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브리핑] "조국 펀드, 금융사 직원 따귀 때린 격"

최형석 기자
입력 2019.10.08 03:10

운용사에만 책임 물을 수 있을 뿐, 투자자에 대한 처벌 조항은 없어


"금융 지식이 부족한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두고 자본시장법을 만들었는데, 그 투자자가 금융사 직원 따귀를 때린 격이다."

최근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사석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모(私募)펀드 사태와 관련해 허탈한 심정을 이렇게 토로했다고 합니다. 조 장관 일가는 투자자임에도 사모펀드의 실질적인 지배자로서 '바지 사장'에게 투자 운용을 지시하고, 펀드 적자를 이면 합의로 보전받는 등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출자약정서 허위 작성처럼 자본시장법의 사모펀드 관련 규정 위반은 운용사에만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뿐이고 투자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습니다. 고위 관계자의 발언은 금융 당국이 법을 만들 당시에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진 데 대한 '면피성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조 장관 일가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공직자의 아내로서 조 장관의 아내는 어디에 투자할지 모르는 '블라인드펀드'에 간접 투자했어야 했는데, 편법으로 비상장주식에 직접 투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비상장주식을 우회상장하려는 과정에서 관청의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주가를 띄우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사모펀드 업계에선 일어나선 안 될 일이 벌어졌다는 반응들입니다. 한 대형 사모펀드 대표는 "사모펀드 시장은 운용사(GP)의 평판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의심을 살 만한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라며 "지금 조국 사모펀드 사태에서 벌어진 일은 3류 잡범도 하지 않을 일"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금융 당국은 사모펀드가 기업들에 자금을 전달하는 효과적인 채널로 작용하는 순기능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옥죌 수만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를 거치며 알토란 같은 기업들이 해외 투기자본에 팔려나간 악몽을 두 번 다시 겪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금융 당국은 그동안 사모펀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했는데, 이번 사태가 터지면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모펀드 관련 법규정을 부실하게 만들어 조 장관 일가에게 허를 찔린 금융 당국이 이대로 납작 엎드려 있으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많이 나옵니다. 한 국책연구원의 연구위원은 "만일 조국 사태가 유야무야된다면 유사 사례를 인정하는 꼴이 돼 대한민국 자본시장은 엉망이 될 것"이라며 "어떻게든 엄정한 처벌을 내려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사건이 공정하게 처리돼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게임의 룰 안에서 경제 행위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