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中 추격 매서운데… OLED 종주국의 '내부총격전'

윤민혁 기자
입력 2019.10.17 14:51 수정 2019.10.17 15:05
"휴대전화로 시도해본 다른 사람(Who else tried it on their phone)", "80% 정도는 휴대전화로 볼 텐데(Typically 80% people are watching this on their phone)"

삼성전자가 지난 11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TV 번인 확인(TV Burn-in checker)’이라는 영상에 달린 댓글입니다. 영상에서 삼성전자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번인’이라는 문구와 함께 붉은 화면을 10초간 보여줍니다. 번인(열화)은 패널 소자 수명이 다해 정확한 색상을 표시하지 못하고, 화면에 영구적인 흔적이 남는 현상입니다. 소자 수명이 짧은 OLED가 지닌 태생적 단점으로 꼽힙니다.

삼성전자가 공식 유튜브에 올린 번인 확인 영상. /삼성전자 유튜브 캡처
삼성전자가 공식 유튜브에 올린 번인 확인 영상. /삼성전자 유튜브 캡처
삼성전자는 영상에서 특정 기업을 언급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OLED TV 진영 맹주가 LG전자임을 떠올려 볼 때, 삼성전자가 ‘저격’하는 대상은 명확하다는 게 세간의 평입니다.

영상은 OLED TV를 다루고 있지만, 댓글은 휴대전화를 향합니다. 휴대전화에 쓰이는 모바일용 OLED는 삼성 제품이 아니냐는 반문입니다. 기술 발전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번인은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TV용 대형 OLED(WOLED)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스마트폰용 소형 OLED(POLED)를 가리지 않는 ‘고질병’입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2분기 기준 세계 스마트폰용 OLED 시장 매출 82%를 점유하고 있는 선두 기업입니다. 댓글은 "OLED 번인은 LG TV나 삼성 스마트폰이나 똑같이 지닌 단점이 아니냐"고 묻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치열한 비방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LG전자가 삼성전자 QLED TV를 LCD(액정표시장치)라고 비방하고, 삼성전자는 OLED TV의 번인을 단점으로 지적하는 식입니다. 선제공격은 LG전자가 펼쳤습니다. LG전자는 삼성전자 TV를 공개적으로 뜯어내고, 공정위에 허위과장광고로 제소하는 등 맹공을 이어갔습니다. 이번 영상은 삼성전자가 내놓은 반격인 셈입니다.

한국 대표기업들이 내전(內戰)에 힘 빼는 사이, 디스플레이·TV 종주국 지위는 중국에 넘어가고 있습니다. IHS마킷에 따르면 올 2분기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출하량 기준 LCD TV 패널 시장 45%를 점유했습니다. 4분기 중국 업체 점유율은 50.2%로 예상됩니다. 정부 지원에 힘입은 중국 업체들이 저가 LCD 공세로 패권을 가져가는 모습입니다.

올해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관람객들이 중국 TCL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관람객들이 중국 TCL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완성품 TV 시장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IHS마킷 조사에서 올 2분기 삼성전자는 수량 기준 세계 TV 시장 19.4%로 1위를, LG전자는 12.4%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한국 업체들의 세계 시장 총 점유율은 31.8%입니다. 같은 기간 TCL·하이센스·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 총합은 31.7%였습니다. 한국이 0.1%포인트 앞선 데 그친 것입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LCD 기술·생산력에서 중국에 따라잡힌지 오래입니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양사는 LCD 생산을 축소하고, 각각 OLED와 QD(퀀텀닷)-OLED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한국이 지닌 OLED 기술력은 대형·소형 모두 압도적입니다. 앞서 소개한 삼성전자 유튜브 영상에서 외국인들이 "삼성도 스마트폰 OLED를 생산하지 않느냐"고 묻는 것은, "OLED는 한국"이라는 인식이 세계 시장에 박혀 있음을 방증하기도 합니다.

삼성·LG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국가대표 기업입니다. 양사 모두 기술력에서의 강점으로 중국의 저가공세를 이겨내고 있습니다. 그 기술을 서로 깎아내려서 남는 게 무엇일까요. 양사간 ‘내부 총격전’이 길어질수록 중국 기업만 ‘어부지리(漁夫之利)’를 얻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