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동영상으로" Z세대 지갑 열어라

박건형 기자, 박순찬 기자
입력 2018.03.02 03:01 수정 2018.03.02 10:34

컴퓨터 대신 휴대폰, 텍스트 대신 영상… Z세대 잡으려는 기업들 "Z세대, 충성 고객 되기 어렵고 재구매율 낮아" - 휴대폰에 푹 빠져 드론 조종법 등 알고싶은 지식은 글자로 된 문서 대신 동영상 검색 -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중반 출생 디지털 기기 살 때 적극적으로 나서… 네이버 등 동영상 서비스 늘리고 휴대폰, 3D 그림문자 이모지 탑재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 사이에 태어난 이른바 'Z세대(Gen Z)'가 기업들의 화두로 떠올랐다. Z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문화를 접해 인터넷과 IT(정보기술) 기기 사용에 익숙하다. 또 이전의 어떤 세대보다 대면(對面) 대신 소셜미디어를 통한 인간관계를 중시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8일 홈페이지에 "미래 소비 주역인 Z세대의 사고와 행동의 특성을 파악하면 소비 행태의 장기적 변화나 동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올렸다. Z세대를 겨냥한 제품 개발과 마케팅이 기업의 미래 전략에서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9 시리즈에 3차원(3D) 이모지(emoji·그림문자)를 탑재하면서 Z세대들의 마음 잡기에 나섰다. 네이버는 최근 Z세대가 중시하는 '동영상 검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고, SK텔레콤 등 통신업체들은 Z세대의 사용 패턴을 반영한 전용 요금제를 내놓고 있다.

◇국내 Z세대 646만명 추산

국내 Z세대는 약 646만명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해오다가 본격적인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Z세대는 가정에서 디지털 기기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적극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미국 가정의 93%가 집에서 새 제품을 구매할 때 아이들(Z세대)의 의사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동영상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미국 광고전문지 애드위크와 디파이미디어가 지난해 Z세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모바일에 없으면 생활할 수 없는 앱(응용프로그램)을 고르라'는 질문에 대해 전체의 50%가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 없이는 못 산다"고 답했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Z세대는 뭔가를 배우거나 알아보고 싶을 때도 'how to(~하는 법)'라는 검색어를 써서 동영상을 찾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튜브에는 드론 조종법(2만9000건), 앞머리 자르기(3만5900건) 같은 Z세대가 궁금해하는 동영상 콘텐츠가 넘쳐난다.

일러스트=박상훈
일러스트=박상훈
Z세대의 동영상 몰입에 국내 1위 포털 네이버는 바짝 긴장한다. 네이버 한성숙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유튜브의 동영상 검색 의존에 대해 "우리에겐 분명 위기이며, 하우투(how to) 영상이나 지식 동영상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문서 위주의 기존 서비스로는 Z세대를 사로잡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카카오도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다음(포털)·멜론(음악) 등 자사의 다른 서비스에도 적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제조업체들도 Z세대를 겨냥한 맞춤형 기기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순 출시하는 갤럭시S9에 사용자를 닮은 3D 이모지를 만들어주고 동영상을 찍으면 자동으로 짧은 영상을 만들어주는 기능을 탑재한다.

Z세대가 메신저나 소셜미디어에서 짧은 영상을 주고받는 것을 즐긴다는 것을 감안한 것이다. LG전자도 차기작인 프리미엄 스마트폰 V30S에 음식이나 애완동물, 풍경 등 피사체를 식별해 최적화된 촬영 모드를 골라주는 인공지능(AI) 카메라 기능을 탑재했다. 이 역시 일상의 모든 것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Z세대를 위한 것이다.

통신업체들은 10~20대를 위한 전용 요금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SK텔레콤은 박정호 사장의 지시로 10~20대를 끌어들이기 위해 전면적인 요금제 개편에 나섰다. 같은 요금대에 비교해 음성보다는 데이터양을 늘려주는 방향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Z세대는 가격에 민감한 데다 통신업체 간 이동이 잦은 편”이라며 “미래의 주요 고객인 만큼 이들을 붙잡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역풍 맞으면 속수무책, 기존 기업에 위기요소도

Z세대 등장은 한편으로 기존 기업에 위기이기도 하다. 디지털에 익숙한 Z세대는 광고보다는 직접 검색한 제품 정보를 더 신뢰하고, 특정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과 온라인서명, 소셜미디어 해시태그(#) 달기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를 빠른 속도로 확산시키기도 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한번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정보는 틀린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끊임없이 재유통된다”며 “경쟁 기업이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흘려 확산되고 나면 이를 되돌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장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Z세대는 광고보다는 직접 찾은 정보를 신뢰하기 때문에 충성고객이 되기 어렵고 재구매율도 낮은 만큼 이를 감안해 단기 성과에서 벗어난 중장기적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Z세대(Generation Z)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에 태어난 세대를 뜻한다. 어릴 때부터 인터넷·디지털 기기를 접해 IT(정보기술)에 친숙하다. PC· TV보다 스마트폰, 텍스트보다 동영상을 선호한다. X세대(1960년대 중반~1980년대 초반 출생), Y세대·밀레니얼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의 뒤를 잇는 개념이다.