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올라야 돈버는 정유사들 유가하락에 3분기 실적 '우울'

안상희 기자
입력 2019.11.09 08:00
정유사들이 3분기(7~9월) 국제유가 하락에 재고평가손실을 내며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대외변수도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상황도 불투명하다고 말한다.

SK에너지 등이 모여 있는 울산 CLX 전경 /SK이노베이션 제공
SK에너지 등이 모여 있는 울산 CLX 전경 /SK이노베이션 제공
GS칼텍스는 올해 3분기 매출 8조9457억원, 영업이익 3222억원을 냈다고 7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년보다 8.8%, 영업이익은 49.3% 급감했다. 특히 정유부문 영업이익이 2109억원으로 전년보다 54% 감소했다.

다른 정유사 사정도 마찬가지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3분기 영업이익이 3301억원으로 전년대비 60.5%, 매출액은 12조3725억원으로 전년대비 17.3% 감소했다. 특히 석유사업 영업이익은 659억원으로 전분기보다 76.4% 급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3분기 매출액은 5조3040만원으로 2.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578억원으로 전년대비 34.3% 줄었다. 에쓰오일(S-OIL)은 3분기 영업이익이 2307억원으로 전년대비 26.9% 감소했다. 매출액은 6조2345억원으로 전년보다 13.3% 감소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하락 외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제품 수요가 둔화되니 정제마진이 부진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황이 나아질 명확한 신호가 없어 비상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정제마진은 정유사의 수익을 좌우하는 주요 지표다.

정유사들은 유가가 하락할 경우, 유가가 높을 때 구매한 비축분들의 재고평가손실을 보게 된다. 한국 정유사들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2분기 배럴당 평균 67.5달러에서 3분기 배럴당 61.2달러로 떨어졌다. 특히 9월에는 56.48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유부문에서 3분기 SK이노베이션은 2100억원, 에쓰오일은 550억원의 재고평가손실을 냈다. 현대오일뱅크의 정유부문 재고평가손실은 900억원이다.

정유사 화학사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파라자일렌(PX) 시황도 중국 업체들의 증설이 이어지며 부진했다. 중국업체들의 증설로 공급량이 늘어나며 PX 스프레드(판매가격과 원가의 차이)가 떨어진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PX가 올해 3분기 1톤당 31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PX가 톤당 417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3분기에만 PX수익이 1000억원가량 줄어든 셈이다.

일각에서는 국제해사기구(IMO) 규제를 2020년 앞두고 정제마진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IMO는 2020년 이후 모든 선박 연료의 황 함유량을 기존 3.5% 이하에서 0.5% 이하로 강화하기로 했다. IMO 규제가 강화되면 기존 선박 연료인 벙커C유 등 고유황유 수요는 줄고, 저유황경유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블렌딩용 디젤 수요가 늘고 정제마진이 급등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선박유가 전세계 석유 제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6% 정도라 아직 상황을 더 지켜봐야한다는 의견도 많다. 세계 경제가 둔화되면서 제품 수요늘 줄은 반면 미국, 중국 등에서 정유 설비를 늘리며 정제마진이 부진한 상황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유가가 폭락했던 것을 감안하면 4분기 실적은 전년보다 나아지겠지만, 정유사들의 올한해 실적은 전년보다 부진할 것"이라며 "정제마진, PX 시황, 경제상황이 미국과 이란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나아지지 않아 앞으로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