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회 "文정부 소득주도성장 'F학점'"

조은임 기자
입력 2019.02.14 15:33 수정 2019.02.14 15:40
경제학자 1500명 운집 연례공동학회 기조 발표
취업자 증가율 2.07%p 하락..소비도 위축 흐름
투자 5.15%p·생산성 0.05~1.14%p 꺾여.

"소비가 다소 늘었지만, 서비스업 등 내수 업종은 오히려 침체됐다. 고용이 감소했다. 임시·일용직 고용이 큰 폭으로 줄면서 소득 분배는 악화됐을 가능성이 높다. 투자는 큰 폭으로 하락했으며, 생산성도 감소했다. 총수요 측면에서 소득주도성장론의 효과는 관찰되지 않았으며, 생산성과 투자가 꺾이면서 장기성장에 대한 전망은 어두워졌다."

3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해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들이 사실상 ‘F학점’ 평가를 내렸다. 고용, 소비, 총수요 등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고 도리어 경제 기초 체력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론이 경제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연구주제로 논의되고, 실증분석을 통해 ‘낙제점’ 평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경제학회를 비롯한 55개 경제학회는 14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에서 1500여명의 국내외 경제학자가 참석한 가운데 ‘2019년 경제학 공동학술대회’를 열었다. 경제학 공동학술대회는 매년 한 차례 국내 경제학계가 한 자리에 모여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경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행사다. 특히 ‘전체회의’라는 명칭으로 열리는 행사에서는 경제 현안에 대해 국내 대표 경제학자들이 분석 보고서를 공개하고 토론회가 열린다. 올해 전체회의 주제는 ‘한국경제, 정부 정책의 평가와 포용적 과제’였다.

최인 서강대 교수가 14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에서 열린 ‘2019년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신정부 거시 경제 성과의 실증평가'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최인 서강대 교수가 14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에서 열린 ‘2019년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신정부 거시 경제 성과의 실증평가'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전체회의에서는 최인·이윤수 서강대 교수(경제학)가 공동으로 '신정부 거시 경제 성과의 실증평가'를 발표했다. 두 사람은 문재인 정부 시기(2017년 3분기~2018년 3분기)와 이전 시기(2013년 1분기~2017년 2분기)의 GDP성장률, 소비, 투자, 생산성, 고용 등을 비교했다. 주요 경제 지표의 장기 추세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얼마나 변화했는지를 박스-젠킨스(ARIMA) 모형을 이용해 분석했다.

그 결과 취업자수 증가율이 2.07%포인트(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근로자는 2.19%p,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를 포함)는 2.53%p 하락했다. 근로자의 경우 임시직은 4.03%p, 일용직은 4.32%p 각각 급락했다. 상용직만 1.39%p 늘었다. 최인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이 소득분배에 이로운 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가설은 검증하지 않았으나 임시직, 일용직 근로자의 고용감소에 비추어 볼 때 회의적이다"라고 평가했다.

또 두 사람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근로 시간이 감소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노동투입 증가율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32% 감소했는데, 고용 증가율 감소폭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이윤수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해 노동 시간이 줄면서 임금 상승 효과가 상쇄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소비도 개선되지 않았다고 두 사람은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민간소비 증가율은 1.14%p 높아졌다. 하지만 국내 소비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수입 소비재를 제외할 경우 국내 소비의 증가율 증가폭은 0.46%p에 불과했다. 게다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내수 산업 생산 증가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 교수는 "도소매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내수 업종에서 생산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며 "사실상 내수 소비는 쪼그라들었다고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GDP 성장률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0.13%p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및 고용 제고→총수요 제고→기업 생산 증가→경제성장’이라는 소득주도 성장의 연결 고리가 각 마디마다 모두 실격 판정을 받은 것이다.

오히려 성장잠재력은 크게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장의 핵심 역할을 맡는 총요소생산성(TFP·Total Factor Productivity)의 경우 0.05%p(솔로우모형 기준)~1.14%p(노동투입량기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향후 잠재성장률이 하락했다는 의미다.

투자는 큰 폭으로 꺾였다. 투자를 의미하는 자본형성은 5.14%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가 줄면 단기 성장률 뿐만 아니라 미래의 성장 가능성마저 하락한다. 최 교수는 "설비투자의 급격한 감소, 고용 감소, 총요소생산성 감소 등으로 잠재적 경제성장율이 저해될 것으로 우려 된다"고 전했다. 이어 소득주도성장의 이론적 빈약함을 지적하면서 "그럼에도 소득주도성장이 우리나라에서 대두된 건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해 정치인들에게는 달콤한 이론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