규모 양계업으로 아그로수퍼를 시작했다. 이후 30년 가까이 다른 농부들보다 열심히 일했고, 그 결과 사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1983년 남미 전역을 강타한 엄청난 인플레이션과 금융 위기 당시에는 소비 시장과 생산 기반을 잃어 파산할 뻔한 적도 있다. 주변 농부들은 농장을 버리고 마을을 떠났지만 그는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그는 남들이 버리고 떠난 텅 빈 농장에 266마리의 돼지를 입식해 양돈 사업에 뛰어 들어 재기를 노렸다."

가축을 키우는데 있어 어려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축을 사육해 고기를 수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세계적인 축산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수직 계열화를 통한 생산성 및 효율성 향상, 철저한 품질 관리, 축산 분뇨의 자원화를 통한 환경 오염 방지, 악취 제거, 수출 검역 대상 가축 질병 예방을 통한 해외 수출 시장 개척, 시장 변화, 소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축산업 다각화, 리스크 분산 등 모든 일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드론을 이용해 촬영한 아그로수퍼 농장 전경./ 아그로수퍼제공
드론을 이용해 촬영한 아그로수퍼 농장 전경./ 아그로수퍼제공
축산업의 어려움 중 하나가 질병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해결했나.

"우리 농장에서는 최근 33년간 수출 검역 대상 가축 질병이 발생하지 않았다. ‘우리 가족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사소한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는다’는 철저한 무관용 주의로 원칙과 매뉴얼에 따라 농장을 운영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가축 질병 유입의 원인이 되는 가축 분뇨를 배설 즉시 깨끗이 처리해 항상 청결하고 건조한 축사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또 외부에서 질병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15년부터는 세계 최초로 ‘바이오 시큐리티 패스포트(생태안전여권)’라고 불리는 ‘농장출입여권제’를 도입해 사람과 차량·물자를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사람이든 차량이든 아그로수퍼 농장을 출입하려면 농장출입여권을 발급받아야만 한다. 가축 질병이 발생한 나라를 여행한 사람은 최소 2주 전에 필요한 사전 검역과 방역 절차를 거쳐야 여권을 신청할 수 있다. 농장출입여권 소지자라도 농장 출입하려면 들어갈 때와 나올 때 각각 두 차례의 샤워와 위생복 갈아입기를 반복해야 한다.


아그로수퍼가 질병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운영하는 생태안전여권. /아그로수퍼 제공
아그로수퍼가 질병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운영하는 생태안전여권. /아그로수퍼 제공
한국의 경우 정부가 나서 야생멧돼지를 사냥할 정도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심각하다. 아그리수퍼는 어떻게 질병을 차단하나.

"야생 멧돼지도 질병 유입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아그로수퍼 80여곳의 농장에서 매년 350만마리 이상의 돼지를 사육, 생산하는데 이들 농장은 모두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인적이 드문 곳에 있다.

우리는 질병 발생을 막기 위해 농장 부지를 모두 매입하고, 매입한 부지 한 가운데 30%쯤에만 축사를 짓고, 축사를 둘러싼 나머지 70% 부지는 자연 생태로 유지하는 ‘생태안전지대(Bio-security Zone)로 관리, 보존한다. 사람으로 치면 건강한 자연 생태 안전지대 한 가운데에 전원주택을 짓고 사는 셈이다.

농장주변에 서식하는 야생 동물이 농장에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농장 반경 3킬로미터(km) 지점에 경계 초소를 설치했고 경비원들을 배치했다. 또 농장 주변 생태 환경에 따라 농장 주위에 높이 3미터 이상의 촘촘한 펜스를 설치하고, 멧돼지·뱀·개구리·쥐 같은 야생 동물이 농장 안으로 침입하지 못하도록 폭 3미터(m), 깊이 2m의 도랑을 파기도 했다.

우리는 관리가 쉽도록 농장 인근의 소규모 농장들을 통합해 농장의 규모를 키웠다. 가축 질병 예방, 축산 분뇨 처리 시스템을 강화한 결과 현재는 농장 한 곳에서 사육하는 돼지가 평균 5만4000여마리에 달한다.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 결과 8만 마리의 돼지를 키우는 대규모 농장도 열 명이면 관리가 가능하다.

이들은 철저한 사전 방역 소독 조치 없이는 농장을 출입하거나 가족들과도 접촉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즉각 해고된다. 농장으로 반입되는 모든 물품도 별도로 마련된 소독실을 거쳐야 하고, 폐기물 반출도 별도로 마련된 폐기물 처리소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모든 농장에 접근하는 모든 차량과 이동 경로도 GPS로 모니터링한다.

사료를 통한 질병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가축 사료와 물은 외부에서 파이프 라인을 통해 공급된다. 온도와 습도, 공기 정화 장치 등은 첨단 전산 통신망으로 원격 조정이 가능하다.

배설한 분뇨는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컨베이어에 의해 처리장으로 운반된다. 이후 발효 건조돼 무공해 청정 농작물 재배에 사용된다. 가축의 몸에 묻은 배설물들은 축사 천장에 붙은 자동 추적 샤워 장치에 의해 씻겨져 돼지들이 늘 청결한 몸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오수는 무균 정화 시스템을 거쳐 축사 청소와 농작물 재배 등의 용도로 재사용된다.

이밖에 농장에 가축 체온 감지 시스템을 설치, 이상 징후가 보이는 가축을 즉시 격리해 별도로 보살핀다."

요즘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도 크다.

"우리 농장에서 자라는 돼지들은 넓은 공간에서 마음껏 뛰어 놀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고
있다고 자부한다. 사료도 ‘건강한 사료가 건강한 돼지를 키운다’라는 신념으로 사료용 곡물 재배지 관리부터 곡물의 운송, 사료의 연구 개발, 조제 및 제조 등 전 과정을 직접 회사가 소유한 대규모 시설과 연구소, 사료 공장에서 관리 통제한다."

아그로수퍼는 야생동물을 통한 질병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농장 주변에 폭 3미터(m), 깊이 2m의 인공도랑을 만든다. /아그로수퍼 제공
아그로수퍼는 야생동물을 통한 질병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농장 주변에 폭 3미터(m), 깊이 2m의 인공도랑을 만든다. /아그로수퍼 제공
한국에는 돼지를 얼마나 수출하는가.

"한국은 연간 돼지고기 소비량은 110만톤 이상이지만 한국에서 생산되는 돼지고기는 80만톤에 불과해 매년 30만톤 이상을 세계 각국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안다.

아그로수퍼는 매년 2만~2만5000톤쯤의 돼지고기를 한국에 공급하는데 일반 소비자
들에게는 판매하지 않는다. 대신 유명 특급 호텔과 고급 레스토랑, 유명 맛 집과 고깃집
등 외식 업소에서 아그로수퍼가 생산한 돼지고기를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