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에 반기?…한화證 수소차 비판한 연구원 계약해지 논란

김유정 기자, 이승주 기자
입력 2019.03.05 15:00
‘수소경제 로드맵’ 발표 다음날 수소차 비판 보고서 발간
한화투자證 보고서 회수 후 수위 조절해 10일 뒤 재발행
연구원 "정책 반해서 폐기" vs 한화 "오류 있어 회수한것"

문재인 대통령이 적극 홍보하고 있는 수소차에 대해 비판적 보고서를 낸 한화투자증권(003530)의 한 연구원이 최근 회사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연구원은 "계약이 해지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보고서는 정부 정책에 반하는 내용이라 폐기한다고 들었다"고 했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이 연구원과의 고용 계약을 해지하기 전에 해당 연구원이 낸 ‘수소차 보고서’를 전량 회수하고 논조를 완화해 다시 발간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독립적으로 시장을 분석해야 할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정부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7일 오전 울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수소 경제와 미래 에너지, 울산에서 시작됩니다’ 행사에 참석하기에 앞서 수소 활용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문 대통령(가운데)이 수소 활용 모빌리티 부스를 둘러보다 정의선(앞줄 왼쪽 두번째) 현대차 부회장에게 수소차 넥소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7일 오전 울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수소 경제와 미래 에너지, 울산에서 시작됩니다’ 행사에 참석하기에 앞서 수소 활용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문 대통령(가운데)이 수소 활용 모빌리티 부스를 둘러보다 정의선(앞줄 왼쪽 두번째) 현대차 부회장에게 수소차 넥소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연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18일 ‘수소차 스트레스 테스트'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가 수소전기차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일본을 앞질러 주도권을 잡게 됩니다. 그러나 전기차 대비 에너지 효율, 주행 성능 등 상품성에서 한참 뒤져 있고,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수소전기차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전기차를 넘어설 수 없습니다"라고 썼다.

이어 "수소전기차 운행은 힘들게 생산, 수송, 저장한 값비싼 수소연료를 낮은 효율과 재미없는 차에 낭비하는 꼴입니다. 현대차는 이런 근원적인 난제를 선두에서 풀어야 하기에 수소전기차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밸류에이션 상승보다 장기적으로 동시에 부담이 될 것으로 봅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한화투자증권은 이 보고서는 발간한 직후 모두 회수했다가 1월 29일 다시 발간했다. 재발간된 보고서에는 ‘본인이 본 보고서를 통해 분석한 결과’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회사의 공식입장이 아니라 연구원 ‘개인’ 생각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한참 뒤져 있고’는 ‘뒤져 있고’, ‘전기차를 넘어설 수 없다’는 ‘넘어설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라고 고쳤다. ‘낮은 효율과 재미없는 차에 낭비하는 꼴’이란 문장은 ‘아직 수소차는 저성능, 비효율의 운행 수단’이라는 식으로 표현 수위가 조정됐다.

류연화 연구원의 보고서 일부. 한화투자증권은 원본(왼쪽)의 표현을 완곡하게 수정해 수정본(오른쪽)으로 재발간했다./한화투자증권 제공
류연화 연구원의 보고서 일부. 한화투자증권은 원본(왼쪽)의 표현을 완곡하게 수정해 수정본(오른쪽)으로 재발간했다./한화투자증권 제공
류 연구원은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회사 측에서 해당 보고서가 정부 정책에 반(反)하는 내용이라는 점, 그리고 발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보고서의 퀄리티(품질)가 떨어진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폐기를 통보해왔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류 연구원의 보고서가 처음 발간되기 직전인 1월 17일 울산을 방문해 ‘수소 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수소 경제를 위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국가 에너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면서 신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수소 경제를 띄우는 상황에서 다른 방향의 보고서가 나오자 한화투자증권이 보고서를 황급히 수습하고 연구원 입단속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증권업계에서는 "류 연구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미 발간된 보고서를 ‘품질 미달’이라는 이유로 폐기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대규모 수소경제 계획을 밝힌 날 수소차 개발에 회의적 시각을 담은 보고서가 발간돼 정부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그림이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모양새는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고서를 회수해 폐기하는 것은 전례없는 황당한 일"이라고 했다.

논란은 류 연구원의 고용 계약 해지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2월 1일 류 연구원에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는데 관련 업계에서는 ‘수소차 보고서 사건’과의 연관성을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건’과 유사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2015년 한화투자증권은 22개 증권사 중 유일하게 삼성물산(028260)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는 보고서를 냈는데, 당시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합병에 찬성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했었다.

한화투자증권은 류 연구원의 주장과 업계 일각의 이 같은 관측을 전면 부인했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류 연구원의 보고서 발간 전날 해당 파일을 보고 가정과 전제, 데이터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는 점을 확인해 발간을 승인하지 않았는데 업무 처리 직원의 실수로 배포가 됐다"며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회수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와 수소차를 제대로 비교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생산부터 구동까지 전 과정을 고려해야 하는데 류 연구원은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에 전기가 충전돼 있는 상태를 가정하고 수소차는 수소 연료 생산까지를 감안해 수소차의 비효율성에 주목했다"며 "이 같은 여러 오류 중 일부는 수정하기로 합의했으나 일부 합의를 보지 못한 부분이 있어 연구원 개인의 의견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식으로 보고서를 수정한 것"이라고 했다.

박 센터장은 류 연구원의 계약 해지와 관련해서도 "이미 지난해 12월 전임 리서치센터장 때 결정이 됐던 것을 전달받았다. 지난해 여름부터 재계약 중단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류 연구원도 재계약 연장이 안된다는 점을 지난해 이미 알고 인사팀에 면담을 요청한 바 있다. 재계약 연장이 어려웠다는 것은 본인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류 연구원은 이 같은 회사 주장이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수소차와 전기차를 다른 기준으로 비교하지않았으며 한화 측이 보고서 상에 데이터 오류가 있었다고 했으나 수정된 보고서에 변경된 데이터는 전혀 없다"며 "또 지난해 재계약을 사유로 인사팀 면담을 요청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